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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기자의 여성리더 탐구(18)] “기업 화두‘생산성 향상’과 씨름”

[박미숙 기자의 여성리더 탐구(18)] “기업 화두‘생산성 향상’과 씨름”

▶이숙영 LG CNS 상무.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내고 통유리 창이 있는 전망 좋은 개인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누구나 꿈꾸는 일이지만 쉽게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니다. 특히 여성들이 이 꿈을 이루기는 더 힘들다. LG CNS 기술서비스부문장인 이숙영(45) 상무.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프라임타워 11층엔 그의 사무실이 있다. 그곳에서는 커다란 통유리 창으로 남산타워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은 날씨까지 화창해 남산의 초록 풍경이 그림처럼 선명했다. 이 상무는 2001년 마흔 줄에 접어든 나이에 국내 재계 순위 2위의 LG그룹 상무 자리에 올랐다. LG CNS 최초의 여성 임원이었다. 89년 LG CNS에 입사해 12년 만에 이룬 고속 승진이었다. ‘국세통합전산망구축사업’을 비롯해 국방시설 등 비중 있는 대형 공공 정보화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킨 것이 실력을 인정받는 한 계기가 됐다. 연배 있는 남성 팀장들에게 ‘나이 어린 여자 상사’는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상무 취임 직후 팀장 개인 면담을 추진했다. “나이가 많건 적건, 남성이건 여성이건 오로지 일로만 평가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일로만 평가해 주십시오. 저와 뜻을 같이하고 싶지 않은 분은 언제든지 의사를 표현해 주세요.” 면담자 중 유독 한 사람만이 그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 사람은 면담일로부터 2주 만에 이 상무를 다시 찾아와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이 상무에게 그 2주는 1년처럼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어린 여성 상사를 모시는 일이 남성들에게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주는 일화가 또 하나 있다. 그는 상무 취임 직후 팀장 부부 동반 모임을 제안했는 데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팀장들이 부인들에게 여성이 상사라는 말을 안 했기 때문이다. 그들 대부분은 모임이 있던 날 약속 장소에 오면서야 ‘보스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렸던 것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데 남성들은 안 그런 것 같더라.”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몇 번이나 이 말을 반복했다. 편견의 벽은 내부에서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만만치 않았다. 이 상무가 30대 초반의 과장 시절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하러 거래처를 방문하면 연배가 훨씬 높은 거래처 담당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과장은 그냥 차나 한 잔 하고 가시고 나중에 남성 직원을 보내달라”고 했던 것. 이 상무는 “그런 편견은 일을 시작하면서 금세 사라졌다”고 말했다.
“17년간 일밖에 모르고 살아” 이 상무의 첫 직장은 사실 LG그룹이 아니다. 그는 대학 졸업 뒤 A기업에 대졸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5년간 있다가 89년 LG CNS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좋은 직장을 버리고 왜 여기 왔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그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여성 차별이 없는 직장을 찾고 싶어 왔다.” A기업은 그때까지 대졸 여성이라도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남성들과 똑같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해도 여성들의 월급 명세서엔 3급 옆에 ‘C‘자가 따로 붙는 차별을 받았다. 승진에 대한 연차도 등급이 달랐다. “LG그룹에 입사해 보니 급여체계도 남성들과 차등이 없었고 복리후생, 출산휴가 등도 자연스럽게 정착돼 있었죠.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면접관의 말에 감동을 받았어요.” 그는 입사 후 얼마 안 돼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 4 ~ 5개월쯤부터 입덧이 심해지자 회사 출퇴근을 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회사는 그에게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최적의 근무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집에 전용선까지 깔아 주었다.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회사로 출근해 팀원들과 정보 공유를 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다. “낮에는 큰 아이를 돌보고 새벽 시간을 이용해 일을 했어요. 개인적 사정을 배려해준 회사가 고마워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인천 신공항 프로젝트를 맡았던 99년을 가장 힘들었지만 열정이 넘쳤던 시기로 기억했다. “무거운 노트북을 한쪽 어깨에 메고 전철을 타고 인천에서 내려 다시 배를 타고 영종도 공항까지 들어가는 일을 9개월간 했어요. 