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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국제행사와 회의가 잇따라 열리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 전경. |
2006년 10월 27일. 제주도로선 기쁜 날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 중인 중문관광단지에선 반대 시위가 벌어졌지만 제주공항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공항 이용객이 4년 연속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전갈이었다. 이 추세라면 연말에 1220만 명을 웃돌 전망이다. 이보다 넉 달 앞선 7월 5일 제주시내에서 동쪽으로 25km 떨어진 구좌읍 김녕리. 1994년 관광지구로 지정됐으나 곶자왈 훼손 문제가 제기돼 지지부진하던 묘산봉지구 개발사업이 드디어 첫 삽을 떴다. 2011년까지 135만 평 부지에 1조300억원을 들여 36홀 골프장과 영상단지, 문화예술파크 등을 건설하는 공사다. 같은 관광지구 안에서 한류 스타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대하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장 건설 공사도 마무리 단계다. 드라마 PD로 유명한 김종학 프로덕션이 조달한 펀드자금 250억원이 투입됐다. 태왕사신기 성공 기원제가 열린 올 3월부터 일본 여성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 제주도 곳곳에선 해양관광레저 시설을 비롯해 기업체 연수원, 요양병원 등 각종 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2조2000억원 규모의 자본유치 등 민간투자가 활발해진 것이다. 투자 바람은 관광 쪽에서 일었다.
|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 세트장 건설공사 현장. | |
특히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해양관광단지, 제주시 조천읍 비치힐 리조트, 제주시 구좌읍 제주골든파크 조성 등 3건의 사업은 제주관광 1번지 중문단지보다 큰 규모로 인근 묘산봉지구 개발, 태왕사신기 촬영 세트장과 함께 북동부권 개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외국인 투자도 활기를 띤다. 컨벤션앵커호텔·폴로 승마 리조트·메디컬 리조트 조성 등 3개 사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2억9400만 달러)가 진행 중으로 토지 매수와 사업계약 등으로 87억원이 들어왔다. 또 국제자유도시 선도 사업 중 하나인 신화역사공원 등 3개 사업에 미국 자본을 중심으로 1조35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가 들어와 협의 중이다. 2002년 4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 이후 관광개발 분야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모두 51개로 총 투자규모는 10조3000억원. 34개 사업(투자규모 7조2000억원)이 사업승인을 얻었고, 17개 사업(3조1000억원)은 사업예정자로 지정됐다. 양만식 국제자유도시추진국장은 “1976년 중문관광단지 개발로 시작된 제주 관광개발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투자”라고 강조했다. 병원 자본도 움직인다. 아직까진 외국 자본만 영리법인을 세울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가운데 일본 M법인이 서귀포시 안덕면 삼방산온천을 사들여 예방 전문병원인 클리닉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제주로 이전을 추진 중인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 기업과 은행 등이 연수원을 짓기 위해 탐색 중이다. <투자유치현황 표 참조> 제주도청에 가면 여느 곳과는 다른 조직과 사무실을 발견한다. 다름 아닌 ‘일괄처리과’. 그 전에는 관광개발 사업을 하려면 사업허가 받는 데 1년, 환경영향평가 받는 데 또 1년이 걸렸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 조건은? |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만나야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농어촌은 그 자체가 훌륭한 체험관광 상품
