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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녹색 경영 시대

21세기는 녹색 경영 시대


환경운동이 급진주의자 전유물에서 벗어나 21세기 기업들의 새로운 키워드로 등장 이상주의적인 히피 기업가의 꿈이 실현된 듯하다. 지붕 위의 풍력 터빈으로 현금 출납기를 작동하고, 조명 대신 자연광을 사용하고,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로 제빵 오븐을 돌리는 환경매장. 빗방울을 모아 변기용 물로 쓸 정도로 환경친화적이다. 급진 환경 운동가의 헛된 백일몽이 아니다. 세계 3대 소매 유통 업체 테스코의 구상이다. 테스코는 환경보호 기술에 1억 파운드를 쏟아 부어 201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2000년 수준 대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앞으로 1년 동안 영국 전역에 환경매장 80개를 신설한다(심지어 재활용 자재로 건축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태워 전력을 얻는 매장도 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작은 변화로 큰 효과를 꾀한다. 비닐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에게 현금으로 보상해 준다. 이러면 2년 후에는 비닐 봉투 소비가 25% 줄어든다고 테스코 측은 기대한다. 지구를 구하는 데 관심을 보이면서 큰돈도 버는 민간기업은 테스코만이 아니다. 노르웨이의 태양 에너지 회사인 리뉴어블 에너지사(REC)는 지난 5월 기업을 공개했다. 신·재생 에너지 기업 사상 세계 최대 규모였다. 청약 경쟁률이 15 대 1에 달했고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몰려들었다. REC의 시가총액은 70억 달러에 근접했다. REC의 에릭 토르센 최고경영자를 이상향을 좇는 뉴에이지 가수 조니 미첼과 혼동할 사람은 없다. “환경 보호에 힘을 보태자는 데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토르센은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첫째 목표는 이익이다.” 한때 주류에 들지 못하던 환경운동 세계에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환경운동은 이제 비현실적인 자유주의자와 급진 운동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재계 지도자, 주주, 투자 관리자들도 적극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한다. 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동유럽의 홍수, 베이징의 황사 같은 자연재해는 이제 일반대중의 의식 속에서 기후변화와 연관 지어 진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생활양식과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협한다. 유럽이 3년래 두 번째의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하면서(영국은 역사상 가장 무더운 7월을 보냈고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40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 연관성은 더 확고해졌다.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 이제 어떤 정치인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됐다. 과거 녹색운동에 회의적이던 보수 정치인들도 이런 압력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공화당)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노동당)를 만나 양국 간 탄산가스 방출 시장 구상을 홍보했다. 또 2050년까지 캘리포니아주의 온실가스 방출량을 1990년 수준 아래로 줄일 계획이다. 영국 보수당의 바뀐 슬로건은 ‘청색에 투표하고 녹색을 실천하자(Vote Blue, Go Green)’이다. 보수당의 새로운 지도자 데이비드 캐머런은 북극을 방문해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직접 목격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런던에 있는 에드워드 왕조 시대 자택의 설계를 바꿔 풍력 터빈과 태양 전지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 사용이 30% 줄어든다. 독일에서는 최근 녹색당과 보수당들이 합동으로 프랑크푸르트 시정부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독일 역사상 그런 연합은 처음이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모든 비행기 이용자에게 배기가스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존 메이저 총리 시절 영국 보수당 정부에서 환경장관을 지낸 존 거머는 이런 환경 이슈를 베를린 장벽 붕괴 이전의 방위정책에 비유한다. “유권자들은 정당들이 으레 확실한 환경정책을 갖고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표를 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일은 재계 지도자들의 변화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환경보호 정책을 펼치며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고 돈을 절약하고 투자자와 일반 대중에게 더 좋은 이미지를 주려 애쓴다. 