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숙 기자의 여성리더 탐구(19)] 1인 기업 2년 만에 백만장자로
[박미숙 기자의 여성리더 탐구(19)] 1인 기업 2년 만에 백만장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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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며 이동통신사와 계약 회사를 설립했을 때 그의 나이는 29세였다. 그가 창업을 결심한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고려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원래 IT와는 인연이 멀었다. 정해진 룰대로 사는 것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대학시절 단과대 그룹사운드에서 키보드를 치면서 자유로움과 끼를 발산했다. 95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그는 KBS 문화사업단(현재는 영상사업단으로 통합)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수퍼 탤런트 선발대회 등 다양한 사업들을 접하고 기획했다. 그 이후 씨에프랑스라는 여행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솔루션 기획팀에서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IT일을 배웠다. 그 시절 일본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접한 것이 다양한 휴대전화 모바일 시장이었다. “우리나라는 흑백폰밖에 없었는데 일본은 이미 컬러폰이 등장했고 벨 소리도 다양했죠. 앞으로 국내에도 컬러폰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컬러폰이 들어왔을 때 어떤 콘텐트가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스타 사진 제공을 하게 된 거죠.” 이 대표가 회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휴대전화 배경화면 콘텐트 회사가 20~30개 있었다. 하지만 스타 사진을 제공하는 회사는 없었다. 모바일 시장은 일본에 먼저 형성됐으나 사진 콘텐트 서비스나 동영상폰 등은 국내에서 보보스 컴퍼니가 처음 시도한 셈이다. 그는 1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사무실 구할 돈이 없어 아는 사람 사무실 한 귀퉁이에 책상 하나와 전화기 한 대를 놓고 시작했다. 궁색했지만 가슴 벅찬 출발이었다. 지인들을 통해 인맥을 넓혀가며 장동건·고소영·안재욱·송윤아 등 유명 연예인들의 초상권을 따는 데 사력을 다했다. 발로 뛴 덕분에 창업 자금은 크게 들지 않았다. 그 다음 작업은 공룡 같은 이동통신사들의 문을 뚫는 것이었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제안서를 수십 번 고쳐쓰며 도전한 끝에 ‘사업성이 있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2001년 5월 이동통신사와의 시제품 테스트가 끝나 계약에 들어갈 즈음 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의 창업지원센터에 입주 허가가 떨어졌다. 그곳에선 사무실을 싼 가격에 빌려줬고 전기료도 지원해줬다. 전화비용 등 잡세만 내면 부담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사업자로 전환했다. ‘컬러폰 보급으로 모바일 콘텐트 시장이 넓어질 것’이라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국내에도 2003년부터 컬러폰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던 것. 10대나 20대 소비자들은 컬러폰에 걸맞은 콘텐트에 목말라 했다. 돈을 내고서라도 자기 폰을 꾸미고 싶은 욕구가 넘쳤지만 콘텐트는 한정돼 있었다. 2004년 컬러폰이 대중화되면서 보보스 컴퍼니의 매출은 껑충 뛰었다. 2004년 전년 대비 매출액이 4배 증가한 것은 컬러폰 대중화가 끼친 영향이 컸다. 누구에게나 창업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그가 말한 창업 키포인트는 대략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창업할 때는 아무리 자신이 넘쳐도 회사생활을 최소한 1~2년은 해보고 난 뒤 하라. 직원의 입장도 겪어봐야 조직이 커졌을 때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둘째, 여성들의 경우 ‘내가 여자기 때문에…’라는 잠재의식을 버려라. 제약을 두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십분 발휘하고 단점 역시 단점대로 살려라. 필요 이상으로 완벽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모든 걸 다 가지려하면 한 가지도 제대로 가질 수 없다. 셋째, 철저한 계획을 세워라. 판매 경로 등을 예상하고 지출과 수입에 따른 가상 재무를 미리 짜고 시작하라. 그렇게 해서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계획하라. 그는 창업을 위한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기회만 되면 세무 강의부터 모바일·디지털 콘텐트 관련 강의를 쫓아다녔다. 그때 얻은 지식은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지금의 남편도 한창 창업 공부를 하러 다닐 때 소프트진흥원 세미나에서 만났다.