관광, 기대하지 않은 1%로 승부하라 즐거움·감동을 주는 세심한 서비스가 아쉽다
상상력·창조력을 발휘하라 세계 유일 비즈니스 모델이 통한다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
이런 불편을 덜어주는 곳이 일괄처리과로, 청사에 오면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입구 오른쪽 첫째 방에 자리 잡았다. 또 입구 왼쪽은 투자지원과다. 이 같은 직제 개편과 행정서비스 개선으로 인허가에 걸리는 기간을 종전 평균 22개월에서 13개월로 단축했다. 제주도는 투자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10일 미국 LA에서, 15일에는 홍콩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제주 ‘한류 중심지’로 뜬다 9월 말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약 400만 명. 이 추세라면 3년 연속 500만 명을 넘어서고 올해 목표 540만 명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9월 11일 30만 명을 넘어섰는데, 그 시점이 지난해보다 35일 빨랐다. 여세를 몰아 한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류 엑스포 IN ASIA’가 11월 29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 100일 동안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다. ICC는 태왕사신기 촬영장과의 연계 관광에 기대를 걸면서 일본인 등 외국인 5만 명과 내국인 등 15만 명의 관광객 유치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별도의 ‘한류문화관’ 건립도 추진된다. 서귀포시 3000평 부지에 300억원을 들여 2008년까지 짓는 이곳에는 한류 스타 팬 미팅과 콘서트용 뮤지컬하우스, 영화관과 소품 상품관 등이 들어선다. 제주도 하면 ‘3다(多)’를 떠올리는데 시대에 맞게 명세를 바꿀 때다. 돌·여자·바람 대신 관광명소·골프장·국제회의로. 지난 3년 동안 제주에선 아시아개발은행(ADB)·유엔환경계획(UNEP) 총회 등 대규모 국제회의가 44차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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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도 미국여행산업협회(ASTA) 총회, 세계스카우트총회, 세계지자체연합아태총회(UCLG) 등이 예정돼 있다. 제주는 정상회담이 자주 열리는데 그 역사적 장소가 평화의 전당으로 꾸며져 9월 문을 열었다. 100만 평 부지에 돌 조형물 1만4000여 점이 설치된 돌문화공원도 특색 있는 볼거리다. 그런데 제주를 찾는 관광객 증가율이 2004년부터 둔화되는 모습이다. 국내외 관광지보다 앞서가려면 여러 가지를 고쳐야 한다. 자주 거론되는 것이 비싼 관광요금과 폐쇄적 정서다. 이런 점에서 유덕상 환경부지사의 경험담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부임한 뒤 얼마 안 돼 부인과 함께 돌문화박물관을 찾았다가 특별한 경험을 했다. 매표소 직원은 ‘도외(道外) 5000원, 도내(道內) 2500원’이라고 적힌 팻말을 가리키며 입장료로 1만원을 요구했다. 왜 차이가 나느냐고 묻자 “원래 5000원인데 지역주민에게 할인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도 제주도민임을 확인시킨 뒤 5000원에 입장했지만 내내 찜찜했다. 이튿날 출근해 담당 직원들과 협의해 매표소 표기를 바꿨다. 육지와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일반 5000원, 할인 2500원’으로.
재정 확보가 특별자치도 성공 열쇠 특별자치제의 성공 여부는 자치재정 확립에 달려 있다. 제주도는 내년에 국고보조로 최근 3년 평균보다 18% 많은 6902억원을 확보했지만, 재정자립도가 33.8%로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아 언제 구멍이 날지 모른다.
