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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값이 폭등하는 진짜 이유

설탕값이 폭등하는 진짜 이유

The Truth About Sugar 유가가 최근 배럴당 75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세계 경제의 호황에 가시적 영향은 거의 미치지 않았다. 시장 분석가들은 그럼에도 주변부 어딘가에서 그 영향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영향이 실재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최근 파운드당 20센트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설탕의 인기를 살펴 보자. 설탕의 이 같은 인기는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이 수확량의 절반을 에탄올 생산에 쓴다는 익히 알려진 소문 때문이다. 에탄올은 휘발유 값 폭등에 따라 자동차 대체연료로 갈수록 각광을 받는다. 설탕의 연료 기능은 흥미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로선 대부분 브라질에 국한된 이야기다. 전 세계 설탕 생산량 중 연료로 만들어져 쓰이는 비중은 20년 전과 비슷한 15% 수준이다. 게다가 바이오 에너지 생산량의 대부분은 브라질이 차지한다. 사실 브라질은 전엔 설탕 생산량의 훨씬 많은 부분을 바이오 에너지에 썼다(그러다 대폭 줄였다). 또 브라질의 설탕 생산 증가량 대부분은 훨씬 더 큰 분야에 쓰인다. 바로 음식용이다. 서구에선 설탕 소비가 둔화되지만 개도국에선 단 음식을 선호하면서 수요가 연간 약 2%씩 계속 는다. 반면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태국의 가뭄, 지난 3월 호주의 사이클론 등 생산지의 기후 불순과 저투자로 공급엔 차질이 빚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수요는 1억5100만t에 달했지만 공급은 1억4900만t에 그쳐 가격이 올랐다(소매가는 더 올랐다). 오일 쇼크가 아니라 무역전쟁이 관건이다. 유럽연합(EU)은 이번달 세계무역기구(WTO) 규제에 묶여 역내 설탕 재배업자들에게 준 보조금 지급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독일의 쉬트추커, 폴란드의 브리티시 폴스카, 덴마크의 대니스코 등 대형 제당회사들은 수익 감소를 예상해 생산량을 줄였다. 분석가들은 일부 유럽 회사의 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급이 줄어 2주 전 파운드당 17센트로 마감된 가격이 더 오르리라고 예측했다. “내년 이맘때엔 지금보다 가격이 훨씬 더 오른다”고 주크덴의 CEO 마이클 오버랜더는 예상했다. 주크덴은 전 세계 설탕 판매의 20%를 취급하는 ‘그루페 주크레 앤 덴레’(Groupe Sucres & Denrees)의 런던 소재 원자재 중개회사다. 수요는 젊은층과 빈곤층, 특히 젊고 빈곤한 계층의 놀라운 식습관 때문에 더 늘어난다. 돈 많은 나라들에선 설탕 과다소비가 건강에 미칠 영향을 갈수록 우려하지만 신흥 국가들에선 그런 경향이 없다고 국제설탕기구(ISO)의 수석 경제학자 세르게이 구도슈니코프는 말했다. 수요는 최빈국 지역에서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다(적도 아프리카와 남부 아프리카에선 최고치인 연간 4.5%, 남아시아에선 3.5%). 인도는 지구 최대 설탕 시장이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 중 하나라는 이유만이 아니다. 10억 인구 중 3분의 2가 설탕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연령층인 30세 이하이기 때문이다. 빈곤국 시장이 단 음식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도 급속히 바뀐다. 예컨대 미국 같은 부국에선 매년 평균 30kg의 설탕을 소비하며 그중 80%가 청량음료·사탕·빵류·시리얼 등 가공식품 형태다. 10온스(340g) 들이 소다수 한 캔에는 테이블 스푼으로 여덟 스푼의 설탕이 들어 있다. 중국인은 대개 설탕 소비량의 3분의 1을 숟가락으로 직접 떠서 소비한다. “중국인은 설탕도 젓가락으로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구도슈니코프는 말했다. 그러나 이런 우스갯소리도 오래가지 않을 듯하다. 일례로 유럽의 청량음료 판매량은 지난해 2.6% 감소했지만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선 8.7% 증가했다. 세계 4위의 설탕 수출국인 태국의 ‘콘 카엔 슈거’사 부회장 포른신 탬시리차이는 “부자가 되면서 사람들은 케이크·사탕·청량음료를 더 많이 소비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료용 설탕은 브라질 밖으론 빠르게 확산될 것 같지 않다. 1980년대 설탕값이 파운드당 4센트로 바닥을 치자 생산국 대부분은 투자를 줄여 노후장비와 낡은 생산방식을 그대로 방치했다. 브라질은 예외였다. 브라질은 위성을 통해 수확 적기를 정확히 알아내는 최첨단 생산체계까지 도입했다. 브라질이 단연코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에탄올 생산 여력을 확보하게 된 이유다. 다른 나라들은 대개 설탕의 부산물이나 다른 수확물을 이용해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한다. 태국은 당밀(糖蜜)과 타피오카를 이용하고,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은 옥수수를 선호한다. 만일 설탕의 연료 기능을 둘러싼 시장의 모든 호들갑이 충분히 이해된다면 “옥수수는 왜 안 되지? 똑같이 바이오 에너지인데”라는 질문이 나와야 한다고 오버랜더는 말했다. 그 답은 이렇다. “설탕 가격이 오르는 데는 까닭이 있겠지만 반드시 정당한 이유 때문 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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