국제 환경 자선단체 기후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3개 다국적 기업(바이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듀폰 등)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태양 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총 11억6000만 달러를 절약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탄산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에코이매지네이션(Ecoimagination) 운동을 펼친다. 발전소에서 형광등 전구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다양한 저배출 제품의 판매도 한 가지 방법이다. 2004년 62억 달러였던 수익이 지난해에는 101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들의 슬로건은 “녹색은 돈”(Green is green)이다. 미국 달러 지폐의 색깔을 비유한 표현이다. 펀드 매니저와 기업 투자개발 담당자들도 투자대상 기업들의 환경 적합성을 감안하기 시작했다. 모험자본가들도 녹색 기업에 투자한다. 성장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5년 전에는 윤리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이나 환경에 관심을 갖는다고 여겨졌다. 정말로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환경 컨설팅 회사 카본 인터내셔널의 톰 화이트하우스 최고경영자는 말했다. “오늘날 환경이 완전히 주류가 됐다. 우리 사업의 기본 전제가 달라졌다.” 기업 경영자들도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풍향을 잰다. 각국 정부는 대차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한도를 정했다. 교토협약 목표치에 맞추려는 취지다. 지난해 유럽 2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출범한 유럽 배출권 거래제도는 기업들에 ‘탄산가스 배출권’을 할당한다. 기업들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그 권리를 사용하거나 공개시장에서 돈을 받고 팔아도 된다. 지금까지 8억8000만t의 탄산가스 배출권이 거래됐다. 액수로는 170억 유로를 웃돈다. 탄산가스 감축이 의무 규정이 아닌 미국에서도 많은 기업이 참여한다. 앞으로의 규제를 예상하거나 갈수록 환경의식이 강해지는 고객들을 붙잡아둘 목적에서다. 일본의 소니는 지난 7월 2010년까지 탄산가스 배출량을 2000년 수준 대비 7%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HSBC는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탄산가스 중립’적인 은행이 됐다. 배출하는 만큼 흡수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전 세계 76개국 1만1000개 회사 건물을 에너지 효율의 표본으로 탈바꿈시켜 나간다. “물건을 판매하는 기업이 이웃에 해를 끼치지 않는지를 바탕으로 쇼핑할 곳을 결정한다고 고객들이 알려줬다”고 테스코의 데이비드 노스 지역사회·정부 담당 이사는 말했다. “환경에 대해 책임 의식이 있는 회사인지가 고객의 선택에 갈수록 큰 비중을 차지한다.” 투자분석가들도 기업 관리자들의 환경의식이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을 판단하는 척도라고 보기 시작했다. 환경정책은 대체로 실천적 경영, 높은 소비자 신뢰, 좋은 기업 지배구조를 말해준다고 그들은 얘기한다. HSBC는 자신들의 환경·사회·행정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들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러시아를 관통하는 송유관 건설 사업이 좋은 예다. 그리고 2002년 환경위험기준을 처음 발표한 이래 점차 그 기준을 높여 왔다. 세계의 양대 보험사인 스위스 재보험사와 뮌헨 재보험사는 위험을 판단할 때 기후변화에 관한 기업들의 정책을 고려한다. 일본에서는 약 800개사가 탄산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줄이고 제품과 공장의 환경기준을 어떻게 강화할지 설명하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한다. “우리는 환경을 보호하는 사업방식이 전반적으로 훌륭한 경영관행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본다”고 스위스 재보험사의 크리스 워커 환경공존 사업개발 팀장은 말했다. “그런 유형의 기업들은 함께 사업을 하기가 더 편하다.” 다국적 기업들은 그런 유형의 회사임을 입증하려고 수백억 달러를 쏟아 붓는다. 지난 7월 GE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은 100억 달러 규모의 수력발전소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발전소들은 탄산가스를 모아 땅속에 파묻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지 않도록 한다. 골드먼 삭스는 지난 12개월 동안 에탄올 같은 바이오연료와 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원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파워라이트와 GE는 현재 포르투갈에 무려 7500만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의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일본 다이와 증권 투자신탁부의 다나카 슈이치로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환경문제 대책을 비용으로 간주했다. 지금은 사업 기회로 본다.” 경영방식이 환경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의 경우 주가 변동성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장도 인식하기 시작했다. 