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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빠른 의사결정 앞으로는 어려워진다

오너의 빠른 의사결정 앞으로는 어려워진다



전경련 "상법보다 향후 특별법 등에서 강제조항이 될 경우 기업에 큰 부담"

자유기업원 "시민단체 등이 비상장사의 지배주조를 바꾸려는 의도로 소송 남발할 가능성"

대기업 관계자 "계열사 지분율 높이라며 지분율 높은 기업에 이중대표소송제 적용은 모순"
상법 개정시안이 발표됐다. 7월 4일 공청회를 거치고, 몇 차례 토론과 수정이 있겠지만 큰 줄기는 가닥이 잡혔다. 상법은 기업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또 증권거래법·공정거래법 등 주요 특별법의 근간이 된다. 상법이 이대로 개정된다면 회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등기이사뿐 아니라 집행임원도 법적 책임을 진다 =기존 상법에는 집행임원 규정이 없다. 하지만 개정시안에서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집행임원을 신설했다. 집행임원은 이사회의 업무집행 기능을 전담한다. CEO, CFO, CMO 등 각 업무의 최고 책임자들이 집행임원이 된다. 기존의 이사 역할을 감독과 집행으로 나눈 셈이다. 사외이사를 포함한 기존의 이사회는 감독 기능을, 그 밖의 비등기 임원은 집행임원으로 선임하는 셈이다. 따라서 업무와 관련된 과실이나 범죄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 그동안 비등기 이사면서 권한을 행사해온 임원이나 오너 등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한마디로 권한 만큼 책임을 지는 제도다. 또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정부의 오랜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는 이사회 의장을 맡아 집행임원의 선임과 감독만 할 수 있을 뿐 직접 경영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개정시안에도 이 조항의 도입은 개별회사의 자율적 선택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상장법인과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을 주로 규제하는 증권거래법에서 강행 조항이 된다면 사실상 의무조항이 될 수 있다. 집행임원은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공격적이거나 적극적인 의사결정 대신 위험 회피 위주의 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다. 본인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오너 등 대주주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오너 위주의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대변되는 한국식 경영방식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법대 김정호(회사법 전공) 교수는 “감사위원회는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한다는 규정 때문에 대기업에서도 사외이사를 줄이기 위해 이사 수 자체를 줄여왔다”면서 “이 때문에 집행 기능에서 비등기 이사의 숫자가 늘어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책임있는 집행기구가 생길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비상장 회사도 소액주주의 소송 피할 수 없다=이중대표소송제 도입은 대기업 입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잘못을 그 회사의 이사회가 묻지 않으면 그 회사 주식의 50%를 소유한 모회사의 소액주주(1% 이상 소유)가 대신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비상장 회사들은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특수관계인이 주식을 소유하고 있어 이사회 기능이 사실상 없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들도 이런 조항을 이용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편법 상속 등 각종 규제를 피해 여러 일을 해 왔다. 하지만 이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더 이상 ‘주주대표소송의 예외지역’이 없어진다. A라는 상장회사가 B라는 비상장회사 주식의 51%를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B회사의 문제를 A회사의 소액주주들이 대표소송을 할 수 있게 된다. 재벌의 비상장 계열사 중 상장 계열사가 50% 이상 지분이 있는 회사는 시민단체로부터 소송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상장사인 삼성전자 주주들이 비상장사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카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또 외국 기업과 합작한 비상장 기업들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중대표소송은 미국의 일부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에서는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번 개정시안에서는 이중대표소송을 포함한 것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재벌기업들은 50% 이상 출자한 비상장 기업이 많다. 특히 이들 기업은 오너의 지배구조나 경영권 상속에 깊숙이 관여한 곳이 많아 앞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천정배 장관도 이 제도 도입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장 회사도 모회사가 상장회사고 50% 이상 출자한 경우면 사실상 주주 소송의 길이 열리게 됐다. ▶경영 실패로 인한 손해배상은 깎아줄 수 있다=이사가 법령 위반 등으로 회사의 손해를 끼친 경우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라면 회사가 배상책임액을 깎아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과도한 재산상 손해배상으로 오는 적극적 경영활동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연봉의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하는 배상책임액을 그대로 인정하면 경영상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소극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연봉의 6배 이하로는 깎아줄 수 없도록 해 법 조항의 사문화를 막았다. 이미 대법원에서도 판례로 적용되고 있어 법제화한 것에 불과하다. ▶전자투표제 도입돼 소액주주 목소리 커진다=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전자투표제도도 도입됐다. 대개 3월 말을 기준으로 주주총회가 겹쳐서 개최돼 총회 참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주식 거래는 사이버화가 됐는데 주주 권리 행사는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하게 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소액주주는 주주총회장까지 찾아가지 않아 사표(死票)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대주주에 비해 주총 참석률이 현저히 낮은 소액주주들이 전자투표제로 표를 행사하면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 전자투표제가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중요한 안건에 관한 투표에서 해킹 등 보안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돈 없어도 창업 쉬워진다=최저자본금제도 폐지된다. 지난해 일본도 신회사법 개정에서 도입한 제도다. 현행 5000만원인 최저자본금제도는 원래 주식회사의 설립 남발과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였다. 그러나 그 효과가 미미하고 자유로운 창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미국, 일본, 홍콩 등 많은 국가에서 이런 제도가 없어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몇 해 전 사채업자들이 자본금 가장납입 사건으로 은행 지점장 등이 구속된 사건도 최저자본금제도 때문에 생긴 일이다. ▶불필요한 규제 없어진다=회사의 순자산액 4배 미만으로 한정된 사채 발행 총액 제한과 자본금 150%를 초과하는 법정준비금의 사용처 제한 규정도 폐지했다. 사채 종류도 상법에 규정된 것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으로 발행할 수 있다. 즉 신용도가 좋은 회사는 사채를 무한정 발행할 수 있다. 그만큼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의 신용평가 기능이 향상됐고 자기 책임하에 채권을 매입하라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자율성이 확대된 방향이다. 회계규정에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삭제하고 “공정 타당한 회계 관행에 따른다”는 원칙규정만 둬 자율성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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