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료들 사기만 꺾었다
경제 관료들 사기만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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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된 중수부 수사 “요즘 후배들 보기가 민망하다. 후배들에게 일을 시킬 수도 없다. 중요한 일을 시켰다가 나중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 그래서 대놓고 ‘너희가 알아서 몸조심하라’고 말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처럼 튀다간 죽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래도 재경부 관료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본인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그런데 잘나가던 선배가 처참하게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겠나?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국가를 위해 일하는 관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한다. 이렇게 경제관료들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붙여 과연 무슨 이득이 있는지 회의가 든다.” 그는 “특수부가 몇 개월 이상 털었는데 변 전 국장의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며 “검찰이 저렇게까지 무리하게 몰아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9개월 가량 끌어온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가 이헌재 전 장관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선에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수사는 용두사미가 된 꼴이다.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핵심인물이라고 판단했던 변 전 국장의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론스타 임원진에 대한 영장발부 여부를 놓고 법원과 여러 차례 대립각도 세웠다. 검찰의 체면이 이미 여러 차례 구겨진 것이다. 더구나 이번 수사는 최고의 검사들이 모였다는 대검 중수부가 맡았다. 그런데도 의혹만 잔뜩 부풀린 채 별다른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검찰이 여론에 밀려 법리적인 부분을 소홀히 한 채 여론몰이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법원의 판단 여부에 따라 검찰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검찰의 지나친 수사관행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론스타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왔던 미국의 엔론 사태의 경우 미국 검찰은 보석금을 받은 뒤 불구속 수사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검찰은 구속수사가 ‘전가의 보도’인 것처럼 구속 여부에 사활을 걸었다. 한 외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는 “검찰이 혐의를 밝혀낼 자신이 있다면 구속 여부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느냐”며 “인신 구속을 해야만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낡은 수사관행을 검찰 스스로 깨고 합리적이고 자료에 근거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론스타 사건만 놓고 보면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으로 등장한 검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재경부 관료들은 검찰 권력에 무기력하기만 한 자신들의 경제권력(?)에 대해 자괴감마저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검찰이 무리하게 론스타 수사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만 보면 꼭 브레이크가 파열된 폭주기관차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라며 “검찰 권력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관료들 입장에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신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아니더라도 검찰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수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서 법리 다툼 치열할 듯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정책적 판단을 검찰이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변 전 국장이 사실상 매각을 지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장관이 주무 국장의 보고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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