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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안 가도 되고 이자도 높아

은행 안 가도 되고 이자도 높아

선진국에서 ‘다이렉트 뱅킹’ 열풍이 불고 있다. 이 금융상품은 전화와 인터넷만으로 간단히 가입할 수 있고, 은행 고객들이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며, 게다가 다른 상품에 비해 금리가 높아 인기를 끌고 있다. HSBC은행 정희라 부대표는 “다이렉트 뱅킹은 전 세계 금융문화를 바꾸는 트렌드”라고 밝혔다. 다이렉트 뱅킹은 미국을 비롯해 서유럽,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다이렉트 뱅킹을 하는 금융기관들로는 HSBC 다이렉트, ING 다이렉트, 이트레이드 뱅크, 에그 뱅크, 더 원 어카운트 등 수십 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월 초 HSBC은행에서 처음 선보였지만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다이렉트 뱅킹 은행들의 실적은 괄목할 만하다. 먼저 HSBC은행. 1989년 영국에서 HSBC 퍼스트 다이렉트를 시작으로 미국과 대만에서 성공적으로 도입했고, 전 세계 다이렉트 뱅킹 마켓을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도 처음으로 소개했다. ING 다이렉트 뱅킹도 주목받고 있다. 97년에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ING 다이렉트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호주 등 9개국에서 사업하고 있다. 이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 숫자는 15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400만 명은 미국 내 ING 다이렉트 고객인데 이 고객들의 예금 규모는 2006년 2분기 기준으로 464억 달러(약 43조원)에 달했다. 미국 이트레이드 뱅크의 다이렉트 상품도 인기다. 이 은행은 온라인 증권사(이트레이드 증권)를 기반으로 다이렉트 사업을 전개했으며, 2003년부터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기반으로 사업하고 있으며, 270만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에그 뱅크도 인기다. 98년 영국 푸르덴셜 자회사로 시작한 에그 뱅크는 2003년에 320만 명의 다이렉트 뱅킹 고객을 확보했다. 이 덕분에 유럽에서 다이렉트 뱅킹 고객 숫자가 가장 많은 은행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5년 후에는 시장규모 3배로 에그 뱅크는 초기에 폰뱅킹을 기반으로 높은 이자율의 저축예금 상품 판매에 주력했다. 그 이후에는 인터넷 뱅킹을 통해 신용카드, 대출 같은 다른 금융상품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푸르덴셜 그룹은 에그 뱅크 사업을 계속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에그 뱅크를 미국 씨티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씨티그룹은 사업 전망이 뛰어난 에그 뱅크를 인수한 다음 영국의 다이렉트 뱅킹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선진국의 다이렉트 뱅킹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융리서치 및 컨설팅 전문기관인 셀런트 보고에 따르면, 미국 다이렉트 뱅킹 시장의 규모는 2005년 1200억 달러였다. 5년 후인 2010년이 되면 약 3배 이상으로 커진 38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화와 인터넷만으로 가능한, 그리고 전국에 지점을 설치할 필요도 없는 다이렉트 뱅킹 사업은 선진국 시장에 맞는 상품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는 한국의 몇십 배에 달할 정도로 땅덩이가 커 지점 설치를 통해 은행 고객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다이렉트 뱅킹은 고객과 은행의 요구가 서로 맞아떨어진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한국에 대입해보자. 인터넷 뱅킹만 놓고 보면 지점 11개를 갖고 있는 HSBC은행이나, 지점 1000여 개가 넘는 공룡 시중은행이나 조건은 똑같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지점과는 무관하게 인터넷과 전화로 계좌이체 일을 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처음 다이렉트 뱅킹 상품인 ‘HSBC 퍼스트 다이렉트’가 도입된 시기는 1989년 10월. 이후 다이렉트 뱅킹 고객의 33% 이상이 기존 HSBC은행 고객들의 추천에 의해 가입했다. 이 같은 고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HSBC은행은 이 사업부문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영국의 권위 있는 시장조사기관인 모리(MORI) 보고에 따르면, 13년 동안 영국에서 서비스가 가장 만족스러운 은행, 아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은행에 HSBC퍼스트 다이렉트가 뽑힐 정도로 이 상품은 고객만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HSBC의 상품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누구일까? 통상적으로 금전적 여유는 있지만, 은행에 오고 갈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들이다. 나이는 25~54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 실정도 엇비슷하다. 인터넷에 강하고 은행 갈 시간이 거의 없는 젊은 30대층이 다이렉트 상품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현재 인터넷을 통해 영업의 40%가 이뤄지고 있다. 콜센터로 걸려오는 서비스 문의 중 40%는 퇴근시간 이후인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다. 이는 은행 고객들이 퇴근 후에도 은행 일을 보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걸 뜻한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메카’답게 선진 금융기법을 바탕으로 은행 고객들에게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점에 이 상품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온라인 저축예금의 경우, 다른 상품보다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영국과 달리 미국은 다이렉트 뱅킹 도입 역사가 길지 않지만, 예금 규모 및 계좌 수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고금리 제공 행사 등 HSBC은행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외국 사례 중 성공적인 케이스는 대만이다. 2006년 9월에 시작된 다이렉트 뱅킹은 열풍 그 자체다. 기존 대만 은행들이 주는 평균 금리의 3배나 되는 고금리를 제공함에 따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 HSBC은행은 다이렉트 뱅킹 이후 두 달 만에 1년 목표 고객 숫자의 95%를 달성했을 정도다. 이 상품 발매 5주 만에, 기존 대만 HSBC은행 지점이 5년 동안 확보했던 고객 숫자만큼을 새로이 확보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만 HSBC은행은 다이렉트 뱅킹 시작 초반에는 ATM(자동화기기) 카드를 도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행 고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6년 12월부터 ATM 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소기업 직원들의 요구에 의해 다이렉트 뱅킹을 급여계좌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대만의 온라인 고객 조사업체인 사이노베이트의 조사(2006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기존 은행 고객 중 87%가 친구들에게 다이렉트 뱅킹을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이렉트 뱅킹의 5대 장점


