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은 서럽다...누구도 돌보지 않는 미아 신세
‘차남’은 서럽다...누구도 돌보지 않는 미아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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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도 없는 중견기업 정말일까? 변 사장의 말처럼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는 확률은 ‘제로’에 가까운 것일까? 불행하게도 사실이다. 현재 국내 매출 기준 200대 기업 중 1970년대 이후 창업한 곳은 웅진코웨이가 유일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초 발표한 보고서에도 잘 나타난다. KDI에 따르면 1993년 중소 제조기업에 속했던 기업 중 10년 후 생존한 기업은 25.3%에 불과했다. 이 중 중소기업 기준을 졸업해 성장한 곳은 불과 75개뿐이고, 500인 이상 업체로 큰 곳은 0.01%인 8개에 불과했다. 물론 8개사 중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한 곳뿐이다. 그런데 의문점이 생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수가 300명을 넘고 자본금이 80억원을 넘으면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중견기업을 논하는 맹점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중견기업’은 없다.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용어다. 정부·학계·재계 모두 정의가 제각각이다. 국내 굴지의 민간 경제연구소에서조차 “지속 성장하면서 성과가 뛰어난 중규모 기업”이라고 규정할 정도다. ‘중견기업’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1980년 후반부터니까 거의 20년 가까이 법적 정의도 없는 기업집단을 추상적으로 규정해놓고, 업계와 정부가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해 온 셈이다. 규정이 없는데 지원·육성책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최근 1~2년 사이에 고무적인 시도는 있었다. 국회에서 지난해 중순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발의되면서 법적으로 중견기업 범위를 설정하는 작업이 있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10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초과 1000억원 이하인 기업”이라고 설명했다(박스기사 참조). 산업자원부도 용역보고서를 통해 중견기업을 ‘상호출자제한기업이 아닌 상시근로자 300~999인, 매출액 400억~1조원 사이’로 정의했다.
큰아들과 막내에 낀 설움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사정은 어떨까? ‘중견(中堅)’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단체나 사회에서 중심이 되는 사람, 또는 지위와 규모는 그다지 높거나 크지 아니하나 중심적 역할을 하거나 확실한 업적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라고 돼 있다. 사전의 의미를 빌린다면 ‘중견기업’은 나라경제의 중심이 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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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졸업 순간 지원 ‘뚝’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은 ‘300명 딜레마’에 빠진다.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최저한세 우대를 비롯해 13가지나 되는 조세지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면서 상시근로자가 300명에 육박하는 중소기업 CEO들은 이런 혜택의 달콤함이 사라지는 두려움 때문에 인위적으로 회사를 쪼개기도 한다. 잘 알려진 H사가 그런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직원수가 290명에 달했고, 회사를 늘려야 할 입장이었지만 자회사 설립, 조직개편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런 사정은 관련 부처 관계자도 잘 안다. 산자부 관계자는 “중견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소 벤처기업들 직원이 300명 선에 이르면 더 이상 직원을 확충하지 않고, 분사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해 중기 지원을 받는 데 얽매여 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가 올 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업원 300~1000명인 제조업체 663개 중 3년간 중소기업 유예기간에 해당되는 5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9%가 중소기업으로 다시 복귀를 희망했고, 17.9%는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을 분사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걸림돌만 제거해 달라는데” 중견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많지가 않다. 상당수 중견기업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다만 보다 우량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걸림돌(규제)을 제거해 달라는 정도의 요구다. 대기업도 아닌데 공장도 제대로 짓지 못하고,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신용보증이 되지 않는 문제들은 정부에서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KDI의 한 연구원은 “실적이 좋고 성장 여력이 충분한 중소기업들도 규모를 키워 대기업(300명 이상)으로 성장하면 중소기업 지원혜택이 끊겨 경영여건이 갑자기 나빠지게 되는 현행 정책 환경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구시대 유물이나 마찬가지인 중소기업기본법부터 싹 정비해 기업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중견기업특별법이 상정은 물론 공청회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한 현실에서 기업체계를 다시 짜는 수준을 정부에 기대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기준법은 그대로 놔두되, 중견기업 범위를 법적으로 정해 지원책을 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한 야당의원의 의견이 더 현실에 가깝다.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관련 법률안’ 제정이다. 그래야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이 법률안 속에서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성장할수록 국가의 혜택을 받는 ‘인센티브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미 정책 솔루션은 도약기의 중견기업들을 위해 첨단기술 개발, 글로벌 해외마케팅, 부품소재분야 신기술 접목 등 미시적 산업정책, 중견기업 간 인수합병 통한 기술 역량 확충, 규제완화와 조세혜택 등의 지원방안 확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제시돼 있다. 중소기업 졸업 기업 열 곳 중 여덟 곳이 중소기업 제외가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답하고, 지난 30년간 대기업으로 성장한 중견기업을 손꼽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활성화 올인’이라는 구호는 그야말로 헛구호에 불과해 보인다.
숫자로 보는 ‘허리기업’ 300~1000명 기준 중견기업 2000여 개 불과 중소기업이 10년 후 500인 기업될 확률 0.01% 지난 30년간 대기업으로 성장한 중견기업 단 1곳 중소기업 지원대책 1000개, 중견기업은 '규제만' 중견 진입한 기업 10곳 중 6곳 '중기 복귀 희망' 외환위기 후 중견 100여 개, 종업원 10만 명 줄어 중소기업 "중견되지 않게 회사 쪼개 분사한다" 320명 넘고, 매출 450억원 진입할 때 '경쟁력' 급증 ‘중소기업 쮝 중견기업 쮝 대기업’ 순환구조 실종 |
중견기업 지원 특별법 국회 통과되면 |
중소기업 졸업해도 신용보증 지원 일단 중견기업의 범위가 법적으로 정해진다. 이는 그동안 중소기업·대기업으로만 나뉘었던 기업 체계가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혜훈, 황우여, 엄호성, 안상수 의원 등 13명이 지난해 발의한 ‘중견기업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수가 300~999명 또는 자본금 80억원 초과, 1000억원 이하인 기업이 중견기업 범위에 속하게 된다. 건설업과 운송업은 300~999명, 자본금 30억원 초과, 800억원 이하인 기업이다. 통신업과 운수업의 경우는 상시근로자 200~999명 또는 매출액 200억~5000억원 이하로 규정됐다. 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경우는 제외된다. 또 중견기업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법인이 주식 총수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있어도 중견기업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중견기업 범위에 있다가 성장해 졸업하게 되어도 2년간은 중견기업으로 보고 지원이 유예된다.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업에 3년간 중소기업 혜택을 주는 제도와 유사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시책을 수립해 실시해야 한다. 국무총리 소속하에 중견기업발전위원회가 설치되고, 재정경제부장관, 국무조정실장 등 16개 부처장이 당연직 위원이 된다. 중견기업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예를 들어 중견기업이 공장 증설을 하는 경우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 18조에 의한 총량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공장설립과 관련한 개발 부담금, 농지보전부담금 등도 감면된다. 연구개발(R&D)에 필요한 금융 및 세제상의 지원 시책도 마련된다. 또 중소기업을 벗어난 중견기업들이 가장 큰 애로점 중 하나로 꼽는 신용보증·기술신용보증 등과 관련, 법이 정한 규정을 충족하면 우선적 신용보증 대상에 포함되고, 기술신용보증을 통해 필요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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