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급 외국인 렌트 수요 1번지, 서래마을이 어떻기에?
[르포] 고급 외국인 렌트 수요 1번지, 서래마을이 어떻기에?
최근 ‘영아 주검 유기 사건' 발생한 ‘서래마을’이 세인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서래마을은 오래전부터 수도권 외국인 마을, 유명인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로 잘 알려져 있다. 거리 곳곳에 프랑스어로 쓰인 간판이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아담한 산을 끼고 있어 언제나 풀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전원적인 풍광은 ‘여기가 과연 서울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런 유유자적한 마을에서 영아 시체가 2구나 발견됐으니 그 동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래마을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4동과 방배본동에 걸쳐 있다. 서래마을이란 명칭은 마을 앞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1900년대 초반에는 이 마을에 ‘전주 이(李)씨’들이 모여 살았다. 현 강남성모병원 맞은편에 전주 이씨 종갓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반포에 살던 주민들이 1925년 대홍수 때 이주하면서 거주 인원이 증가했다.
참외·수박 재배하던 농업마을 장마철만 되면 범람하는 한강을 벗어나고픈 이들의 마음이 ‘서리풀 공원’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이 공원은 서래마을 외곽에 위치한 고지대다. 서리풀 공원에 올라가면 서래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래마을은 전부터 경제적 여유가 넘쳤다고 한다. 1940~50년대 서래마을 사람들은 참외·수박·수수를 주로 재배했으며 단무지 만드는 무를 재배하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80여 가구의 작은 동네였지만 고부가가치 작물들을 재배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부터 ‘서래마을 주민이 없으면 한양은행은 모두 망한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서래마을 토박이 이준구(72)씨는 “당시 주민들은 단무지·참외·수박 등을 팔아 대부분의 수입을 은행에 저축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래마을이 포함된 반포4동은 전국에서 가구당 연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동으로 꼽히기도 했다. 서울여대 VIP 마케팅 컨소시엄과 마케팅 전문기업 타스테크가 지난 200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포4동은 연평균 6080만원의 소득을 기록하며 1위로 선정됐다. 반포4동과 더불어 서래마을의 일부인 방배본동 역시 5496만원의 소득으로 4위에 올랐다.
그랬던 서래마을이 고급 빌라촌으로 탈바꿈한 것은 지난 1986년 효성빌라가 들어서면서부터. 효성빌라 건립 이후 고급 빌라가 잇따라 신축되면서 서래마을은 서서히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다. 효성빌라의 신축은 현재 유명 인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광단지’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동광단지는 서초구 방배본동 1번지를 의미한다. 이곳은 고급 단독주택이 밀집돼 있다. TV 드라마 속에 흔히 등장하는 정원이 잘 가꿔져 있고 ‘방배동 사모님’이 모여 산다는 바로 그런 곳이다. 이 일대 주택들은 올 7월을 기준으로 평당 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래마을에서 H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중개업자는 “동광단지에 김우중 전 대우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등이 살았으며, 지금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일가를 비롯해 윤세영 SBS 회장 등이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빌라 평당 2000만원 선 동광단지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법원 경매를 통해 매각된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집 때문이다. 48억원에 매각된 이 집은 대우그룹의 영빈관으로 불렸다. 재계 주요 인물들이 방배동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각국 원수와 귀빈들을 접대하며 80년대 ‘수출 드라이브’ 시대를 장식했던 곳이다. 이제 대우그룹 영빈관의 주인은 김 회장이 아니다. 이 집 입구에는 다른 사람의 문패가 붙어 있다. 김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66)씨와 그의 아들 선협씨는 인근 빌라에 산다고 한다.