계좌이체 수수료는 무조건 ‘공짜’
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이렉트 뱅킹’. 지난 2월 초 HSBC은행이 선보인 이 상품을 이용하면 고객들은 어떤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HSBC은행 정희라 부대표는 먼저 타행이체 수수료를 100% 면제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HSBC 다이렉트 뱅킹 계좌에서 다른 은행으로 이체시, 이체 수수료가 없다. 횟수 제한도 없다. 무조건 공짜다. 고객이 부담하는 타행이체 수수료는 만만치 않다. 가계에 부담이 될 정도다. 정 부대표는 통상 한 사람이 한 달에 평균 10번 타행이체를 한다면, 이에 들어가는 수수료만 해도 1인당 연 15만원 정도 된다고 말한다. 두 번째 장점은 높은 금리. 단 하루를 맡겨도 연 3.5%의 금리를 쳐준다. 시중은행의 보통예금은 사실상 금리가 없다. 이를 감안하면 HSBC 다이렉트는 엄청나게 높은 금리를 자랑한다. 실례를 들어 보자. 보통 이사를 하면 3000만원 정도를 단기간에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은행 통장 안에 두는 경우가 많다. 시중은행에 두 달간 이 돈을 맡겨 놓으면, 이자는 얼마나 받을까? 시중은행 일반저축예금의 금리가 0.5%라면, 두 달간 2만1155원(이하 월 복리 방식으로 계산시, 이자소득 세후 기준)을 받는다. 하지만 HSBC은행에서는 14만8275원을 준다. 7배에 달한다. 일반인이 자주 이용하는 연 0.2%나 0.1%짜리 시중은행 보통예금에 맡기면 아예 이자가 없는 것과 같다. 그 액수가 8460원, 423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장점은 은행에 가지 않아도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선 홈페이지(www. hsbcdirect. co. kr)에서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하면, 전문상담원이 거꾸로 은행고객을 찾아가 실명확인 절차를 진행한다. 상담원으로부터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와 안내서를 받고 웹사이트에 로그인 후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와 안내에 따라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계좌 개설이 끝난다. 네 번째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인터넷과 전화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야심한 밤중에도 다이렉트 뱅킹은 계속 돌아간다. 바쁜 직장인들 입맛에 딱 들어맞는 상품이라고 HSBC은행 측은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는다. 요즘 월급통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증권사 CMA 상품과 분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말하자면 다이렉트 뱅킹 고객들은 상대적인 고금리 혜택을 누리면서 예금에 대한 보호(5000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이렉트 뱅킹은 기존 은행의 인터넷 뱅킹보다 안전하다고 정 부대표는 강조한다. 단적인 예가 ‘이중 안전장치’다. 다이렉트 뱅킹을 이용할 때 은행 고객은 본인 확인 개인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 이 인증서는 통상적으로 개인 PC나 혹은 USB에 넣어 사용한다. 이 같은 방식은 다이렉트 뱅킹이나 기존 은행의 인터넷 뱅킹이나 똑같다. 그런데 다이렉트 뱅킹은 거래할 때마다 별도로 ‘일회용 비밀번호’를 사용한다. 계좌를 개설할 때 은행고객들에게 주는 비밀번호 생성기에서 은행 거래를 할 때마다 비밀번호를 새롭게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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