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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에게 배우는 경영] 아이아코카도 놀란 교육 훈련 투자

[위인에게 배우는 경영] 아이아코카도 놀란 교육 훈련 투자



최초로 사원 공채한 이유
1957년 1월 30일 삼성은 우리나라 기업 사상 처음으로 사원 공개 경쟁 채용시험을 실시했다. 공채는 두 가지 측면, 인재를 널리 구할 수 있었고 연고 채용을 배제할 수도 있었다. 공채시험은 필기시험과 면접으로 이루어졌는데, 삼성은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면접에 상당한 비중을 두어왔다. 심사위원으로 면접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이병철(호암) 전 회장은 모나지 않고 용모가 단정하면서 평범한 사람을 좋아했다. “얼굴을 보고 말 몇 마디 듣고 그 사람의 인품을 제대로 가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줄 알면서 나는 재기에만 치우친 듯한 젊은이보다는 성실하고 온후한 인상을 주는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간다. 나는 채용기준에 있어서 학력에 50점, 인물에 50점씩 배정한다. 인물은 용모단정하고, 건강하고 능동적인 성격을 우위에 둔다. 이 점은 필기시험 성적에 치중하는 타사와는 다르다. 학과 성적이 좋다고 해서 꼭 훌륭한 인재라고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최우석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제일제당·제일모직·한국비료·삼성전자 같은 회사는 우수한 기계로 건설해 조직화해 놓았기 때문에 중간에서 누수현상 없이 잘만 가동하면 이익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특출한 재주를 가진 사람보다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삼성은 공채제도를 통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유형의 인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또 인사 청탁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 채용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바람막이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잡은 고기 먹이 더 준다
이 전 회장은 엄격한 과정을 거쳐 사람들을 뽑은 다음에도 교육 훈련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세계적 수준의 교육시설을 마련했으며, 웬만한 선진기업보다 훨씬 많은 교육예산을 투입했다. 언젠가 미국 제3의 자동차회사였던 크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 전 회장은 삼성의 교육 예산이 자기네 회사의 곱절이나 되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연수원에 들렀으며, 단 5분이든 10분이든 교육현장을 둘러보곤 했다. 최고경영자가 각별히 애정을 쏟고 있는 분야에 임직원들의 관심이 쏠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삼성의 전략적 중심이 되는 분야, 다시 말해 전략 부문을 집중적으로 방문했다. 전자산업에 집중할 때는 전자단지를, 반도체사업에 들어갔을 때는 반도체 공장을 주로 방문했다. 그런데 이런 조류와 상관없이 꾸준히 수시로 들른 곳이 바로 연수원이었다. 지금도 교육 훈련은 삼성 경영 및 관리의 가장 중요한 하부구조를 이루고 있다. 앞에서 우리는 삼성의 교육 예산을 언급한 바 있는데,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삼성의 교육은 우수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삼성은 특히 신입사원 교육을 중시한다. 신입사원들을 제대로 가르쳐 놓아야만 오랫동안 조직생활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한 달 동안 강도 높게 진행되는 교육기간 중 신입사원들은 삼성의 역사와 경영이념, 직업관, 정신자세 등을 배운다. 삼성의 체계적인 교육훈련은 앞으로도 삼성의 중요한 핵심역량의 하나가 될 것이다.

깨끗한 조직의 조건
아무리 공정하게 우수한 인재를 뽑았다고 하더라도 인사관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직은 신뢰를 잃고 뛰어난 사람들은 회사를 떠난다. 설사 조직에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채용뿐만 아니라 배치·승진 등의 모든 인사관리 과정에서 학연·혈연 등 일체의 비합리적인 요소를 배제하려는 이유다. 이런 노력은 이 전 회장의 공채로 시작되었다. 삼성이 내거는 인사관리의 기본목표는 사원 각자가 개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그들의 인사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능력주의다. 삼성의 모든 임직원은 매년 엄격한 능력평가를 받는다. 결과에 따라 각자가 받는 급여 등의 처우가 달라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승진·승격도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이런 능력주의 원칙의 성패는 공정한 평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삼성은 아주 정교한 인사고과시스템을 개발, 평가할 때의 주관성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사람에 대한 평가의 객관성이 무너지면 회사의 통제가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둘째 원칙은 적재적소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의 능력·적성·소질·특성·경력 등에 대한 정확하고도 광범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삼성은 각종 시험·평가·면담 등을 통해 수집한 각 개인에 관한 포괄적인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보관하고 정기적으로 최신 내용으로 바꾼다(updating).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합리적인 배치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셋째,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다. 비록 사소한 공적이라도 자세히 조사해 상을 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게 한다. 반면 직무태만이나 과실에 대해서는 반드시 응분의 징계를 내린다. 이렇게 해야 회사의 규율이 지켜지고 조직의 활력이 나온다는 것이 호암의 생각이었다. 이런 신상필벌 원칙은 전통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과정에서 냉혹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삼성이 자랑하는 ‘깨끗한 조직’의 토대가 된 것은 분명하다.

'정원 공장' 사건
호암은 경영방침의 하나로 ‘업계 최고의 대우, 업계 최고의 근로조건’을 내세웠다. 이는 창업 이래 삼성이 줄곧 지켜온 원칙이다. 삼성은 회사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월급을 제때에 지급하지 않거나 자사 제품이나 주식을 보너스 대신 준 적이 없다. 이것은 분명한 원칙과 그것을 지키려는 경영자의 의지가 없으면 힘든 일이다. 호암은 삼성의 급료를 정하는 원칙에 대해 1970년 다음의 두 가지를 내세운 바 있다. ① 물가를 반영하여 생활이 안정되도록 최소한 생계비는 되어야 한다. ② 다른 회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는 또 복리후생 면에서도 최고의 수준을 지향했다. 다음 내용은 그의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다. “1953년 제일모직 공장을 지을 때의 일이다. 호암은 공장을 짓는 것 못지않게 기숙사 시설에 신경을 썼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공장과 기숙사에 스팀 시설을 한 것은 제일모직이 최초였다. 게다가 기숙사엔 목욕실·세탁실·다리미실·휴게실 등을 두었고, 조경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마치 ‘공장 속의 정원’이 아니라 ‘정원 속의 공장’을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원 공장’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비웃었다. 그러나 호암은 ‘회사는 종업원들을 가족처럼 보살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종업원들이 직장을 내 집처럼 느껴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제품도 좋게 나오며, 회사도 잘 운영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호암은 이미 1950년대에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도 손색이 거의 없는 훌륭한 기숙사를 지었고, 매우 멋진 정원도 조성했던 것이다. 그러자 제일모직이 사원 대우를 잘해준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그리하여 이 회사가 생산직 여사원들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붙자 공장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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