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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사업확장 주도

기술개발·사업확장 주도

▶(왼쪽부터) 박상환 하나투어 사장,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

올해의 CEO로 뽑히진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CEO가 수두룩하다. 대기업, 금융, 중견·벤처 부문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베스트 CEO를 소개한다.
최창영(62) 고려아연 회장은 올해도 끊임없이 재계와 증권가의 주목을 받았다. 아연 값이 계속 강세를 보이면서 고려아연의 실적 상승 행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매출의 45% 정도를 아연에서 올리는 고려아연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8%의 매출 증가율과 257%의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말 대비 올해 9월 말의 시가총액 상승률은 143.9%에 이르렀다. 아연값 상승 덕뿐일까. 이 설명만으론 뭔가 부족하다. 고려아연이 재평가받는 배경은 탄탄한 기술력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이런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골프도 치지 않는 그는 30년 가까이 비철금속제련 기술에 전념해 왔다. 고려아연 창업주인 고(故) 최기호 회장의 차남인 그는 1976년 회사에 들어와 현장에서 묵묵히 기술을 개발해 왔다. 서울대 금속공학과와 미국 컬럼비아 공대 대학원을 나온 최 회장은 특히 비철금속제련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전문가다. 그는 또 고려아연이 갖고 있는 세계 최초·최고 기록의 상용화도 주도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최길선(60) 사장은 올해의 CEO 자리에 아깝게 못 올랐다. 실적 평가에서 대기업 부문 1위에 올랐지만, 현대중공업 사장에 지난 3월 다시 복귀했기 때문이다. 2001년에 현대중공업 사장에 오른 그는 2004~2005년에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맡아 잠시 ‘외도’를 했다(그는 현대미포조선 CEO를 하면서 1만5,000원대 주가를 8만원대로 끌어올렸다). 그는 그러나 올해의 CEO 못지않은 활약을 했다. 지난 72년 조선소 기공식이 열리던 해에 현대중공업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조선 현장에서 34년을 보낸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현장형 CEO다. 수행원 없이 하루에 몇 차례 수십만 평에 이르는 작업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한다. 그는 특히 올해 12년 연속 무쟁의 단체협상 타결 기록도 세웠다. 그는 통상 1차 제시안을 내고 조합원의 여론을 파악한 후 다시 안을 제시하는 협상 관행에서 탈피했다.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조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안을 제시해 조합원의 신뢰를 쌓았다. 이런 노력 등으로 그가 취임할 당시 2만원 정도였던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13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소규모 여행사에 기획 상품을 대량으로 파는 도매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박상환(50) 사장도 숨돌릴 틈 없는 한 해를 보냈다. 국내 여행업계에서 가장 먼저 하나투어를 상장시킨 그는 지난 10월에 런던 증시에도 진출했다. 특히 국내 업체 가운데 런던 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할인하지 않고 발행한 첫 사례였다. 박 사장은 DR 발행으로 들어오는 6,900만 달러(647억원)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온라인 인프라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 기업 가치를 키울 계획이다. 중앙대 영어교육학과 출신인 박 사장은 종합상사맨이 꿈이었지만 경쟁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가 해외 여행 규제를 풀면서 여행 인솔자를 선발하려 치른 ‘투어 컨덕터’ 1기에 합격해 해외 경험을 쌓으면서 여행업에 눈을 떴다. 회사를 국내 간판 여행사로 키운 그는 신경영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정년을 55세에서 65세로 연장하면서 임금 피크제를 결합한 ‘일자리 나누기’ 제도를 도입했다. 나이대별로 근무 날짜를 줄이는 대신 임금도 그만큼 덜 받는 방식이다. 박 사장도 제도 정착과 학업(경희대 관광학 박사과정)을 위해 주3일 근무하면서 임금을 60%만 받고 있다. 그는 또 회사 설립 2년 만에 종업원 지주제도 만들었다. 