동광단지 길 건너편에 자리 잡은 방배4동에는 서리풀 공원 주변으로 고급 주택 및 빌라촌이 형성돼 있다. 그중에서 100평이 넘는 신구레버빌 빌라가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하며 25억원에서 3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고급 빌라 매매가 활발한 편은 아니라고 한다. 월드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양관수(38) 대표는 “서래마을은 주민 이동이 그리 활발한 지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 매매를 희망하는 사람이 적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리풀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조망권을 갖춘 대우유로카운티, 대림 e-편한세상, LG 자이 등 신흥 고급 아파트 단지가 군락을 이루면서 새로운 부촌을 형성해가고 있다. 서리풀 공원 인근 지역에서 동광 공인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홍정이(49) 대표는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고 지난해 11월에 방배동 단독주택 재건축 계획이 공고되면서 이 지역 땅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래마을의 고급 주택단지는 인근 프랑스타운으로 이어진다. 지난 85년 이전한 프랑스 학교 주변으로 강남 원효성 빌라, 삼창 골든빌라 등 15억~18억원대의 고급 빌라촌이 형성돼 있다. 600여 명의 프랑스인이 ‘렌트’ 형식으로 이 일대에 살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주로 탕例求?빌라의 임대가는 2년을 기준으로 15억원 가량. 공인중개사 양 대표는 “요즘은 부동산 렌트 시장이 침체기다. 지난해와 비교해 공실률이 증가했으며 가격도 많이 하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래마을이 프랑스인 마을로 주목받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서래마을 외곽에 프랑스인들이 만든 ‘몽마르뜨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6000평의 몽마르뜨 공원은 지난해 프랑스인들이 반포 배수지터를 활용해 만들었다. 몽마르뜨 공원에서는 프랑스인들이 직접 재배한 나무를 볼 수 있고,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프랑스타운 주변에는 연예인도 많이 산다. 가수 조용필, 이미자, 임백천씨를 비롯해 영화배우 최민수, 강석우, 김정은, 하지원씨 등이 이곳 주민이다. 탤런트 김수미, 최수종씨도 이 마을 주민이다.
영화배우 최민수씨의 집은 15억원 정도며, 탤런트 최수종씨의 집은 20억원 안팎이라고 한다. 서래마을 빌라에서 9년을 살았다는 방송인 임백천씨는 “산과 공원이 가까이 있어 쉽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또 식당, 커피숍 등의 편의시설을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서래마을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래마을은 투기목적을 가진 사람보다 안락한 실제 거주를 원하는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매가 상승폭이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리풀 공원에 위치한 정보사령부의 이전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정보사령부가 이전돼 테헤란로와 사당동을 이어주는 장재터널이 완성되면 서래마을은 더 나은 환경을 지닌 주거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래마을 주민들은 서래마을을 ‘도심 속의 농촌’이라고 표현한다. 행정구역은 언론에서 연일 땅값 문제로 보도되는 ‘강남’이지만, 주민들은 ‘강남면’이라고 생각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참외·수박 재배하던 농업마을 장마철만 되면 범람하는 한강을 벗어나고픈 이들의 마음이 ‘서리풀 공원’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이 공원은 서래마을 외곽에 위치한 고지대다. 서리풀 공원에 올라가면 서래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래마을은 전부터 경제적 여유가 넘쳤다고 한다. 1940~50년대 서래마을 사람들은 참외·수박·수수를 주로 재배했으며 단무지 만드는 무를 재배하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80여 가구의 작은 동네였지만 고부가가치 작물들을 재배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부터 ‘서래마을 주민이 없으면 한양은행은 모두 망한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서래마을 토박이 이준구(72)씨는 “당시 주민들은 단무지·참외·수박 등을 팔아 대부분의 수입을 은행에 저축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래마을이 포함된 반포4동은 전국에서 가구당 연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동으로 꼽히기도 했다. 서울여대 VIP 마케팅 컨소시엄과 마케팅 전문기업 타스테크가 지난 200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포4동은 연평균 6080만원의 소득을 기록하며 1위로 선정됐다. 반포4동과 더불어 서래마을의 일부인 방배본동 역시 5496만원의 소득으로 4위에 올랐다.
고급 빌라 평당 2000만원 선 동광단지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법원 경매를 통해 매각된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집 때문이다. 48억원에 매각된 이 집은 대우그룹의 영빈관으로 불렸다. 재계 주요 인물들이 방배동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각국 원수와 귀빈들을 접대하며 80년대 ‘수출 드라이브’ 시대를 장식했던 곳이다. 이제 대우그룹 영빈관의 주인은 김 회장이 아니다. 이 집 입구에는 다른 사람의 문패가 붙어 있다. 김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66)씨와 그의 아들 선협씨는 인근 빌라에 산다고 한다.