당시 집이 노원구 쪽이었는데 영종도까지 왕복 4시간이 걸렸어요. 나중엔 노트북을 메고 다닌 어깨 인대가 늘어나 수저를 들면 덜덜 떨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한겨울에는 영종도 바람이 매서워 평생 안 입던 내복까지 껴입었어요.”(웃음) 그는 “지난 17년 동안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맡으면 밤낮없이 일 생각에 새벽잠까지 설쳤다. 그가 이렇게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에 근무하는 남편은 프로젝트 때문에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는 부인을 위해 퇴근 무렵 차를 가지고 와 기다려주는 애처가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된 두 딸은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일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덕분에 두 딸 모두 “여자는 반드시 일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직장 생활하는 며느리를 딸처럼 돌봐준 시부모의 보살핌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상무는 결혼하고 20여 년간을 시부모와 함께 살았다. 두 아이의 양육은 시부모가 도맡아서 했다. 변화 추구가 성장의 동력 그는 현재 53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수장이다. 이 상무를 3년째 상사로 모시고 있는 원덕주(44) PRM 센터 수석은 이 상무를 ‘열정’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안주하는 것을 못 참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다음 프로젝트 구상에 들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분입니다. 그 열정을 못 따라가는 직원들은 버티기 힘들죠.”(웃음) 이 상무는 일하는 틈틈이 자기 계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상무 승진 바로 이듬해인 2002년엔 서강대 정보처리학 석사학위를 땄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는 자격지심 때문에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LG CNS에는 이 상무 외에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장인 설금희 상무와 기술연구 부문장인 임수경 상무가 있다. 동종 업계에서는 가장 많은 여성 임원과 여성 관리자(과장급 17.2%)가 근무하고 있으며 대기업(사무직)에서 가장 높은 여성 고용률(21%)을 유지하고 있다. “IT 업종은 여성들이 하기 녹록지 않은 직업입니다. 근무시간이 보통 매일 밤 9시, 10시까지예요. 특히 우리 회사는 대형 공공시설 프로젝트가 많아 일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력들이 많은 건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프라이드가 여성들에겐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거죠.” LG CNS에는 사내 커플이 많다. 일하는 시간도 길고 따로 연애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남편보다 직급이 높은 아내가 이곳에선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상무 같은 여성 리더들이 이런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그는 인터뷰 중 기자에게 다섯 단계의 인재상을 언급했다. 1단계는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사람, 2단계는 기대치만큼만 일하는 사람, 3단계는 기대하지 않은 것까지 플러스시켜 일하는 사람, 4·5단계는 기존의 하던 일을 완전히 뒤집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인재상이다. 그는 “항상 4·5단계의 인재가 되려고 스스로 다잡았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오너십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그는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했다. “모든 기업의 화두인 생산성 향상 전략을 아직 속시원하게 내놓지 못했습니다. 더 쉽게, 더 싼 가격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LG CNS는? IT분야 컨설팅부터 시스템 구축·운영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LG그룹의 IT 부문 자회사다. 87년 STM(System Technology Management)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EDS와 50대 50 합작을 통해 설립됐다. 95년 LG그룹의 CI 작업에 따라 ‘LG-EDS시스템’이라는 사명을 거쳐 2001년 말 EDS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2002년 1월 ‘LG CNS’란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이숙영 LG CNS 상무 1961년생 84년 고려대 수학과 졸업 89년 LG CNS(전 STM) 입사 96년 LG CNS 사장실 공공사업부 국세통합프로젝트 응용통합팀 전문과장 2001년 LG CNS 기술연구부문 S/W 공학센터 전문위원(상무 승진) 2003년 LG CNS 사업지원본부 기술연구부문 상무 2005년 ~ 현재 LG CNS 기술서비스부문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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