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처녀보다 ‘속궁합’이 중요
며칠 전 저녁 무렵 택시를 타고 강남의 한 대로를 지나던 중 백주대로에서 공개적으로 껴안고 키스 중인 젊은 커플 옆을 스쳐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운전사도 그 대담한 애정 행위가 눈에 거슬렸던지 “요새 젊은 것들은 도무지 부끄러운 것을 몰라요” 하면서 나의 동의를 구해왔다. 그는 그처럼 느슨해진 정조관의 현장으로 S대학이 있는 ○○동 거리를 찾아보라고 알려 주었다. 그곳에 가면 마치 커피숍을 드나들 듯 러브호텔을 무상출입하는 학생 커플을 예사롭게 본다는 것이다. 그의 강한 어조에서 학생들의 방종에 대한 강한 불만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자유 섹스 생활 방식은 물론 유럽에서 유입된 것이지만, 그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발점은 덴마크·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제국이다. 외국의 관계 문헌들을 보면 그곳 결혼 적령기 미혼여성들 가운데 동정을 간직하고 있는 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좀 과장된 표현일지 몰라도 섹스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형성되었을 만큼 모두 상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 내막을 파고들면 처녀들이 자기 의사에 의해 처녀성을 버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들은 섹스를 다양한 파트너와 경험해보지 않고 결혼하면 십중팔구 실패한다고 믿고 섹스의 수련 과정을 자청하고 나서는 것이다. 즉 남성 편력의 경험을 어느 정도 쌓아야만 신랑 될 인물의 참된 남자다움, 이를테면 강한 의지, 일에 대한 열정, 가족에 대한 책임감, 심지어 평생 동안 함께 누릴 섹스 면에서의 조화까지도 꼼꼼히 살필 수 있다고 믿고서 행하는 계산된 행동이다. 그런 생각은 남성들 역시 여성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그들 또한 여성들이 가능한 한 많은 남자와 깊은 관계를 갖고 남자에 대해 충분히 훈련을 쌓음으로써 단 것이든 쓴 것이든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다음 자신과 결혼해 줄 것을 갈망한다. 즉 처녀 여부보다 잘 길들여진 유경험자 쪽이 백년해로에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방종한 성생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남녀교제의 체험을 통해 정신적-육체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대를 구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1년 이상 동거했어도 도저히 정을 줄 수 없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그 남자와 결별을 선언한다. 그만큼 철저한 현실주의에 푹 젖은 것이 스칸디나비아 여성들이다. 꼭 비좁고 옹색한 새 집에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생활에 편리하고 근린시설만 훌륭하면 헌 집이라도 괜찮다는 식의 발상인 것을 독자들이 여기서 읽었다면 그것은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이처럼 정절의 고수보다 실질적인 성생활의 내용에 좀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풍조와 여자의 정절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혼기 남자들의 생각 등이 엮어내는 새로운 섹스 문화는 재혼의 경우 그 남자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더불어 빼어놓을 수 없는 현실적 문제로 클로즈업되는 것을 본다. 실제 재혼의 경우에는 실험적 섹스가 예사로 있다. 극단적인 예일지는 몰라도 한 60대 남성이 재혼을 추진하면서 상대방 여성에게 외부로 드러난 궁합뿐만 아니라 속으로 감춰진 궁합까지도 맞춰보자고 했더니 대부분의 여성이 이 제의에 기꺼이 응해 주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일부에서는 이런 재혼 조건을 지키려고 생리적 조건을 초과하는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다 죽음에 이르는 노인도 있다. 필자는 섹스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죽음까지도 무릅써야 했던가를 되씹어보곤 한다. 이런 자유분방한 생활태도는 간혹 도덕적 해이라는 지탄을 받을지 몰라도 앞으로 실생활에서 당장 중요한 문제로 클로즈업되는 섹스가 사전에 점검받아야 될 정도로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토머스 모어가 지적한 섹스의 중요성을 간단히 소개하고 끝을 맺으려 한다. ‘사람은 작은 오두막집을 살 때도 자질구레한 부분까지 면밀하게 살피면서 일생의 행-불행이 걸려 있는 아내를 선택함에 있어 손바닥 한 개로 가릴 수 있는 얼굴만 보고 고르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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