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 확인서는 천천히 써줘라
명도 확인서는 천천히 써줘라
법원경매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저가에 매입한다는 데 있다. 이번에는 경매로 부동산을 값싸게 낙찰 받아 세를 주며 짭짤한 임대소득으로 중년 이후 진정한 경제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즐기며 사는 실속 경매투자자의 임대용 부동산 낙찰 사례를 소개한다. 서울남부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서울 양천구 신월동 445에 있는 근린주택 낙찰 사례를 놓고 연구해보자. 1995년 5월에 지어진 대지 162평, 3층 규모의 상가주택이다. 일반주거지역 내에 있는 이 근린주택은 최초 감정가가 11억1727만원에서 1회 유찰해 최저 경매가격이 9억181만원(감정가의 80%)으로 떨어졌다. C씨가 한 명의 다른 입찰자를 제치고 9억567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 건물은 강서초등교 동쪽에 위치하고 12m 도로를 접한 노선상가지대에 위치, 인근 주민들의 상가 이용 빈도가 높아 우량한 상권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C급 정도의 상권이다. 입찰 전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를 분석해 보니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이 상가의 최초 저당권은 국민은행 화곡본동지점에서 채권최고액 6억5000만원에 설정했다. 이후 제2금융권의 근저당 2건과 가압류 3건이 있지만 국민은행의 가장 먼저 설정된 권리(말소기준권리) 이후 모두 소멸되는 권리였다. 등기부등본상 인수해야 할 권리는 없었다. 그러나 약간 걸리는 문제는 건물 규모에 비해 상가 세입자가 많다는 점이다. 12명의 영세 임차인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세입자들이 많으면 명도에 시간이 소요되고 이사비 등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으리라 판단했다. 세입자들은 보증금 100만~1000만원의 소액임차인이었는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영세보증금에 대한 배당이 예상됐다. 하지만 그동안의 낙찰 경험으로 봤을 때 다소의 명도 애로가 예상됐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파렴치한’ 입찰 전 미리 명도저항 여부를 파악했다. 건물은 상가, 사무실, 주택 등 복합건물 형태로 이용 중이었는데 3층 5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모 장애인 봉사단체가 법원에 권리신고도 안한 상태로 무단 점유하고 있었다. 경매 고수들은 잘 알겠지만 입주자 중 봉사단체나 장애인 유관단체가 입주해 있으면 명도가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이들은 이사비를 타내기 위해 경매 직전 임차인으로 가장해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보 투자자들은 이런 물건이 무척 조심스럽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소형 상가건물 경매 물건이 품귀를 빚는다. 그러나 이 물건이 이렇게 값싸게 낙찰된 이유는 명도의 어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입찰을 꺼렸기 때문이다. 인기 지역 중형 평수 아파트값이 10억원을 훌쩍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이 건물을 시세보다 싸게 산 것이 확실하지만 말이다. 일단 C씨는 잔금을 납부하고 명도에 들어갔다. 나의 조언대로 C씨는 상가나 주택의 세입자에게 되도록 명도확인서를 천천히 내주면서 합의를 유도해 나갔다. 영세 상인이나 주택 세입자들은 명도확인서를 받으면 ‘말이 바뀌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한 달 보름 간의 지리한 명도합의를 통해 일부 세입자는 이사 가는 것으로 결정했고, 대부분의 세입자는 재계약을 합의해 만족스러운 명도처리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장애인 봉사단체는 만만치 않은 대항을 해왔다. 지회장 명함을 줬던 한 불량기 많은 남자는“위로금 5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절대 사무실을 내줄 수 없다”고 버텼다. 불량기 넘치는 초로의 남자는 함께 대동한 직원에게 손찌검을 하며 과장된 표정으로 막무가내 떼를 썼다. “50명의 우리 회원들이 당신 사무실에 찾아갈 테니 그리 알아”하고 그 남자는 소리쳤다. 생각해 보라! 나의 사무실로 목발 짚은 회원들이 ‘진입’해 온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지회장이라는 사람을 만나 적당한 선의 위로금으로 해결하자고 종용하며 사정을 이야기했다. 술 한잔 하며 대화도 하고, 낙찰자의 애로를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 2000만원으로 합의를 보게 됐다.
