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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고해성사한 129 社 ‘면죄부’

[단독 입수] 고해성사한 129 社 ‘면죄부’

최근 법무부는 분식회계 자진 신고 기업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자수’를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5년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분식회계를 고해성사한 129개 기업 리스트를 단독 입수했다. 이들 기업은 자수 대가로 죗값을 감경받거나 감리를 면제받았다. 본지는 분식회계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형평성을 고려해 해당 기업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들 기업의 분식회계 수법을 알아봤다.
코스닥 기업인 B사는 지난해(2006년) 3월 자발적으로 분식회계 사실을 시인했다. 이 회사는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무단 인출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자기앞수표 106억원을 2003년 결산 재무제표에 회사 자산으로 허위 계상했다. 또 가짜 지출 증빙서류를 만들어 타법인 주식 취득에 사용한 것처럼 회계처리한 후 이를 미수금으로 처리해 80억원을 허위 계상했다. 이를 통해 B사는 278억원인 적자 규모를 172억원으로 줄였다. 자기자본을 두 배 이상 부풀려 허위 기재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회사에 대해 유가증권발행제한 12월과 감사인 지정 2년, 담당 임원 해임권고 상당의 조치를 취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W사는 2005년 말 금감원에 회계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W사는 실제 소유하지도 않은 양도성예금 108억원을 가공 계상하고, 자회사로부터 차입한 160억원을 재무제표에 누락했다. 이 회사는 과징금 10억3500만원, 감사인 지정 3년, 대표이사 검찰 고발 및 해임 권고 조치를 받았다. B사와 W사의 분식회계 규모는 비슷했지만 처벌 수위는 크게 달랐다. B사는 자수한 경우고, W사는 적발됐기 때문이다. 최근 법무부가 분식회계 자진 신고 기업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한다고 밝히면서 ‘분식회계 고해성사’에 재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회계 위반 사실을 자발적으로 수정하는 기업에 대해 처벌을 낮게 하고, 감리를 면제해 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 금감원은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기업 감리를 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200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회계 위반 사실을 자발적으로 시인한 129개 업체 리스트를 단독 입수했다. 대기업을 비롯한 유명 상장기업·중견기업·비상장 중소기업 등이 망라돼 있다. 일부 기업은 공시를 통해 분식회계 사실이 알려졌지만, 사업보고서에만 수정을 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업도 포함돼 있다. 또 위반 사실이 미미한 기업들은 아예 금감원 회계감리 결과 조회도 되지 않는 혜택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회계감리를 통해 제재를 받은 기업을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은 어떤 식으로 분식회계를 했을까? 또 회계 위반 사실을 자발적으로 시인한 후 어떤 조치를 받았을까? 본지가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을 분석해 본 결과 대주주나 특수관계자의 비위 사실을 은폐하거나 매출액·자기 자본을 부풀리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금감원으로부터 감리를 받다가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자발적으로 수정을 한 ‘준 자발적 수정’ 기업은 감경 정도가 미미했다. 순수하게 분식을 고해성사한 기업은 감리 제외를 받는 특혜를 누렸다.

4년 연속 장부 조작한 곳도 C사(코스닥)는 다양한 방법으로 회계 장부를 조작해 오다 금감원 감리를 받는 과정에서 자진 신고한 경우다. 이 회사는 2001년부터 4년 연속 장부를 조작했다. C사는 매년 자산을 부풀렸고 해가 갈수록 액수도 점점 커졌다. 2001년 69억원이었던 분식 규모는 2005년에는 227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최대 주주를 위해 회사 정기예금을 담보 제공한 사실도 기재하지 않았다. 재고 자산을 부풀리거나(37억원), 현금 및 현금등가물 119억원을 허위로 기재하기도 했다. 또한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대금을 자금 담당 임원이 인출한 후 갚지 않았는데도 현금 및 현금등가물로 허위 기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회사는 과징금 12억2300만원과 감사인 지정 3년, 전 대표이사 검찰 고발 및 통보 조치를 받았다. 감리 중에 신고를 한 ‘준 자발적 수정’인 점 때문에 감경 폭이 크지 않은 경우다. 대주주나 특수관계자가 회사 돈을 인출해 간 사실을 재무제표에 밝히지 않은 기업도 많았다. 코스피 기업인 D사, 코스닥 기업인 S사, 비상장기업인 H개발 등이 그런 예다. S사의 경우는 대표이사가 증자한 돈 79억원을 무단 인출했지만 이를 현금 및 현금등가물로 허위 계상했고, H개발의 경우는 특수관계자에게 대여된 돈 20억원을 기재하지 않았다. 양도성예금증서 등 금융상품을 가공 계상해 자산을 부풀리는 수법을 쓴 기업도 적지 않았다. 코스닥 기업인 G사는 2005년 양도성예금증서 138억원을 있는 것처럼 가공 계상했다. 이런 방법으로 G사는 실제 7억원 수준인 자기자본을 82억원으로 부풀렸다. G사는 분식회계 정도가 커 1억5000만원의 과징금과 대표이사 해임권고, 검찰 고발 조치를 받았다.

