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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풍수학] 동판교에 모험가 입주하면 ‘대성’

[CEO 풍수학] 동판교에 모험가 입주하면 ‘대성’

▶서판교 일대는 운중천이 서울의 청계천처럼 동에서 서로 흘러 지기를 잘 보존하고 있다. 은퇴한 관료들이 살 만한 곳이다.

판교 주택 분양이 시작된 올 봄 필자는 많은 친구로부터 ‘풍수적 안목’이 제법 있다는 평을 들었다. 그 이유인즉, 15년 전 필자가 출간한 『신한국풍수』에서 이미 판교의 개발을 예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지금의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건물과 입지를 평가하면서 운중동과 판교가 개발돼야 연구원도 발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필자의 이런 지적은 이미 600여 년 전에 우리 선조들이 말한 것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판교IC에서 수지 쪽으로 가는 23호 도로에 낙생고등학교가 있다. ‘낙생’이란 낯선 이름의 이 학교 이름이 판교 일대의 옛 지명이다. 낙생(樂生)은 이곳에 고려 말부터 있던 역(驛) 이름이다. 판교 역시 낙생에 딸린 판교원(板橋院)을 가리킨다. 역은 통신이나 관리들이 지방을 갈 때 이용하던 말을 준비하던 곳이고, 원은 역을 이용하던 관리들이 묵던 일종의 여관이 자리한 곳을 말한다. 이후 낙생은 경기도 광주군 낙생면으로 현대에까지 행정구역으로 남아 있다가 성남시에 편입되면서 사라지고 다만 이곳 학교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낙생의 진산은 청계산이다. 청계산이란 이름 역시 고려 때부터 전해온다. 맑은 산 아래 좋은 동네를 두고 우리 선조들은 ‘즐거움이 있는 곳(樂生)’이라고 했다. 땅은 제때가 되어야 말을 한다. 판교신도시와 이웃한 분당을 놓고 볼 때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판교가 먼저 개발됐어야 했다. 그러나 분당이 먼저 개발됐다. 이는 판교의 본 이름인 ‘낙생’이 그 이름값을 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판교신도시는 분당의 실패를 거울 삼아 보다 나은 도시로 계획·개발되고 있다. 분당의 단점을 보완해 더 큰 ‘즐거움을 주는 땅’, 그곳이 판교신도시인 셈이다. 이제 판교신도시의 속살을 파헤쳐 보자. 매스컴에 널리 알려진 대로 판교는 동판교와 서판교로 크게 나뉜다. 그러나 크게 보아 앞서 지적한 대로 판교 일대는 청계산이 조성한 땅이다. 청계산은 서쪽에 과천을 만들고 동쪽에 판교를 형성했다. 청계산 낙맥들이 탄천의 흐름을 더디게 하기 위해 동쪽으로 뻗어와 구릉을 만들고 그 사이에 들판을 형성한 곳이 이른바 동판교 일대다. 탄천의 흐름을 보면, 동판교 일대에서 활을 팽팽히 당겼을 때 모양처럼 감고 나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맞은편 분당보다 동판교가 풍수적으로 뛰어난 땅임을 말해준다. 동판교에서 이번 2차 분양이 실시되는 A19, A20지구(금호건설·주공분양지)는 운중천과 탄천이 동과 서, 북쪽을 감고 있어 마치 수중도시나 다를 바 없다. 탄천이 남쪽에서 택지지구를 향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출구는 보이지 않아 풍수적으로 매우 뛰어난 입지를 갖췄다. 운중천 북쪽에 배정된 벤처 단지들이 이곳에 들어왔다면 국가 산업적 측면에서는 바람직했다고 하겠다. 아무튼 동판교 일대는 미래지향적이고 모험적인 사람들이 입주하면 대성할 수 있는 곳이다. 청계산 줄기인 국사봉이 만든 서판교 일대는 이미 알려진 대로 전형적인 전원마을이 들어설 곳이다. 운중천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이곳은 서울의 북촌이 청계천을 앞에 두고 있는 것과 같다. 앞에 있는 산이 마사(말잔등이 모양의 산)를 이루고 있어 크고 작은 관료들이 태어나거나 거주할 만한 곳이다. 운중천이 맑은 내를 이루면 노후에도 복락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뒤로 난 서울 외곽순환도로와 공사 중인 양재 고속도로가 자칫 칼날처럼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는 동판교 일대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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