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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대처하는 현실적 대안”

“고유가 대처하는 현실적 대안”

"저기 보이는 게 유명한 대왕암입니다. 문무왕릉이면서 우리나라 유일한 수중릉이지요. 조금만 더 가면 감은사 터가 있습니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자동차를 운전하던 한국수력원자력의 김병화 과장은 대왕암을 가리키며 “이 근처까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방폐장)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소개한다. 64만 평이라고 하니까 여의도 넓이보다 조금 작다. 여기에서 해변을 따라 2㎞ 남짓 내려오면 바로 월성 원자력 본부가 나온다. 1981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한 4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지난 4월 28일엔 원전과 방폐장 예정 부지 사이에 ‘신월성 원자력 1, 2호기’ 기공식이 있었다. 같은 날 방폐장 건설사무소 입주 현판식도 열렸다. 인근 건천읍에는 “1조5000억원대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양성자가속기 센터가 들어온다. 2010년까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 이전도 예정돼 있으니 천년고도 경주는 원자력의 메카로 변신하는 것이다.
천년고도에서 원자력 메카로 경주시 봉일리, 덤프트럭 120대가 순식간에 산을 옮긴 자리에서 신월성 원자력 1, 2호기 기공식 행사가 열렸다. 공사 책임을 맡고 있는 박기철 건설소장은 “마음 고생이 많았다”는 인사를 했다. 박 소장은 ‘건설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본업보다는 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것이 더 큰일이었다고 말한다. “신월성 1, 2호기를 짓는 것이 방폐장 유치에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다 보니 어떤 때는 사흘 내내 소주 폭탄주 60잔씩을 마시기도 했어요. 지금은 인근 3개 읍·면의 유지는 멀리서도 알아보는 사이가 됐습니다.” ‘소폭주’ 덕분이었을까? 마을 곳곳에는 ‘신월성 1, 2호기 기공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기공식에 참석한 마을주민 김모씨는 “원전이라 하면 과거엔 무턱대고 의심부터 했는데 3㎞ 바깥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별일이 없다. 지금은 기업 측의 투자도 많아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새로 건설되는 신월성 1, 2호기가 기존의 4기와 구별해 ‘신(新)’자가 붙는 이유는 한국형 원전으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가압경수로로 조성되는데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환경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외형도 커졌다. 기존 4기가 70만kW급인데 비해 ‘아우’는 100만kW급이다. 한수원 측은 “이 정도면 실시간으로 부산 시민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고 설명했다. 신월성 원전 건설의 테마는 친환경과 친지역민이다. 박 소장은 “신월성 원전은 국내 원전 건설 최초로 심층 취배수 방식을 도입해 온배수(溫排水)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배수는 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사용된 후 배출되는 고온도의 물을 일컫는다. 배수구 부근의 수온은 주위와 비교해 보통 섭씨 5∼6도 정도 높다. 온배수의 영향으로 환경 조건이 바뀌고 이것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염려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신월성 원전은 육지에서 1.5㎞ 떨어진 저온의 심층해수를 취수해 온배수의 배출 수온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박 소장은 “온배수에 의한 해양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등 환경 친화적인 발전소 개발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역과 함께하는’ 신월성 원전이라는 얘기도 빼먹지 않는다. 박 소장은 “앞으로 7년에 이르는 공사기간 동안 연인원 800만 명을 고용할 예정”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정 지원도 이어진다. 신월성 원전 1, 2호기 건설로 경주시는 특별지원금 697억원과 준공 이후 매년 80억원 정도의 지역개발세를 받게 된다.
깨끗하고 안전한 대체 에너지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은 그 어느 에너지원보다 설득력 있는 대안”이라며 “특히 순수 우리 기술진에 의해 설계·기자재 제작·시공함으로써 해외 수출을 위한 기반을 확고히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중재 한수원 사장은 “원자력 발전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현실적인 대안 에너지이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다”며 “지금 전 세계에서 ‘원전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숫자로 본 원자력 발전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 발전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원자력 대국으로 성장했다. 원자력은 국내 전체 전력 공급량(3646억kWh)의 40.3%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원전 이용률은 95.2%로 전 세계 평균 76.5%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만큼 발전소 이용이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신월성 1, 2호기가 준공 예정인 2012년에는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1, 2호기를 포함해 우리나라에는 총 24기, 발전 설비용량 2251만6000kW의 원전을 보유하게 된다. 원전의 수명은 보통 40년이지만 선진국에서는 20년 정도 연장해서 쓴다. 무엇보다 경제적이라는 것이 원전의 매력. 원재료 비중은 3%밖에 안 된다. 원자력이 없으면 전기요금이 2배로 오른다.


인터뷰ㅣ박기철 신월성 원전 건설소장

“한국 원전 기술 삼성 반도체 수준”

공사 진행사항과 향후 일정은. “2000년 12월 건설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신월성 1, 2호기는 총공사비 4조700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건설사업으로, 연인원이 800만 명 넘게 투입된다. 대우건설·삼성물산·GS건설 등 3사가 시공을 맡아 2011년에 1호기가, 2012년에 2호기가 완공될 예정이다. 안전 시공도 중요하지만 ‘품질 시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공정별로 ‘품질 실명제’를 도입해 장인정신이 빛나도록 하겠다.”
신월성 원전은 기존의 원전과 무엇이 다른가. “최근 준공된 울진 5, 6호기를 개선한 ‘개선형 한국표준형 원전’이다. 자동용접·모듈화 공법 등 최첨단 공법을 도입하고 국내 최초로 심층 취배수 방식을 도입했다. 바다 바깥 1.5㎞ 지역에서 물을 끌어와 터빈을 식히는데 쓰는 것이다. 온배수(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사용된 물)의 배출 수온을 낮출 수 있어 해양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원전 건설과 운영 수준은. “세계 일류다. 삼성 반도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설계·핵연료 기술은 자립도가 100%다. 다만 핵심기계 제작 기술이 95% 수준이다. 한국은 70년대 원전 개발을 시작해 세계에 수출하는 유일한 국가다. 중국이 원자력 발전을 한다고 했을 때 달려든 나라가 미국·프랑스·소련과 함께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기억해줘야 한다. 운용 능력은 세계 1위다. 지난해 한국의 원전 이용률이 95.2%였다. 세계 평균(76%대)보다 훨씬 높다.”
마침 26일이 ‘체르노빌 참사 20주년’이었다. “현실적 필요성과 우리 기술의 현주소를 봐달라. 더욱 환경친화적이고 안전성을 높인 발전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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