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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명품 시계로 블루오션 개척”

“기계식 명품 시계로 블루오션 개척”

얼마 전 무늬만 명품인 시계를 들고 국내에 유통한 ‘빈센트 사기극’이 화제다. 오리스는 이와 반대로 실속 있는 명품 시계를 추구한다.
“한국은 20년 전만 해도 군부 독재 시절이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도 굉장히 보수적이었습니다. 이런 성향은 시계 패션에도 고스란히 나타났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금이 많이 박힌 ‘반짝이 시계(Glit- tering Watch)’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기계식 시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고, 디자인 안목도 굉장히 앞서갑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오리스를 이끌고 있는 헤어초크(Ulrich Herzog·63) 회장이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당시 공항 면세점에 오리스 시계를 선보이면서였다. 그 후 1년에 적어도 한두 번씩 한국을 찾는 자칭 ‘코리아 마니아’가 됐다. 가장 큰 ‘고객’인 일본과 한국 시장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일본과의 관계가 민감하지 않느냐”며 답변을 피할 정도다. 헤어초크 회장이 이끄는 오리스는 건전지가 들어가지 않는 기계식 시계의 대명사로 현재 명품 시계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은 업체로 명성이 높다. 명품 시계는 크게 보석·패션 브랜드들이 생산하는 시계와 독자적인 기술력에 오랜 전통을 가진 전통 시계 업체들이 만드는 기계식 시계로 구분된다. 전자에 까르띠에나 불가리 등이 해당한다면 후자는 파텍 필립·바쉐론 콘스탄틴·브레게 등이 포함?수 있다. 패션 시계는 최고급 명품 업체들이 생산하는 수천만 원짜리 시계에서부터 중저가 브랜드들이 생산하는 수만 원짜리 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패션 브랜드의 시계 중 100만원대 이하에서 기계식 시계를 찾기란 쉽지 않다. 반면 전통 제조업체들이 만드는 기계식 시계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른다. 헤어초크 회장이 말하는 명품 시계 시장의 블루오션은 100만원대 이하에서 구입할 수 있는 세련된 기계식 시계다. 오리스는 바로 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헤어초크 회장은 “우리가 겨냥하는 타깃층은 이제 막 기계식 시계의 매력에 빠진 25세에서 45세 사이의 남성 시계 애호가”라며 “오리스는 이 시장에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오리스가 가격만 가지고 이 시장을 석권한 것은 아니다. 기계식 시계 애호가들의 이미지에 걸맞게 포뮬러 원(F1) 경주부터 스쿠버 다이빙까지 고급 스포츠 행사를 후원해 왔다. BMW 윌리엄스 F1팀의 공식파트너로 자리 잡았고, 최근엔 잠수 부문 세계 기록 보유자인 카를로스 코스트와 3년 파트너십을 맺었다. 클래식과 재즈도 적극 마케팅에 활용해 왔다. 1996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런던 재즈 페스티벌의 파트너가 된 것. 당시 루이 암스토롱·마일스 데이비스·찰리 파커 등 재즈 거장들에게 한정판 시계를 선사하면서 재즈 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행을 앞서는 디자인도 오리스의 강점이다. 오리스 시계의 특징인 큰 크라운(버튼)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장갑을 끼고 시계를 봐야 하는 파일럿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그 인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바퀴나 비행기 계기판 등을 시계 디자인에 적극 활용해 컬렉터들에게도 주목을 받아 왔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리스이지만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헤어초크 회장은 “특히 1970년대 말 하이테크로 무장한 일본 시계 업체들이 세계 시계 시장을 주름잡으며 스위스 시계 산업은 물론 우리도 위기를 맞았다”며 “당시 조직을 재정비하며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시계가 전통과 기술이 어우러진 패션 제품으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라며 “한국에선 그런 트렌드가 다른 어떤 곳보다 더 빠르기에 기대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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