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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임기 말일수록 검증된 인사 기용”

[단독 인터뷰] “임기 말일수록 검증된 인사 기용”

"이제는 계획된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정리·제도화해 넘겨줄 준비를 할 때다. 다시 손발을 맞추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없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은 4일 청와대 홈페이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대통령의 인사권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언론뿐 아니라 여당까지 “청와대 참모의 내각 기용을 번번이 측근 인사,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등의 딱지를 붙여 불온시한다”고 비판했다. 코드 인사 시비 등에 관한 청와대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그 전날 만났을 때도 박 수석은 그런 얘기를 했다. “임기 말로 갈수록 외생적 정치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국정을 마무리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그는 역설했다. “외환위기, 신용불량자 문제도 국정 운영이 느슨해진 정권 말기에 터졌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 참모를 각료로 기용하는 인사를 뭐라고 부르든,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 자리를 옮겨다니다 보면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책임 의식이 약해질 수도 있고요. 노 대통령식 인사가 이런 단점들을 상쇄시킬 만한 실익이 과연 있나요?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몇 안 되는 핵심 자리는 대통령이 자신과 정치적인 생각·책임, 즉 국정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당연합니다. 책임 정치를 위해서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이 인사하도록 길을 열어 줘야 돼요. 마지막 날까지 책임을 지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의지입니다. 임기 말일수록 역량과 철학이 검증된 사람이라야 돼요. 이런 사람들이 전문성과 책임 의식이 약하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김병준 논문에 대한 검증은 못 해”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예를 들어 보죠.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대통령의 측근이다 보니 교육부 수장으로서의 검증을 소홀히 한 게 아닌가요? 만일 검증 단계에서 이번에 보도된 것들이 드러났다면 그래도 과연 임명을 강행했을까요? “이번의 논문 문제처럼 제도권에서 검증되지 못하는 것들은 국회 차원에서 조사도 하고 언론에서 문제 제기도 해 최종적으로는 인사청문회장에서 걸러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것이 전 국무위원으로 하여금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대통령이 자청해 지난해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한 취지이고요. 그런데 이번의 논문 건은 언론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청문회 전에 언론에서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해 청문회장에서 공식으로 논의가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논란이 된 몇몇 논문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했나요? “지금까지 청와대는 주로 내정자의 부동산 취득 과정, 전과 관계, 병역 문제 등을 검증했습니다. 논문에 대한 검증은 일절 안 했고, 그럴 생각도 못했죠. 김 부총리가 사의를 밝히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자격에 대한 기준이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이제 후임자에 대해 어떤 기준을 적용, 어떻게 검증해야 할지 적이 당황스러워요.” 대통령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청와대에 부산·경남 출신 비서관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대통령과 동향이면 코드도 같을 가능성이 큰가요? 다른 지역 출신 중에도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그런 사람들을 기용할 때 국민도 코드 인사를 수긍하지 않을까요? 특정 지역에 편중된 인사가 과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나요? “지금 청와대 비서진의 출신 지역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단 영남권의 공직선거 낙선자들이 많이 등용되고 있는데, 아직 지역주의가 깨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정치 지형에서는 여권의 영남 출신 인사들이 총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진입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요. 이들에게 정부와 공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건 인재를 두루 키우는 것이고, 나아가 장기적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일이죠.” 인재를 두루 키우는 방안이라는 주장은 일면 수긍이 가지만 이런 식의 인사가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라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군요. 지역주의와 무관하거나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지금처럼 지역구 의원을 한 정당이 독식해야 합니까? 이런 식으로 가면 인재 양성은 영원히 못합니다. 물론 영남 인사를 등용한다고 해서 지역주의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하나의 방법이죠. 포기할 수 없는.” 그는 청와대 비서진의 출신 지역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비서관 이상의 출신 지역별 비율과 공공기관 임원들의 평균 출생연도인 1949년의 지역별 인구 비율을 제시했다. 비서관의 출신 지역별 비율은 서울·경기·인천 28%(49년 인구 비율 21%), 영남 33%(31%), 호남 21%(25%), 충청·대전 10%(16%), 강원 및 제주 8%(6%)였다. 영남 출신 비서관은 지역별 인구비보다 2%포인트가 많은 셈이다. “코드 인사를 하지 말라”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박 수석은 “그러면 대통령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쓰라는 얘기냐”고 반박했습니다. 능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발탁하다 보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도 기용하라는 말입니다. 영조의 탕평책처럼 당파를 초월해 인재를 등용하라는 거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노선 차이는 크지 않다”면서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을 제안했던 대통령 아닙니까? “코드 인사란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만든 조어입니다. 정치권이 대연정에 합의했다면야 여야를 초월한 통합인사가 이루어졌겠죠. 탕평책은 여러 당파를 등용했다가도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내칠 수 있는 전제군주나 쓸 수 있어요. 대통령도 전권을 행사할 수 없는 민주사회에서는 처음부터 생각과 책임을 공유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처럼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에서는 엽관제(獵官制·spoils system)가 당연시됩니다. 선진화된 나라일수록 탕평책을 안 써요.” 클린턴 미 행정부에서 상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정동수 변호사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국계로 공직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30대 후반에 미 연방정부에 들어가 7년간 일했죠. 자신의 기용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였다는 그는 미국은 낙하산 인사가 제도화 돼 있고 직업 공무원들도 그런 자리엔 으레 외부 인사가 오려니 한다더군요. 투명한 낙하산 인사랄까요? “정권이 바뀔 때 교체할 수 있는 자리들을 명시한 플럼 북(plum book)이란 책자가 있습니다. 앞으로 민주적 선거에 의한 정권 교체가 자리를 잡으면 그런 책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되겠죠.” 플럼 북 같은 것이 만들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요? 플럼 북에 올릴 만한 자리로는 어떤 게 있나요?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고 국민도 동의한다면 그렇게 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초기 비효율이 많이 극복되겠죠. 정무직 각료, 공기업, 국민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관리공단처럼 국민 생활과 연관된 정부 산하기관장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죠. 모두 광의의 국가기관들이죠.”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정책과 무관한 사람이 공기업에 임명된다면 해당 공기업을 무책임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책 코드가 잘 맞지 않는다고 해서 무책임하게 운영할 거라고 단정할 수 있나요? “대통령이 말씀하신 무책임은 방종·무절제 같은 개인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정부와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사람은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매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공기업도 정부의 일부분이니 아주 중요한 공기업의 기관장은 정무직에 준해 통치 철학과 정치적 책임을 같이하는 인사를 임명해야 합니다. 토지공사를 예로 들어 보죠. 토공 사장이 수도권에서 계속 개발을 해 경영실적을 올리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의 토공 사장이라면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해야 합니다.”