골드먼 삭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수는 현재 기업의 사업방식이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에 따라 세계 최대기업들의 순위를 매긴다. “환경문제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골드먼 삭스의 사라 포레스트 ESG 리서치 팀장은 말했다. 유엔의 새로운 ‘책임투자 원칙’에는 대형 투자자 수백 명이 서명했으며 이들의 자산 규모는 4조 달러(전 세계 자본의 10%)에 달한다. 모험자본가들은 이런 변화들을 모두 꼼꼼히 살펴보는 중이다. 이런 모험자본가 중에는 1990년대 닷컴 호황에 돈줄 역할을 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이제 대체 에너지 형식을 미래의 산업이라고 본다. 구글과 아마존의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실리콘 밸리의 모험 자본가 비노드 코슬라는 차세대 에탄올에 5000만 달러의 자본을 투자했다. 환경적인 근거에서 그 연료에 매료됐지만 자신은 주로 투자논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한다. “에탄올이 뛰어난 투자대상인 이유는 휘발유보다 더 싸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신·재생 에너지 기업에 투자된 모험자본은 지난해 무려 7억3900만 달러로 36% 증가했다. 40개 대체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윌더힐 클린 에너지 지수는 2004년 도입된 이후 48% 상승했다. 세계 최대의 풍력 터빈 업체인 인도의 수즐론 에너지는 지난해 말 3억4000만 달러를 공모했을 때 청약경쟁률이 28 대 1에 달했다. 중국의 태양 에너지 회사 선테크 파워는 지난 12월에 4억 달러의 자금을 조성했으며 그 후 주가가 5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모험자본이 투자된 유럽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는 독일 신·재생 에너지 회사인 Q-셀스였다. 10월에 4억 달러를 조성했다. 이런 두드러진 거래 규모에도 불구하고 대체 에너지에 투자되는 모험자본 비중은 아직도 미미하다. 지난해 미국에 투자된 모험자본 220억 달러의 1%에도 못 미친다(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험자본이 몰려든다). 한 가지 이유는 모험자본가들이 맨땅에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기업보다는 기존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신 같은 존재라도 이 법칙을 따라야 한다. 코슬라는 에탄올에 투자할 당시 자신의 회사가 아닌 개인 자금을 동원해야 했다. 모험자본가들은 그런 상황이 대체연료를 어떻게 취급할지에 관한 정부의 입장이 계속 불확실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주요 국가들은 모두 에너지 이동과 사용을 규제한다. 사실상 어떤 기술에는 혜택을 주고 어떤 기술에는 불이익을 주는 셈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에탄올 생산자들에게 보조금을 주지만 온실가스 배출 상한을 정하거나 탄산가스 배출권 거래의 기본규정을 확립하려 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조치만 시행되면 청정 에너지에 투자하려 할 때 두려움이 많이 해소되리라고 모험 자본가들은 말한다. 환경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막강한 규제 반대 로비도 뚫어야 한다. 로비 단체들은 교토협약 같은 목표치 때문에 규제를 받지 않는 개도국 기업들에 비해 선진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한다고 주장한다. “도산할지도 모를 판에 지상에서 가장 환경보호가 잘되는 나라가 돼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영국 제조업 단체의 대변인 마크 스위프트는 말했다. 조니 미첼이 “그들은 천국에 도로포장을 해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노래한 지 30여 년이 흘렀다. 이제는 환경보호론자들과 대기업들이 대체로 손발을 맞추는 듯하다. 올해 초 영국의 일류회사 중 14개 기업(셸 그룹, 보다폰 등)의 지도자들은 블레어에게 서한을 보내, 멀리 2025년까지 확실한 온실 배기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라고 촉구했다. 2025년이면 교토협약 마감시한인 2012년을 훨씬 넘긴 시점이다. 이익이 주된 동기지만 많은 경영자는 내심 그런 커다란 변화 덕택에 환경 기준에 부합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음을 환영한다. HSBC의 환경 행동계획 공동 책임자 프랜시스 설리번은 회사가 왜 나무를 심어 탄산가스 배출을 상쇄하고 석유와 석탄 대신 빗물과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는 은행을 건설하는지 설명할 때 ‘재무 기초체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자신의 두 딸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도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딸들은 그에게 외출할 때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반드시 소등하라고 잔소리를 한다. 돈벌이는 물론 멋진 일이다. 돈벌이와 동시에 지구도 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With JOHN SPARKS in New York, KARLA ADAM in London and AKIKO KASHIWAGI in Tokyo 차진우 jinc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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