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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기자의 사람이야기-넥슨 김정주 사장] 일본말로 중국어 배우는 열정
- [김정욱 기자의 사람이야기-넥슨 김정주 사장] 일본말로 중국어 배우는 열정
기자란 직업을 택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점이 있어서 오늘 이 자리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취재 목적이라기보다는, 게으르고 소극적인 내 삶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나는 그 느낌들을 기억하고, 기록했다. 나의‘사람 이야기’는 내가 만난‘멋진 사람들’의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그러나 인상 깊었던 장면들의 모음집이다. 내가 게임업체 넥슨의 김정주(39) 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1996년이다. 나는 넥슨의 구체적인 기업 현황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앞으로 그 회사가 지금보다 몇십 배 더 한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온전히‘김정주’라는 사람 때문이다. 당시 그는 회사를 차린 지 1년여 만에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세상에 내놓고 있었다. 그는 수줍음이 많았다. 후배한테도 편하게 말을 놓지 못했다. 사람을 가리는 듯했다. 주변 친구들이 “(온라인 게임 사장이니) 시간만 가면 돈이 들어오겠네. 한 시간에 얼마씩 버는 거냐”고 놀렸을 때도 그는 웃기만 했다. 모임 때마다 김 사장은 주로 듣는 쪽이었다. 그런 그가 2000년 여름 노랑머리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나는 좀 어색했다.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회사에 머리를 염색한 직원이 많다”고 답했다. 게임업체라 자유분방한 젊은이가 많은데 그들과 똑같이 해봤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직접 해본다는 것’, 그것이 수줍음 많은 김 사장의 숨겨진 힘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속으로 “게임업체 사장 하기 참 힘들구나” 생각했는데, 그는 한동안 진심으로 노랑머리를 즐겼다. 그는 조용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2002년께로 기억한다. 10대 위주의 초대형 게임이 시대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을 때 그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몇 해 뒤 게임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조차 주변에서‘카트 라이더’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는 대박을 뒤로 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물론 해외시장 진출이지만 직원만 보내지 않고, 가족을 모두 데리고 ‘직접’ 일본에서 살았다. 간간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만난 김 사장은 “일본에서 중국어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일본말로 중국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이내 그의 행동반경은 중국으로 넓어졌다. 내가 지나치게 서구 모방적인 모습 때문에 상하이(上海)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자, 김 사장은 “상하이에만 가면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단순히 지켜보는 사람과 직접 뛰어드는 사람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 내가 본 ‘성공한 사업가’들은 공과 사의 구별이 명확하다. 정실에 치우쳐 투자하지 않는다. 이 점에선 냉정할 정도다. 김 사장도 이에 부합한다. 내가 부러운 것은 그의 ‘끊임없는 축적’ 욕구다. 내가 기자랍시고 바쁜 척하면서 정작 시간을 허비하는 것과 반대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여유롭게 보이면서도 자신의 속을 꽉꽉 채우고 있다. 그의 취미생활을 예로 들어도 그렇다. 한동안 그는 새벽마다 절친한 친구 박성준 보스턴 컨설팅 부사장과 스쿼시를 쳤다. 겨울에는 야간을 이용해 스노보드를 탔다. 그의 스노보드 실력은 수준급이다. 여름에는 수상스키를 즐기기도 했다. 최근 그는 국내에 있을 때 대학로에 자주 간다. 소규모 국내 창작 뮤지컬에 흠뻑 빠져 있다. 돈 많은 사람의 삶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돈이 좋은 습관, 건전한 정신까지 가져다 주는 건 아니다. 그가 요즘 ‘직접 해보고 있는 것’중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그의 게임 속에 들어갈지 궁금하다. 김 사장에겐 대학 시절 데이트를 시작한 지 7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만난 부인과 두 딸이 있다. 아이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조차 싫어하는 그에겐 미안하지만 간단한 집안 이야기는 해야겠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인 그의 아버지는 판사 출신으로 대한공증협회 회장을 지낸 김교창 일신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 때 순국한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 고려대 교수와 주미대사를 역임한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이 그의 이모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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