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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향해 뛰는 레인콤] 심혈 기울인 ‘명품’으로 승부

[흑자 향해 뛰는 레인콤] 심혈 기울인 ‘명품’으로 승부

'지금 레인콤 주식을 사야 하나 아니면 팔아야 하나’ . 7월 7일 현재 레인콤 주가는 6080원이다. 초창기의 레인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2003년 12월 액면가의 94배 가격인 4만700원에 상장되며 화려하게 증권계에 등장한 레인콤의 주가는 한 달 뒤 12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레인콤 최고의 시절이었다. 이렇듯 화려한 과거가 있다 보니 저가의 레인콤 주식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가격이 내려간 이유가 있기에 매수를 권유하는 전문가의 수는 아직도 적다. 한때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던 MP3 업체에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우선 중국 MP3 업체의 성장으로 저가 상품 시장에서 레인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레인콤 MP3 ‘아이리버’의 빼어난 디자인과 성능은 같은 강점에 가격경쟁력까지 지닌 애플의 아이팟 시리즈가 나타나면서 흔들렸다.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에 MP3 플레이어가 기본적으로 부착되면서 레이콤의 시장은 점점 ‘레드오션’으로 변해갔다. MP3 제조회사들은 지금 MP3 플레이어를 접고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또는 무선휴대인터넷(와이브로) 기반의 게임기로 옮겨가는, 구조조정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줄어든 마진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MP3 대표업체인 레인콤도 마찬가지다. 레인콤 양덕준 대표는 “PMP와 와이브로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레인콤이 그동안 MP3 시장에서 가졌던 우월적 위치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걸 뜻한다. 또 생존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했다는 걸 의미한다. 레인콤은 그동안 부도설, 인수합병설에 시달려 왔다. 매출 역시 크게 악화됐다. 2004년 레인콤은 4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2005년에는 영업적자 117억원, 당기순손실 356억원을 기록했다. 연초에는 80명을 감원하는 뼈아픈 경험도 했다. 차세대 경영인으로 각광받던 양덕준 대표에게는 슬픈 기간이기도 했다.
6월 공모 때 1077억 들어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개인투자자들은 레인콤에 대해 아직 희망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6월에 있었던 레인콤의 실권주 공모 때에, 일반인들과 기관들의 확연한 시각 차이가 드러났다. 6월 15일 레인콤이 유상증자를 위해 실권주 공모를 실시했다. 청약대금으로 총 1077억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날 마감한 결과를 보면 일반인과 기관의 최종 경쟁률이 큰 차이가 있었다. 일반은 33.12 대 1, 기관은 0.13 대 1을 각각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아직 레인콤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레인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분석한 전문가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오재원 연구원은 7월 5일 발표한 분석보고서에서 레인콤이 2분기에 흑자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1만2000원이었다. 레인콤의 해외 자회사 구조조정 및 낸드 플래시 수급 악화로 1분기 적자가 지속됐으나 2분기부터는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오 연구원은 “DMB 플레이어, 와이브로 등 신규 제품으로 새로운 성장이 기대된다”며 신제품 효과로 인한 수익성 개선을 예상했다. 또 업계의 구조조정 여파로 제품 원가가 하락해 마진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각 증권사의 전문가들은 분명한 대답을 피하는 분위기다. 오랜 기간 적자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증권사 연구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도 한 이유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2분기에 흑자전환할 가능성은 크지만 과연 그것이 레인콤의 회생을 의미하는지 알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밀려온 게 레인콤의 지금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았는지도 불확실하다. 또 다른 증권사의 연구원은 “지금은 전문가조차 레인콤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레인콤의 신규 사업들은 시장 변화에 따라 그 결과가 나올 것인데 이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며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그동안 언론에 자주 언급됐던 유명한 연구원은 “레이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MP3만으론 이젠 안 돼” 이런 상황과 평가에 대해 레인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레인콤 양 대표는 “현재 상황이 나빠진 것은 우리도 안다.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것을 인정한다. 주력이던 MP3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그래서 MP3에 치중하기보다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더 이상 MP3만으로는 상황을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이미 했다. 그는“앞으로 레인콤이 PMP, DMB 수신기, 전자사전 같은 새로운 제품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인콤은 최근 MP3 플레이어에 동영상 재생, 플래시 게임, FM라디오 같은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아이리버 E10’, DMB 수신 단말기인 ‘아이리버 B10’을 출시했다. 사실 지금 레인콤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제품은 MP3가 아닌 전자사전이다. 레인콤 측은 “레인콤은 이제 순수하게 MP3를 100%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제품 비율을 조정해 나갈 것인데 심하면 MP3 비율을 50% 이하로 내릴 수도 있다. 그만큼 한 제품에 치중하지 않고 시장을 읽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이젠 한두 달에 1개씩 나오던 신모델 출시 횟수도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밝힌다. 전략적인 제품만 골라서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중에서는 회사 사정이 나빠서 그렇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레인콤 측은 “지난 하반기부터 전략을 바꿨다. 회사에서 MP3 등급을 다양하게 매기고 있는데 가장 상위의 제품만 출시하려 한다.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할 만한 제품만 출시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MP3 시장은 정리가 된 상태다. 마구잡이로 제품을 내놓는 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레인콤이 너무나도 잘 안다. 또 그동안 판매한 제품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들었던 일도 있다. 차라리 적은 수의 상품을 내고 제대로 소비자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애플에 대한 벤치마킹이기도 하다. 레인콤은 해마다 한두 개의 주력상품만 내놓을 계획이다. 레이콤은 이를 가수에 비교했다. “가수가 앨범 수십 장 찍어내는 것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앨범으로 히트곡을 만들어 명성을 유지합니다. 우리도 이를 배워야죠. 우리도 불필요하게 많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그만하려고 합니다. 대신 최고의 상품을 선보이면서 MP3 명가의 위치를 유지할 겁니다.” 양 대표는 그동안 실적 부진을 인정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올해를 저희가 준비하는 기간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반드시 도약할 것입니다.” 그는 많은 이가 그에게 그간 이렇게 물었다고 말한다. “레인콤이 뭐하고 있죠?”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아직은 준비 중이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분명히 다시 도약하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며 입술을 꽉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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