가짜 매출 전표로 부풀려 코스닥 기업인 D사는 최대 주주 겸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무단으로 가져다 쓴 것을 감추기 위해 양도성예금증서를 허위 계상하고, 자산성이 전혀 없는 매출 채권을 계속 보유하는 방법으로 70억원을 과대 계상했다.


분식회계 유형 살펴보니


코스피 D사 =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 411억원 허위로 계상

코스닥 B사 = 대표이사 무단 인출한 돈 106억원 은폐

코스닥 S사 = 거래처와 공모해 매출 26억원 가공 계상

코스닥 G사 = 있지도 않은 CD 138억원 허위 계상

코스닥 D사 = 자산성 없는 매출채권 계속 보유해 70억원 과다 계상

비상장 H사 = 재고자산 수량 단가 조정해 7억원 과대 계상
‘가짜 매출 전표 만들기’도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사는 2005년에 허위 계산서를 발행하고 매입하는 방법으로 매출액 7억3400만원을 부풀렸다. S사는 거래처와 공모해 2004년 26억원의 매출을 가공 계상했고, 심지어 허위로 타법인의 주식을 취득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S사는 이런 방법으로 2005년 반기적자 89억원을 10억원으로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장 기업인 S사는 용역매출액을 과대 계상해 당기순이익을 3배 늘린 것을 자진 신고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권 대출 등 여러 목적을 위해 자산을 허위로 부풀리는 사례도 많았다. 건설업체인 N사는 2003~2004년에 각각 299억원, 390억원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자진 공시했다. 지난해에만 최대 주주가 세 번 바뀐 O사의 경우는 2005년에 자산 43억원을 허위로 계상했고, D사는 허위의 영업양수도 계약을 통해 51억원을 과대 계상했다가 자진 신고했다. 비상장 기업인 H사는 재고자산의 수량과 단가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7억7500만원을 과대 계상했다. 코스피 기업인 D사의 경우는 임직원 관련 미수금 125억원을 재고자산이나 유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하고,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 411억원을 허위로 기재했다고 시인했다. 또한 사업용지 등에 대한 자산평가 손실액을 축소하기도 했다. 자진 신고한 기업들의 분식회계 행태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이와 비슷한 유형으로 회계 위반을 해 온 기업 역시 상당수일 것이라는 게 금융감독기관과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코스닥 업계에서는 “회계 조작은 관행”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실정이다.

금감원 “더 이상 배려는 없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최후의 읍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분식회계 자진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2006년 12월 결산 재무제표 작성이 과거 회계기준 위반 사항에 대한 감리 및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기업의 고해를 촉구하고 나섰다. 법무부 역시 형사 처벌 면제라는 당근을 제시한 상태다. 현행 외감법에 따르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허위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거나 공시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자진 신고를 통해 약한 처벌이나 감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받았고, 내년 시행되는 증권집단소송제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여기에 기업들이 우려했던 형사 처벌 문제가 해소되면서 2007년 3월까지 분식회계를 고백하는 기업이 급증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진영 금감원 회계감독 1국 부국장은 “분식회계는 금감원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공시를 통해 하면 된다”면서 “자발적으로 수정하더라도 알려지는 것 자체를 꺼리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금감원은 자발적으로 회계 위반 사실을 수정한 회사는 통계도 잡지 않을 만큼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아직 꺼림칙해 하는 문제는 민사소송 문제와 대외 이미지 실추다. 하지만 이 정도 홍역을 피하려다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남은 3개월이 분식회계를 고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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