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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 수출이 꿈은 아니다

한국 원전 수출이 꿈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원전기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불과 30여 년 만에 총 20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세계 6위의 원전국가로 도약했다. 특히 100만kw급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그리고 140만kw급 신형원전(APR-1400)은 외국기술을 들여와 한국 실정에 맞추어 개발된, 원전기술 자립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리고 호기당 고장정지율과 원전이용률에서 한국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한국 원자력산업계는 이 같은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원전산업의 새로운 발전기회를 찾고 원자력의 국내 수용성 제고를 위해 한국형 원전의 수출에 박차를 가해 왔으며, 정부 또한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원전의 수출을 위한 인프라는 미국·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에 비교해 많이 떨어진다. 따라서 8월 2일자 뉴스위크의 보도는 향후 원전 수출을 위한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었다. 그러나 여러 현실적 제약 속에서 어려우나마 한국형 원전의 틈새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정부 담당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사내용이 다소 안타까웠다. 먼저, 원천기술이 없다면 한국형 원전의 수출은 전혀 불가능한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원전 도입국 모두가 중국과 같이 기술이전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으며, 대부분이 원전의 경제성이나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기술이전을 강하게 요구하는 국가 역시 한국 원전의 경제성과 안정성이 충분히 입증된다면 원천기술 보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진출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 원전수출로 인한 부가가치를 제고하려면 원천기술의 확보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산자부는 한국형 원전의 완전한 기술자립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에 의존 중인 일부 핵심기술의 자립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제어계측계통은 독자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왔으며, 핵심코드 개발도 신규 국가전략과제로 검토 중이다. 물론 우리의 R&D 지원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작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하에서 최대한 성과를 거두려는 정부의 고충도 이해해 달라면 지나친 요구일까? 정부가 부품수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플랜트 수출의 가능성을 제고하려면 부품이나 기술용역의 수출을 통해 해외 수출기반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까지 원자력 기술수출 누계액은 3억5600만 달러 수준이지만, 수출분야가 증기발생기 등의 핵심부품부터 시운전 지원 등 기술인력을 통한 용역분야까지 다양해지고, 수출국도 미국·캐나다·프랑스·중국 등으로 다변화됐다. 특히 중국 설비시장의 경우 정부는 두산중공업 등 한국 설비업체의 진출 확대를 위해 산자부 장관 명의의 친서를 관계 당국에 전달했으며, 차관이 직접 방문하는 등 한국 업체의 수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실 원전 수출 추진체계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또 상당수의 경우 나름대로 타당하며 참고할 사항도 많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까지 한국 원전이 수출되지 않은 이유가 단지 발전회사 중심의 수출구도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원천기술 미확보로 인한 기술이전 제약, 그리고 한국형 원전의 낮은 인지도 등 근본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는 편이 합리적이다. 또한 수출체제의 개편 문제는 개편과정에서 나타나는 시간비용, 이해관계자 간의 조정비용과 개편된 체제의 경쟁력 확보 가능성 등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안이며, 한국전력기술 등 전력그룹사의 구조개편 문제와도 연계해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산자부에서는 이러한 현실 인식 아래 한국전력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산업 여타 부문과의 동반진출을 지원하는 등 보완책을 찾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원전발전 6위 이상의 브랜드 파워를 내려면 기업 차원의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대규모 국책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상회담은 물론 각종 정부 간 협상채널 등을 통해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원전 진출에 협력을 요청해 왔다. 또한 해외 주요 정책결정권자들의 국내 초청을 통해 한국의 원전기술 인식을 높이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경주할 필요가 있다. 한국 원전 업계의 기술과 인력은 우리나라를 성장시켜온 동력일 뿐 아니라 소중한 자산이다. 자동차·조선·반도체 분야도 사업 초기의 열세를 딛고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현재 주력 수출군이 됐다. 한국의 원전산업도 이처럼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원전 발주가 예상된다. 잠자는 자에게 기회는 오지 않는다. 플랜트 수출이든, 부품수출이든 시도하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한국 원전산업의 경쟁력은 제고되리라 믿는다. 한국 원전산업은 지금 시도하고 부딪히는 중이다. (필자는 산업자원부 원자력산업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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