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0% 이상 떨어질 수도 있다”
“환율 20% 이상 떨어질 수도 있다”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고유가와 환율 급락으로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다 금리 인상설까지 점쳐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와 환율·금리 움직임을 전망하고 투자전략을 긴급 점검했다. 편집자 미국의 이른바 ‘쌍둥이 적자’가 국제금융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앞으로 미국은 적자가 더 확대될 게 뻔하다. 이를 보전하기 위한 대외의존도도 늘어나게 돼 있다. 그러나 중국 등 대미 흑자국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외화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나 엔화 보유량을 늘려나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환율은 더욱 심하게 떨어지고 미국은 필연적으로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컬럼비아 대학의 J E 스티글리츠 교수는 올해 발생 가능한 가장 중대한 문제는 미국의 두통거리인 쌍둥이 적자라고 지적했다. 적자가 마침내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증대일로의 가계부채도 쌍둥이 적자와 함께 미국 경제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마디로 2006袖?경제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런 불안 요소들이 환율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미국으로 상당한 규모의 해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들 자금은 미 달러화 강세와 다른 나라 통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시적 현상이다. 결국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더욱 확대시켜 환율 약세 압력의 부메랑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가 높아지고 있다. 쌍둥이 적자가 환율폭락 진원지 최근 원-달러 환율이 930원대로 떨어졌다. 수출이 비상이다. 산업연구원은 환율이 928원 이하로 떨어지면 우리나라 수출이 불가능해진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보다 조금 낮은 920원을 최저점으로 본다. 물론 환율은 등락한다. 또 한국은행에서도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실시해 환율에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적 대응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임시방편적 조작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의 환율 문제는 우리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시작하고 있다. 즉, 약화돼 가고 있는 미국 경제의 구조가 원인이라는 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추면 쌍둥이 적자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그렇게 되면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 흑자국의 수출 증가 → 미국 시민의 소비 증가 → 흑자국의 미국 채권 구입 → 거액의 대미자금 유입 → 미 달러화의 강세 유지 → 흑자국의 대미수출 증가 → 미국 시민의 소비 증가 가속화. 미 달러화의 환율 하락과 미국 적자는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며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현재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생산능력 향상, 설비투자, 연구개발에 쓰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소비로만 연결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2005년 미국인은 버는 돈보다 5000억 달러나 더 많은 소비를 했다. 이는 미국의 국내총생산을 8000억 달러나 초과한 금액이다. 올해는 이 금액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C 프레스토위츠 미국 경제전략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뉴욕 타임스, 일본의 문예춘추 등과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우선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의 말을 인용했다. 그린스펀은 “이 이상 이 나라의 적자는 보전될 수 없다. 이 경제는 유지불능이다”고 말했다.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이들의 말을 인용하며 극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달러화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미 흑자국이 준비금의 절반을 다른 통화로 바꿔 위험을 회피(리스크 헤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환율의 대폭락은 불가피하다. 그 시기도 예측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헤지펀드가 800개 이상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 주식 등 상거래 전반의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달러화 환율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분석가는 환율이 최저 20~30% 정도 하락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수지 불균형을 제대로 잡으려면 소비를 대폭 축소해야 하는데 이 정도 환율로는 어림도 없다. 환율은 지금 수준보다 최소 50% 이상 떨어져야 한다.” 그는 더 나아가 “자신에 찬 미국이라는 나라 스스로는 물론 미국을 너무 과신하는 세계 각국의 정서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달러화 가치 지금의 절반이 적당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난관의 해결책으로 미국 정부는 대외수지 균형 회복을 위해 대폭적 증세정책을 채택하고 주택 담보대출의 세제 우대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20% 이상의 민간소비 감소를 추진해야 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협조도 늘려야 한다. 막대한 흑자를 올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민들의 국내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토지세제 개혁 등을 통한 국민의 주택수요 진작책을 쓰는 정책 등을 아시아 국가들이 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국제적 균형이 깨지면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어 정치적으로는 국가 대 국가, 또는 다국간 협정을 채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1985년의 플라자 합의 같은 환율 재조정 합의가 절대 필요하고 이란이나 이라크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오늘의 환율 폭락 위기에 즈음하여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채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각국 정상들이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4월 22일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절상이 강하게 요구된 바 있다. 미국의 환율 인하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이 학자의 주장을 그대로 믿느냐 안 믿느냐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그가 현실성 있는 최악의 환율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토록 어려운 환율의 실태를 우리 정부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이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의문이 생긴다. 아무런 정책방향 이야기도 듣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정부가 최악의 사태를 과연 인지하고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된다. 원화 강세로 수입이 유리하고 물가안정이나 일반시민의 구매력 상승이라는 플러스 효과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수출원가 상쇄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구매력 상승효과 이상의 대외자금 유출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자금 유출을 오히려 장려해 달러화 보유의 적정수준 유지 필요가 대두되는 아이러니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경상수지의 감소 내지는 역조현상으로 이어질 위험 신호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치솟는 유가와 환율 하락은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는 중차대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조속하고 단호한 대처가 시급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