취중 대화를 통해 역시 그들의 실체를 알아냈다. 예상대로 그들은 경매에 부쳐진 업무용 또는 근린주택 등에 미리 거의 공짜로 입주한 후 이사비를 얻어 쓰는 파렴치한들이었다. C씨는 거액의 ‘위로금’을 추가부담했지만 나름대로 남는 장사였다고 자부했다. 기존의 세입자들과 재계약하면서 보증금 8000만원, 월 560만원의 월세를 얻는 수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비록 가짜 임차인 한 사람 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월 500만원 넘는 고정수익을 얻는 건물을 낙찰받은 것이다. C씨는 명도를 끝낸 이후 옆에 있는 필지의 공터를 별도 매입해 주차장으로 만드는 등 꾸준히 상가 가치를 높였다. 얼마 전 내 사무실을 찾은 C씨는 인근의 중개업자가 이 건물을 18억원에 사겠다는 매도의사를 타진해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엔 남들이 잘 찾지 않는 소외종목을 공략해 짭짤한 임대수익을 얻는 ‘틈새’ 경매 낙찰기(記)를 소개해 본다. 경매에서 소외된 종목은 값싸게 낙찰받고 높은 임대수익을 얻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아는 D씨는 20평형대 소형 지하 다세대 매물만 겨냥한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낮은 낙찰가에 경쟁률이 보통 1~2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호재가 있는 지하 다세대는 잘만 고르면 대박 물건이다. 재개발과 재건축 추진 중인 지하 다세대뿐 아니라 도심 속 업무빌딩 인근, 유찰이 잦은 도심 오피스텔, 대학가와 공단 밀집 지역의 중소형 다세대는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알짜 물건이다. D씨가 관심을 집중해 노리는 물건은 주로 관악구 신림동, 봉천동 일대의 지하 다세대다. 물량이 풍부하게 공급돼 물건을 고르기 쉬워 싸게 낙찰받고 또 임대가 비율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지하 다세대는 2회 이상 유찰이 기본이어서 낙찰가율 60% 선이고 입찰도 한두 사람만 한다. D씨가 이런 매물을 집중 공략한 시기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종자돈 2억원이 지금은 10억원으로 늘어났다. 통상 시세보다 20~40% 값싸게 사들인 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여 집중적으로 세를 준다. 투자금액 3000만~5000만원에 산 다음 보증금 1000만원, 월세 20만~30만원에 내놓는다. 임차기간이 만료되기 몇 달 전 중개업소에 급매물로 내놓는다. 매물로 내놓을 때는 비슷한 매물보다 5~10% 저가로 내놓는다. 지하 매물을 누가 살까 하겠지만 장년 또는 노년층 부부들이 많이 사고, 적은 돈으로 내집 장만하려는 청장년층 외에 신혼부부, 지방 유학생까지 다양하다. 처음부터 월세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다 보니 물건의 위치와 생활의 편의성을 많이 따져 물건을 고른다. D씨가 털어놓은 대박 물건은 지세가 다소 높은 곳에 위치한 지하 1층 매물이다. 이런 매물은 공부(公簿)상 지하 다세대지만 사실상 1층과 다름없는 진흙 속 진주다. 현장 답사를 꾸준히 하다보면 의외로 공부상 표시와 실제 위치와 불일치한 물건을 만날 수 있다. 즉 서류상 지하 1층이지만 실제로는 지상 1층으로, 지대가 경사진 곳에 위치한 매물을 고르면 1층과 똑같다. 이런 매물은 예외 없이 임대가 수준이 높고 임차 수요는 물론 나중에 되팔 때 매수자 찾기가 손쉬운 장점이 있다. D씨는 이외에도 건물의 외관과 내부가 깨끗한 오래된 매물, 역세권, 근린주택 내 지하 매물 등 돈 되는 매물만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그런 다음 일정 기간 세를 줬다 되팔기를 반복했다.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자산가의 반열에 올랐다. 요즘도 돈 되는 지하 매물 사냥을 위해 관악구 일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D씨가 기피하는 물건도 몇 가지 있다. 우선 명도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물건은 과감하게 피한다. ‘소형, 지하’의 틈새 매물 일수록 명도의 어려움이 많이 숨어 있다. 소년소녀 가장이 살고 있거나 불치병에 걸려 거동이 힘든 세입자가 있거나, 위치나 건물의 상태가 좋지 않고 수요자 찾기가 어렵다면 아무리 싸다 해도 포기한다. 특히 명도가 어려우면 배(주택 가격)보다 배꼽(명도비 등 추가비용)이 크므로 특히 조심해 물건을 고른다. 또 입찰장에서 되도록 낮은 값을 써내기 위해 남보다 부지런히 매물을 찾아다니고 입찰장을 들락거린다. 절대 욕심을 내 높은 값을 써내지 않는다. 매입가가 높을수록 임대가 수준이 낮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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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확인해 보니 ‘파렴치한’ 입찰 전 미리 명도저항 여부를 파악했다. 건물은 상가, 사무실, 주택 등 복합건물 형태로 이용 중이었는데 3층 5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모 장애인 봉사단체가 법원에 권리신고도 안한 상태로 무단 점유하고 있었다. 경매 고수들은 잘 알겠지만 입주자 중 봉사단체나 장애인 유관단체가 입주해 있으면 명도가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이들은 이사비를 타내기 위해 경매 직전 임차인으로 가장해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보 투자자들은 이런 물건이 무척 조심스럽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소형 상가건물 경매 물건이 품귀를 빚는다. 그러나 이 물건이 이렇게 값싸게 낙찰된 이유는 명도의 어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입찰을 꺼렸기 때문이다. 인기 지역 중형 평수 아파트값이 10억원을 훌쩍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이 건물을 시세보다 싸게 산 것이 확실하지만 말이다. 일단 C씨는 잔금을 납부하고 명도에 들어갔다. 나의 조언대로 C씨는 상가나 주택의 세입자에게 되도록 명도확인서를 천천히 내주면서 합의를 유도해 나갔다. 영세 상인이나 주택 세입자들은 명도확인서를 받으면 ‘말이 바뀌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한 달 보름 간의 지리한 명도합의를 통해 일부 세입자는 이사 가는 것으로 결정했고, 대부분의 세입자는 재계약을 합의해 만족스러운 명도처리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장애인 봉사단체는 만만치 않은 대항을 해왔다. 지회장 명함을 줬던 한 불량기 많은 남자는“위로금 5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절대 사무실을 내줄 수 없다”고 버텼다. 불량기 넘치는 초로의 남자는 함께 대동한 직원에게 손찌검을 하며 과장된 표정으로 막무가내 떼를 썼다. “50명의 우리 회원들이 당신 사무실에 찾아갈 테니 그리 알아”하고 그 남자는 소리쳤다. 생각해 보라! 나의 사무실로 목발 짚은 회원들이 ‘진입’해 온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지회장이라는 사람을 만나 적당한 선의 위로금으로 해결하자고 종용하며 사정을 이야기했다. 술 한잔 하며 대화도 하고, 낙찰자의 애로를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 2000만원으로 합의를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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