직원 모두 주인의식을 가져야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가 나오면 결실을 나눠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은행권에서는 라응찬(68)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황영기(55)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돋보였다. 두 사람은 은행 부문 실적 평가에서 각각 1, 2위에 올랐다. 올해 라응찬 회장은 ‘신한+조흥’의 통합은행 출범과 통합은행 전산통합, LG카드 인수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세세한 일은 이인호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에 대부분 맡기지만, LG카드 인수전에서의 가격 베팅이나 그룹 인사 등 굵직한 일은 라 회장이 직접 챙기기 때문이다. 바쁜 만큼 보람도 컸다. 은행 통합에 이어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LG카드 인수로 금융그룹의 골격을 탄탄히 다졌다. 한숨 돌린 그가 요즘 꺼내든 새로운 화두는 ‘균형과 성장’이다. 언뜻 판에 박힌 문구처럼 보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2001년 9월 1일 출범한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신한은행·신한카드 등 11개 자회사와 2개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자산이나 순이익 규모 모두 은행이 지나치게 큰 편이다. 자산이야 은행이 많게 마련이지만 문제는 순이익 규모다. 2006년 3분기 신한금융그룹의 전체 순이익 가운데 카드·증권·생명 등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비중은 22.7%다. 물론 2007년 3월쯤 LG카드 인수가 100% 마무리되면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규모는 46%대로 늘어난다. 하지만 라 회장으로선 성에 차지 않는다. 카드·증권·생명 등 비은행 자회사의 순이익을 더 끌어올릴 욕심이다. 검투사로도 불리지만 덕장형 CEO인 황영기 회장은 올해도 국민·신한과 자존심 걸린 경쟁을 벌였다.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라 LG카드 인수전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행동 반경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토종 은행론’ 등을 거론하며 때론 다른 금융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황 회장은 특히 얼마 전 월례조례에서 은행 간 자산 규모를 비교하면서 “신탁계정까지 포함하면 우리은행이 1등”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가총액은 국민은행보다 작아 망신스러운 일”이라며 직원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의 CEO 어떻게 뽑았나? CEO는 숫자로 말한다고 했다. 포브스코리아는 2006년 ’올해의 CEO’를 실적 중심으로 평가했다. 포브스코리아는 한국기업평가와 함께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의 상장기업(공기업과 펀드 제외) 가운데 2006년 상반기에 매출 500억원 이상을 올린 기업을 골랐다. 주가 비교 시점이 2005년 9월 말과 2006년 9월 말이어서 2005년 10월부터 상장된 기업은 비교가 불가능해 제외했다. 리스트에서 롯데쇼핑·미래에셋증권 등이 빠진 이유다. 2006년 상반기에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도 평가 대상에서 뺐다. 포브스코리아는 매출 증가율·순이익 증가율·시가총액 증가율·매출 가중치 등의 잣대로 이들을 분석했다. 배점은 각 항목별로 100점씩 400점 만점이었다. 매출 증가율·순이익 증가율·시가총액 증가율 등 각 기준별로 순위를 매겼다. 예컨대 매출 증가율에서 1위에 오른 기업에 100점을 주고, 2위에는 99점을 매겼다. 매출 가중치는 매출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중견·벤처기업보다 매출과 순이익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넣은 항목이다. 2006년 상반기에 28조원의 매출로 매출 규모 1위에 오른 삼성전자에 100점을 매겼다. 삼성전자 매출의 10분의 1인 기업에는 10점을 줬다. 부문 구별은 대기업의 경우 매출 5,000억원 이상 기업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출자총액제한 그룹에 포함된 기업으로 정했다. 나머지 기업 중 상반기 매출 500억원 이상 기업을 중견·벤처 기업으로 분류했다. 이런 방식으로 대기업 부문 10개, 중견·벤처 부문 10개를 뽑았다. 금융 부문은 은행·증권·카드 등 업종에 따라 자산이나 순이익 규모 등이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해 세분화했다. 은행 부문 5개, 증권 부문 5개, 카드·보험 5개를 뽑았다. 은행 매출이 높은 신한금융지주회사와 우리금융지주회사는 은행 부문에 넣었고, 증권이 주력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 쪽에 포함시켰다. 이 가운데 부문별 올해의 CEO는 포브스코리아 편집부에서 각 기업 CEO의 올해 활약상과 업적, 그리고 평판 등을 따져 최종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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