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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Lady First’안 통하는 나라

노르웨이, ‘Lady First’안 통하는 나라

얼마 전 노르웨이의 IT기업인 A사 짐머 사장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짐머 사장은 예전에 한국 IT분야 투자정보와 관련해 무역관에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간 전화 통화나 e-메일 교신은 있었지만, 직접 그의 사무실을 방문하기는 처음이었다. A사는 오슬로에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IT클러스터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짐머 사장은 나를 반갑게 맞으며 회의실로 안내했는데, 이어 “어떤 차를 드릴까요” 하며 묻는 것이 왠지 낯설었다. 짐머 사장이 손수 커피를 타서 주는 것이 아닌가.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있던 직원을 포함해 사무실에 있던 다른 모든 직원은 별일 아니라는 듯 자신들의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 후로 몇 번 다른 노르웨이 업체들을 방문했을 때에도 비슷한 광경이 목격되었다. 노르웨이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바이킹으로 유명하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빠르고 민첩한 소형 배로 인근 국가인 영국·프랑스 등을 헤치고 다니며 침략과 약탈을 일삼았던 민족.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500년 전이나 앞서 이미 그곳을 뱃길로 왕래했었다고 하니 바이킹들의 활발한 활동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옛날 노르웨이에는 단 3개의 계급만이 있었다고 한다. 전쟁에 나가 싸우는 전사(Warrior), 물건을 사다 파는 상인(Merchant), 농사를 짓는 농부(Farmer). 전통적으로 이렇게 사회적 계급이 단순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권위 없는 평등사회가 되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러한 노르웨이의 사회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한 예로 지난해 9월 출범한 새 정부의 내각명단을 들 수 있다. 리스트에 오른 대부분이 40대의 장년층 장관들이다. 장관을 지냈던 사람들이 그 산하기관의 사장도 아닌 국장급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이것은 비즈니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노르웨이 비즈니스맨들은 양복보다는 캐주얼을 선호한다. 또한 인간관계에서도 표리부동하거나 돌려서 얘기하는 태도를 매우 싫어한다. 곧잘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후 그 다음 화제로 넘어가곤 한다. 남녀평등도 철저하다(?).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라는 규범이 잘 통용되지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면 악수하는 것을 좋아하므로 남녀 할 것 없이 첫 만남에서나 헤어질 때에는 반드시 상대방과 악수하는 것이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노르웨이인들의 보수적인 국민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새로운 거래처에 대한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쉽게 거래를 하려들지 않는다. 물론 일단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가격이나 품질에 큰 하자가 없는 한 약간의 가격 차이 등을 이유로 거래를 돌리지도 않는다. 상대방과의 신뢰를 철칙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수입상들은 자국의 시장 규모와 구매량의 한계점을 인정하고 있기에 합리적인 요청인 경우에는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 수출업자들이 가격이나 거래 조건 등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신중히 상대방과 협상에 임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단일 품목의 경우 여러 명의 바이어에게 동일 모델을 공급하게 되면서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급 중복 회피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9월 1일부터는 한-EFTA간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다. 한국과 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서유럽 4개국으로 구성된 EFTA, 즉 유럽자유무역연합 간 자유무역협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거리상 워낙 멀리 떨어져 있고 우리나라와의 교역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보니 노르웨이는 아직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번 EFTA 발효를 기점으로 문화적으로나 비즈니스 상으로 더욱 가까워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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