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꽃’ 저문다더니…변화하는 리서치센터
[리서치 새 바람] ①
개인투자자, 애널리스트 보고서 의존도 ‘뚝’
리서치센터 없애거나 최소 인원으로 운영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때 ‘증권사의 꽃’으로 불렸던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사 수익구조가 다변화되면서 애널리스트의 설 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업 모니터링 기능이 급속도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애널리스트 수는 1100여명으로 지난 2010년 1575명이었던 것에 비해 5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최근 몇 년간 증시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증권사 영업활동의 다각화가 진행됨에 따라 브로커리지 영업에 주로 활용되어 온 애널리스트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증권사의 영업활동 중 위탁매매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 침체로 증권사 영업활동의 다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내 애널리스트 리서치 보고서들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증권사가 주식 위탁매매 영업을 하는 데에 많이 활용되어 왔으나 증시 및 펀드시장의 침체로 애널리스트의 역할과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이다.
또 개인투자자들의 정보접근성이 개선되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의 발달로 직접투자도 증가하면서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지고 있다.
증권사는 거래 서비스와 별도로 리서치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청구해야하며 자산운용사는 리서치 관련 예산을 책정하고 해당 비용을 사전계약을 통해 고객에 전가하거나 손익계정에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미국 등의 비유럽국가는 물론이고 국내 증권사도 유럽 자산운용사에 리서치 보고서를 제공하게 되면 리서치 보수를 따로 수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없애거나 늘리거나”...리서치 부문 수익 사업화 움직임
이 같은 추세에 국내에서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리서치 부문의 수익 사업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리서치 판매를 금감원에 부수업무로 등록해 유료화 토대를 만들고 있으며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자사 고객들만 리서치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거나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유료 리서치 서비스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애널리스트 인력을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AI 알고리즘이 작성한 ‘AI 리포트’를 발행하며 업계 내 반향을 일으켰다.
아예 리서치센터가 없는 증권사도 등장하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정식 출범한 우리투자증권도 리서치센터 없이 영업을 시작했다. 다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기준 3명의 애널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최소 요건인 애널리스트 3명을 보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지난 2022년 리서치센터를 사실상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사는 3명의 애널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예전만 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일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국내가 아닌 글로벌 리서치 부문 등을 중심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새롭게 리서치센터를 출범시키거나 인력을 늘리는 증권사들도 있다. 토스증권은 지난 9월 3명 규모의 리서치센터를 신규 출범했다. 토스증권은 쉬운 용어를 활용하는 리서치 자료 발간,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에 특화된 리포트 열람 시스템을 제공해 개인투자자를 겨냥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미국주식 관련 리포트 자료를 주로 발간하고 있다.
기존 리서치센터의 분야를 확대·개편한 증권사들도 있다. KB증권은 지난 2021년 리서치센터 내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신설, 비상장기업 등 유망 성장기업에 대한 조사분석을 강화했다. 삼성증권도 같은 해 리서치센터 내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연구소를 조직하고 기업 고객 등에 ESG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다양한 정보 습득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어서 증권사들도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산업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섹터 애널리스트들이 협업(콜라보레이션)해 리포트를 공동 발간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해야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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