“코드 인사는 정치적 공격용” 참여정부의 인사 시스템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 때보다 개선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사 과정은 다소 개선됐지만 결과는 나아진 게 없다는 인식이 보편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국민이 실망하는 거 아닐까요? “언론도 좋아진 것은 좋아졌다고, 달라진 것은 달라졌다고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군 출신이나 정치인들이 독점하던 가스공사·석유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에 몇 차례의 공모 끝에 정말 유능한 민간 CEO를 모셨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언론에서는 낙점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왜곡 보도를 했습니다.” 이수호 가스공사 사장은 원적지가 김해시 진영읍입니다.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은 부산상고를 나왔고,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부산고와 부산대를 나왔어요. 공교롭게도 대통령과 동향 내지는 지역 연고가 있는 분들이죠. “석유공사의 황두열 사장은 전문성이 있는 분입니다. 그러나 애초엔 다른 분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면접을 해 보니 황 사장과 상대가 안 됐어요. 이수호 사장은 고 이규호 전 문교부 장관의 동생으로, 김해가 아니라 진주 출신입니다.” 박 수석과의 인터뷰는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있었다. 사진기자의 차를 얻어타고 일찌감치 도착했다. 기자용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하자 근무자인 전경이 “청와대 출입기자 전용”이라며 제지했다. 방문자용 주차장으로 가니 이번엔 다른 전경이 “빈자리가 없다”고 막아섰다. “그러면 어디에 세워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경복궁 주차장으로 가 보라”고 했다. 명색이 인사수석비서관을 인터뷰하러 온 기자더러 걸어오는 데 10분은 걸릴 경복궁까지 가라는 것이었다. 기자는 인터뷰를 추진하면서 알게 된 인사수석실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사정을 설명했다. 그의 요청으로 근무자인 전경을 바꿔줬지만 전경은 막무가내였다. 감찰하러 다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행정관이 청와대 밖으로 나왔고, 그의 주선으로 출입기자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다 보니 출입기자 주차장에 빈자리가 여러 곳 눈에 띄었다. 수석비서관의 ‘끗발’이 안 통하는 청와대 주차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청와대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노 대통령이 “낙하산도 성공한 케이스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예가 있나요? “한국전기안전공사 송인회 사장은 정부 유관기관 경영자 중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명할 땐 정치권 출신이라는 비난이 거셌죠. 혁신을 내건 송 사장의 진두지휘로 전기안전공사는 각종 평가에서 최우수 공기업으로 뽑혔고, 2년 연속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재경부 관료 출신인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임명 당시 부처 출신 낙하산이라고 했지만 실적이 좋습니다. 시중은행들이 꺼리는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도 순이익을 2배로 늘리고, 자기자본 비율도 11.11%로 높였죠.” 비율 면에선 어떤가요? “정치인 출신 공공 기관장 비율이 역대 정부에 비해 낮습니다.” 박 수석은 제물포고등학교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대학 시절 성적도 좋았고, 행정고시도 4학년 때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그는 군수·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내무부를 지원하고 싶었지만 당시 교통부의 외청이었던 해운항만청을 지원했다. 내무부를 지원해 봤자 군필자들에게 밀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군사 정부 시절 군필자들은 배치받을 때 가산점이 부여됐다. 그러자 보임 계장이 그를 불러 “인사에 무슨 불만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향도 인천이고, 나중에 지역 기관장을 한번 해 보고 싶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그 후 그는 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1996년 그가 몸담고 있던 해운항만청이 수산청 등과 통합돼 해양수산부로 승격됐다. 2000년 여름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노무현 전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왔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노무현 장관 시절 그는 감사담당관과 인사 업무 등을 관장하는 총무과장을 지냈다.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 파견나가 있던 그는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후 대통령직인수위에 차출된다. 이후 청와대 국정상황실 팀장·국정상황실장을 거쳐 인사제도비서관·인사관리비서관을 지냈고, 5월 인사수석으로 승진했다. 전임자인 김완기 수석보다 열네 살 아래. 관료를 꿈꿨던 그는 “인사수석까지 되어 공직자로서 잉여 인생을 살고 있고, 그래서 사심 없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 관련 업무는 그동안 해수부 총무과장 시절까지 포함해 2년가량 맡은 셈입니다. 이런 이력에 비추어 인사수석으로서 스스로 적격하다고 봅니까? “참여정부 출범 후 국정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2년 근무했습니다. 그 후 인사 시스템을 설계하는 인사제도비서관, 인사 추천을 총괄하는 인사관리비서관을 거쳐 인사수석을 맡게 됐죠. 일부 언론에서 이 과정을 빗대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했지만 저로서는 자질을 검증 받고, 전문성과 경험을 착실히 쌓는 기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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