겁없는 전진이 성공의 비결 그에게도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모바일 콘텐트 시장이 넓어지고 돈이 된다고 생각하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혼자 먹던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게다가 모바일 툴을 제공하던 거대 이동통신사들도 자체적으로 모바일 콘텐트 자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사 규모나 자금력으로 봤을 때 거대 이동통신사들과의 경쟁은 그에게 힘에 겨울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모 스타 한 명과 초상권 계약 막바지까지 갔었는데 연락이 없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동통신사의 자회사 모바일 업체와 일하고 싶어 연락을 안 한 것이었어요.” 그때 이 대표는 창업 이후 처음으로 혼자 울었다. 마음속으로 ‘거대 회사들과 승부를 겨루기 위해선 이제 진짜 실력으로 승부를 겨룰 때’라고 다짐한 것도 그 일이 있은 직후다. 유혹도 많았다. 스타 사진을 한다니까 연예인 누드 사진 제공을 하자는 제안이 잇따라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조회만 하면 돈이 쏟아지는 누드 콘텐트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사업가로서 정도가 아닌 길을 걷지 않겠다는 신념이었다. 그는 스타 사진 콘텐트뿐만 아니라 영화 홍보 마케팅도 펼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2002년 4월 한국영화 ‘예스터데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국영화 약 40편, 외화 약 15편 등 총 55편의 영화관련 콘텐트(텍스트·스틸·동영상 등)를 유·무료 형태로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매체에 제공하고 있다. 보보스 컴퍼니의 실력은 해외 업체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드림웍스사와 직접 계약을 하고 국내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대한 독점 콘텐트 판매권을 따기도 했다. 지난해엔 미국의 월트디즈니 컴퍼니 본사와 계약, 캐릭터 모바일을 독점 배급하고 있다. 지금은 오프라인 사업도 한다. 드림웍스나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인형을 독점 판매하고 있다. 디즈니와의 독점 계약도 보보스의 명성이 알려져 여러 군데서 추천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실력으로 입소문이 나자 누구도 회사 규모를 보고 주저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이 대표가 사업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사람 관리였다. “사장 마음과 직원 마음이 다르다는 걸 가끔 느낄 때 외로워지죠. 사장은 전 직원에게 마음을 몽땅 주는데 직원들은 언제라도 더 좋은 곳이 있으면 떠나버리니까요. 저 역시 그랬고요. 억지로 사람을 붙들어 맬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직원으로 같이 있을 때 최대한 서로 마음을 모아 시너지를 내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그는 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바일 콘텐트 시장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는 자체가 발목을 잡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을 발 빠르게 앞서가는 추진력으로도 회사 안팎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는 말하는 것으로만 보면 천상 여자였다. 하지만 그를 조금만 오래 접한 사람들은 ‘성격만 보면 천상 남자’라고들 말한다. 겁이 없고 배포도 크기 때문이다. 그는 KBS 문화사업단을 그만두고 한 달 동안 미국 북부에서 남부까지 혼자 여행했다. 덩치가 세 배나 큰 흑인과 히피들이 가득한 열차와 버스 등을 갈아타며 여행할 때도 두려움보다는 여행에 대한 설렘이 더 컸던 그다.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는 성격이 이제껏 저를 전진하게 한 힘이었던 같습니다.” 그가 도전한 세상은 손바닥 만한 휴대전화 화면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 작은 공간에 무한한 꿈을 그렸고 결국 꿈을 이뤘다. 1972년생, 1995년 고려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KBS 문화사업단 사업부 1997~2000년 넷스케이프 넷센터 기획팀장 2001년 보보스 컴퍼니 설립 현재 보보스 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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