|
|
서래마을 투자가치 분석 |
150坪 빌라… 30억원 거래 서래마을에는 각양각색의 저층(5~6층짜리) 고급 빌라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단독주택이 더러 있을 뿐 아파트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4~5년 전만 해도 단독주택과 빌라가 비슷한 비율로 자리 잡았지만 지금은 빌라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빌라 규모가 대부분 대형 평형인 데다 마감재와 내부 시설도 최고급 수준이어서 가격이 만만찮다. 150평형짜리 베버리힐스빌라는 30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바로 옆 노블리티빌라(170평형) 역시 시세가 30억원을 웃돈다. 이곳 부동산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강남 재건축아파트 투자 열기와 대치·도곡동 등 유명 학원가를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 분위기에서 한발짝 비켜나 있었다. 주택상품 중 하나인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았던 데다 빌라는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오르지 않는 등 투자가치도 낮다는 생각이 부동산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이곳 빌라를 사려는 매입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서래마을 인근 방배본동 그랑씨엘공인 이성진 사장은 “빌라가 환금성이나 시세 상승 면에서는 아파트에 비해 떨어지지만 쾌적한 거주 여건이 갖춰진 곳에서 편안한 삶을 살려는 실수요자와 프랑스인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들의 입질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빌라는 가격 상승 요인이 거의 없어 부동산 재테크 수단으로서 가치는 약하다. 그런데도 부유층이 거주 또는 투자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이유는 뭘까? 우선 주거환경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서래마을에는 유흥시설이 전무하다. 조용한 주거 환경을 원하는 우리나라 부유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환경이다. 또 마을 거리 위쪽 방배중학교를 넘어가면 16만7000평 규모의 서리풀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반포와 서초동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6000여 평의 몽마르뜨 공원도 개장됐다. 요즘 이곳 빌라를 사려는 사람이 조금씩 늘자 매물이 쑥 들어갔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반포동 브라운공인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팔리지 않아 안달하던 집주인들이 이제는 물건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빌라 시세도 아직까지는 큰 변동이 없으나 올 초보다는 조금 오른 편이다. 주력 평형인 100평형 이상의 신축 빌라는 평당 2000만~220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말보다 평당 100만~200만원 오른 것이다. 반포4동 동서남북 서명진 과장은 “최근 2~3개월 새 빌라 주인들이 1억원 이상 올려 받으려는 분위기가 있고 요즘에는 매도를 아예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래마을 70평형 이하 빌라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평당 100만원 가량 올라 평당 1500만원을 웃돈다. 1년 새 7000만원 정도 오른 것인데, 주변 지역 아파트값 상승에 비하면 오름 폭이 작은 편이다. 투자 비용 대비 시세 차익에 따른 수익률은 높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매입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게 이곳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서래마을의 경우 임대시장이 오히려 매매시장보다 활성화돼 있다. 서래마을 거주자 가운데는 집을 직접 소유한 사람보다는 임차인이 훨씬 더 많다. 대부분 프랑스인들은 이곳에서 빌라를 렌트하거나 전세로 살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한 이유인 외국인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데다 고층 아파트보다는 저층을 선호하는 외국인 성향도 이곳 임대시장을 활성화하는 요인이다. 외국인이 많이 살다 보니 부동산 임대 및 렌트가 이 지역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 빌라 전셋값은 매매가의 50% 정도다. 가령 매매가격이 10억원인 빌라라면 전세 보증금은 5억원이 되는 셈이다. 강남권의 대부분 지역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40%선인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비싼 편이다. 외국인을 위한 렌트 가격은 전세가의 1% 수준이다. 즉, 전세금이 5억원인 빌라를 렌트로 내놓을 경우 월 500만원 정도를 일시불로 1년치 혹은 2년치로 받는 것이다. 수익률이 은행 예금이자보다 훨씬 높아 임대사업자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조철현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choch@joongang.co.kr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고려대, 등록금 ‘5.49% 인상’ 검토
2바이든, 13일 ‘외교 성과’ 연설...한미일 협력 언급 전망
3‘역대급 추위’에...서울서 ‘수도 계량기’ 동파 속출
4유엔이 전망한 ‘한국 경제’ 성장률...“올해 2.2%”
5‘악마, 베르사체도 입을까’...“프라다, 인수 검토 중”
6대체거래소 출범해도 IPO 기업은 상장일 다음날 거래…왜일까
7현대차와 ‘드리프트 킹’의 만남...‘아이오닉 5 N DK 에디션’ 첫 선
8“작지만 강하다”...한국 ‘여권 파워’ 세계 3위
9“무안공항 참사, 잘못된 표현”...국토부·유가족 협의 ‘공식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