자치도의 핵심인 교육에 대한 투자가 관광분야와 달리 영리법인이 허용되지 않아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캐나다 퍼시픽아카데미와 써리 교육청이 외국인학교 설립을 위해 자치도 출범 이전에 양해각서를 교환했지만 사업계획서를 내지 않아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제주도가 2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잡은 법인세 인하와 (외국 항공사가 제주공항을 경유하면서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항공 자유화, 제주도 전 지역 면세화 등 이른바 ‘빅(Big)3’도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화가 쉽지 않다. 제주도로선 법인세를 낮춰달라는데 재정경제부는 조세피난처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영리법인의 의료·교육기관 설립도 안 된다. 이를 두고 초대 민선 지사를 지낸 신구범 ㈜삼무 농업법인 대표는 ‘무늬만 특별자치도’라고 꼬집었다. “특별자치도라면 무슨 세금을 거둘지, 세율을 어떻게 할지 알아서 할 수 있어야지요. 은행도 지역실정에 맞춰 세울 수 있어야 하고…. 그런데 현실은 공항면세점 영업권까지 돈 되는 것은 중앙정부가 다 갖고 있답니다. 제주도는 GDP론 1%, 인구로는 1.1%의 비중입니다. 중앙정부가 제주도에 돈(보조금)을 주지 말고 제도(재량권)를 주어야지요. 그래서 독립국가처럼 운영토록 한 뒤 나중에 평가하면 되지 않겠어요?” 제주도의 산업은 사실상 1차산업(비중 17.7%)과 3차산업(78.7%)뿐이다. 2차산업(3.6%)은 의미가 약하다. 결국 제주의 성장산업은 관광이다. 그렇다고 농민의 86%가 재배하고 농업생산량의 51%인 특산물 감귤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제주 농어민들은 감귤을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예외품목으로 지정해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137개 지정 문화재와 아열대∼아한대의 식물분포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한반도 최대의 섬 제주도. 서울·도쿄·베이징·톈진 등 인구 500만 이상 국내외 18개 도시에서 두 시간 이내 비행거리인 매력의 섬. 정부는 이곳을 특별하게 개발하려고 여러 이름을 붙였다. 국제자유도시→세계평화의 섬→특별자치도에 이르기까지. 그 명칭에 걸맞게 변신하느냐는 55만 제주도민의 손에 달려 있다.
김태환 제주지사에게 듣는다 |
제주는 ‘홍가포르’로 간다 김태환 제주지사가 추구하는 특별자치도의 모습은 포르투갈 마데이라의 자치, 홍콩의 기업활동 자유, 싱가포르의 (교육과 의료 분야를 산업화한) 개방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투자와 관련된 규제와 차별·불편을 없애는 ‘신3무(新三無=No Visa, Duty Free, Zero Regulation)’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기업과 민자 유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다른 나라를 따라 하자는 것은 아니고 제주 실정에 맞추자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먼저 적어도 제주도에선 의료와 교육 분야를 확실하게 개방해야 합니다. 영리법인이 병원과 대학을 설립할 수 있어야지요. 아울러 항공 자유화와 제주도 전역 면세화, 법인세 인하 등 3대 규제를 빨리 완화해야 합니다. ” 김 지사는 외국대학이 들어오고 싶은데도 과실 송금이 안돼 벽에 부닥쳤다고 호소했다. 제주도는 법인세 인하 등 2단계 제도개선 과제와 관련, 중앙정부를 설득할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세무학회·조세연구원 등에 용역을 주었다. “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을 위해선 대형 프로젝트를 통한 장기적인 세수확보와 고용창출이 필요합니다. 신화역사공원 등 국제자유도시 선도사업 외에 외국대학 제주캠퍼스와 첨단 의료복합단지 조성, 제2 첨단과학기술단지 건설 등을 구상 중인데 곧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김 지사는 특히 ‘4+1 핵심산업’ 육성에 열정을 쏟고 있다. 관광과 청정1차 산업의 바탕 위에 교육·의료·IT와 BT 등 첨단산업을 접목해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그는 제주 관광산업의 새 동력을 휴양과 국제회의, 레저스포츠에서 찾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건강·의료(제주형 의료관광), 교육 분야로 관광산업의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컨벤션과 스포츠산업이 제주 관광의 격을 높일 것입니다. 그러려면 도민들이 영어를 할 수 있어야죠. 영어타운과 외국어사용 특별지구 지정을 검토 중입니다. 모스크바대학과 조지워싱턴대학의 분교도 유치하고요.” 개발 과정에서 자연훼손과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생명친화적 개발을 강조하기 위해 제주도는 다른 지역의 경제부지사 대신 ‘환경부지사’를 두고 있다. 내국인의 제주 관광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하자 “관광우수업체 품질인증제를 도입하는 한편 불량 업소에 대한 벌점제와 삼진아웃제로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
투자유치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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