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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법은 하나도 없는 요리책

조리법은 하나도 없는 요리책


저명 언론인 두 명이 파헤친 음식 문화의 별천지 이번 시즌에 저명한 언론인 두 명이 음식에 관해 주목할 만한 책을 냈다. 두 책 모두 소설만큼 재미있을 뿐 아니라 열정적인 마음의 여행이 담겨 있다. 빌 버포드의 ‘히트(Heat)’와 마이클 폴란의 ‘잡식가의 딜레마(The Omnivore’s Dilemma)’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강력한 주장으로 이어진다. 폴란은 정원사이자 요리사이며 자연과학을 매우 우아하게 설명하는 작가다. 이런 책을 쓰기에 딱 알맞은 사람이다. 그는 음식에 관한 논란을 묘사하는 네 끼의 식사를 소개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이야기에서 환경 파괴를 초래하는 옥수수 단일 재배 이야기로 넘어간다. 옥수수 재배 과정에는 옥수수에서 얻는 에너지보다 많은 연료가 들어간다. “사람이 석유를 직접 마시지 못해 유감이다.” 폴란은 또 미국 정부의 농업 보조금이 미국의 비만 인구 증가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미국인들은 “건강한 식생활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매우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는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가축을 몰아넣은 사육장과 항생제로 찌든 공장화된 축산농장을 방문한다. 자신이 먹는 치즈 버거에 쓰이는 소를 기르는 곳이다. “치즈 버거를 먹을 때는 일부러 떠올리려 하지 않는 한 살아 있는 소와 연관시키지 않게 된다.” 홀 푸즈(유기농 제품을 취급하는 미국의 대형 수퍼마켓)에서 폴란은 ‘산업 유기농’이라는 말이 모순어법(양립하지 않는 말을 서로 짜맞추어 수사적 효과를 올리려는 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또 ‘수퍼마켓 목가(牧歌)’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다. 거대한 유기농 산업이 갈수록 흙과 멀게 인식되는 상황에서 흙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려고 이용하는 ‘문학적 광고문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이런 생각 때문에 사먹는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그는 또 버지니아의 한 유기농 농장에서 일한다.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해 재활용하는 완벽한 유기농 농장이다.(“소들이 햇빛을 먹은 풀을 먹는 곳”) 그리고 그는 나중에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 직접 잡은 닭으로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어떻게 보면 닭을 잡을 때 가장 양심에 걸리는 점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폴란은 동물권리 운동가들의 주장을 연구하는 동안 채식주의자가 된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로서의 식사 경험을 소개한다. 그는 마침내 수렵채집인으로서 가장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요리한다. 뉴욕의 작가 겸 요리사인 버포드는 맨해튼에 있는 마리오 바탈리의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 배보의 주방으로 힘차게 걸어 들어간다. 그는 주방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정(그리고 미친 듯 돌아가는 바쁜 상황)을 묘사한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의 요리가 “일상적인 요리와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탈리는 벽에 붙은 록 스타의 포스터처럼 상징적이고 가까이서 접하기 힘든 존재다. 버포드는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알아볼 양으로 열정적으로 요리에 매달린다. 그는 바탈리의 조언자인 런던의 레스토랑 주인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와 함께 뇌조(雷鳥) 고기를 먹는다. 또 바탈리의 스승 베타를 찾아 이탈리아 산속 마을까지 가지만 음식 재료에 손대도록 허락을 받기까지 열흘이나 걸렸다. 가장 기억할 만한 일은 그가 토스카 지방에서 정육점 주인 다리오 체치니(그리고 그의 스승인 ‘마에스트로’)로부터 고기 다루는 법을 배운 일이다. 버포드는 다리오가 정육점 주인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생명을 잃은 존재를 다루는 예술가”로 보이고 싶어 한다고 썼다. 책의 뒷부분에서 버포드는 이와 비슷한 달콤씁쓸한 결론을 내린다.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일은 도전적인 행위이며, 현대성에 반대된다. 그런 음식을 찾아서 먹어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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