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종이 관리 혁명’이 시작됐다
[트렌드] ‘종이 관리 혁명’이 시작됐다
|
지난 8월 광주은행은 자체 프린팅 시스템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광주 본점을 포함해 전국에 104개소의 영업소를 두고 있었지만 유독 출력기기만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던 것. “어느 회사나 비슷하겠지만 광주은행도 프린터 모델이 혼재해 소모품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점별로 담당자가 달라 번거롭기도 하지요. 복사기나 복합기·프린터·팩스 등을 필요할 때마다 제각각 도입해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지요.”(김성진 광주은행 IT 매니저) 이 은행에서 정보기술(IT) 업무를 총괄하는 김성진 매니저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력기기의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울 뿐더러 관련 비용이나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광주은행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이라면 으레 갖게 되는 고민이다.
토털 서비스로 문제 ‘일괄 해결’ 광주은행이 선택한 방법은 토털 아웃소싱이었다. 이 일을 잘하는 회사에 믿고 맡겨보자는 것이었다. 이 은행은 한국HP와 계약 기간 4년으로 통합 프린팅 관리(MPS) 솔루션 도입을 결정했다. MPS 솔루션은 HP가 출력기의 납품·설치·유지 보수·소모품 공급 등 프린터 운영에 관련된 서비스를 공급하면 광주은행이 그 서비스에 대해 월 단위로 대가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계약에 따라 광주은행은 디지털 전송(문서를 스캔해 e-메일로 보내는 기능)이 가능한 컬러 복합기 136대, 프라이빗뱅킹(PB)룸이나 출장소 등에 유용한 레이저젯 복합기 107대, 프린터 137대를 도입했다. “MPS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출력기기 문제를 ‘일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드웨어 수리나 소모품 지원도 4시간 이내에 원스톱으로 이뤄집니다. 또 프린터·복합기 등을 따로 구매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드는데 이를 리스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지요.” 김 부장은 “출력 부문 아웃소싱을 통해 업무 효율성 향상과 비용 절감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연말 기업 프린팅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사무기기 교체 수요가 연말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기업 수요가 전체 프린터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사무기기 업체들의 시장 공략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올해는 시장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광주은행 사례 같은 ‘토털 아웃소싱’이 새로운 대세다. 기업의 프린팅 환경이 네트워크 기반의 디지털 복합기와 결합한 솔루션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나타난 변화다. 이렇게 되면서 사무기기 업체들도 단품 판매 형태에서 솔루션 서비스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한국HP는 프린팅 업무 전반에 대해 아웃소싱을 하는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기업 고객 잡기에 나섰다. ‘광주은행 MPS 사례’를 적극 전파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이 회사는 광주은행 말고도 알리안츠생명·외환은행·GM대우자동차 등을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 일단 고객 반응이 좋다. HP의 통합 프린팅 관리 서비스를 도입한 알리안츠생명 김성돈 이사는 “올해 4월 말 MPS 서비스를 도입한 이래 3개월 동안 운영해본 결과 연 3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며 “디지털 복합기 등 새 하드웨어를 도입함에 따라 출력 장비 수를 절반 이상(54%)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린트 속도가 2~3배 빨라져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거나 불필요한 팩스·복사기 등을 없애 사무 환경이 쾌적해졌다는 것도 주요한 효과다. ‘종이 관리해주는 시장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하겠지만 출력물 관리 시장은 엄청난 성장세다. 한국HP에서 이미징·프린팅 부문을 총괄하는 조태원 부사장은 “복사와 프린트를 합쳐 2조원대 규모인 국내 출력물 시장은 통합관리 솔루션과 결합한 네트워크 기반 디지털 복합기 시장이 성장하면서 전망이 아주 밝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이어 “알리안츠생명·광주은행 사례와 같이 비용 절감 및 업무 효율 개선을 위한 통합 프린팅 관리 트렌드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3년 내 국내 대기업의 70% 이상이 이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뜨는 시장이다 보니 HP 본사 차원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알리안츠생명의 MPS 도입은 HP 본사 차원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됐지요.”
“향후 대기업 70% 이상 도입”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업체들의 공세도 거세다. 한국후지제록스는 ‘문서관리 솔루션·서비스 업체’를 선언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ING생명에 자체 통합 문서관리 솔루션인 ‘XOS(Xerox Office Service)’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3년간 586대인 장비를 302대로 줄여 ING생명의 경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IBM과 손잡고 기업용 프린터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자체적으로 전문 솔루션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IBM과 제휴해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프린팅 업계는 업계대로 반갑다. 제품 판매에서 솔루션 서비스를 지향하면서 프린팅 업계 또한 활로를 찾았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하드웨어 가격의 폭락과 잉크·토너 등 소모품 시장의 정체 등으로 고전해 왔는데 솔루션 판매는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켈리 탄 HP 이미징프린팅그룹 부사장 | ||
“출력 스트레스 HP-MPS로 날리세요”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에클스턴 전 F1 회장 내놓은 69대 경주차 매물 ‘8866억 원’ 추산
2세계 전기차 업계 한파 매섭다…잇단 공장 폐쇄·직원 감축
3'삼성동 집 경매' 정준하..."24% 지연손해금 상식적으로 말 안 돼"
4‘연구원 3명 사망’ 현대차 울산공장·남양연구소 11시간 압수수색
57조 대어 LG CNS, 상장 예심 통과…“내년 초 상장 목표”
6윤 대통령 “백종원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 1000명 육성할 것”
7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커지더니…핫 하다는 ETF 시장서도 외면
8롯데 뒤흔든 ‘위기설 지라시’…작성·유포자 잡힐까
9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