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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자꾸 세우는 건 국가적 불행”

“신도시 자꾸 세우는 건 국가적 불행”

▶1936년 김제 출생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통화위원·대통령 경제수석 건설부 장관 주택공사 이사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공적자금관리위 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현 중앙대 명예교수

이코노미스트가 창간 23주년을 맞아 기획한 원로와의 대담 두 번째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를 만났다. 국내에서 드물게 경제발전론을 전공한 학자로 6공화국에서 대통령 경제수석·건설부 장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 걸쳐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그는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진단부터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까지 특유의 달변으로 격정을 토로했다.
봄 햇살이 올라오는 이른 아침 박승 전 총재 집을 찾았다. 26년째 살고 있다는 그의 집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 수국사 입구 2층짜리 단독주택. 한국은행 총재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지 어언 1년, 집에서 책을 보거나 뜰에 화초를 가꾸고 부인과 여행을 다니며 일상을 보낸다. 3월 초 인도 여행에서 ‘친디아(Chindia=중국+인도) 효과’를 체감했다는 박 전 총재는 꼼꼼히 적은 메모지를 펼치며 준비된 ‘박승 표(標) 종합 처방전’을 내렸다. 어디를 가나 경제 걱정입니다. 시장 상인·택시기사부터 기업인·경제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들 그렇습니다. “양극화로 인한 민생고, 이게 최대 현안입니다. 참여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의 원인도 여기 있고요.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개방과 친디아 효과 때문입니다. 시장이 열려 중국·인도에서 싼 물건이 들어오니 되는 쪽과 안 되는 쪽으로 갈라진 게지요. 경쟁력 우위 산업(전자·자동차·철강·조선·화학·기계 등 주로 대기업)은 시장이 지구 전체로 커지니 승승장구하는 반면 경쟁력 열위 분야(중소기업·자영업·농업)는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자영업·농업 등 3대 부문은 국민 대다수가 매달려 먹고 사는 민생과 직결돼 있잖아요. 이는 결국 민생고·실업·빈부격차 확대와 같은 문제로 나타납니다.”

양극화는 실패 아닌 성공 결과

현상과 그 원인을 알면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부 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나요?
“양극화는 세계적 현상인데 특히 우리나라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게 문제죠. 지난 4년 경제성장률이 4∼5%인 가운데 기업소득은 30∼50%, 가계소득은 0%의 증가율을 보였어요. 양극화는 이미 6∼7년부터 진행돼온 문제고, 앞으로도 10년 이상 지속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구조조정이 끝나야 해결돼요. 결국 쓰러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농업은 어느 정도 정리돼 이 부문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현 정부 잘못이기도 하면서, 현 정부만의 잘못도 아닙니다. 부분적으로 책임은 있지만 어느 정부라도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음 정부도 이 문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당장 민생이 문제입니다. 일본에선 10년 불황의 후폭풍으로 1997∼2001년 해마다 1만6000∼2만여 개씩 기업이 쓰러진 적도 있습니다.
“한겨울이 되면 견뎌낼 수 있는 것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죽습니다. 이게 구조조정이에요. 바뀐 환경에 맞추지 못하면 사라질 수밖에요. 또 새로운 환경에 맞는 것들이 자꾸 돋아나는 법이고…. 한국은행을 떠날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양극화는 우리 경제가 실패한 결과가 아닌 성공의 결과’라고. 우리 경제가 성공적으로 빨리 성장했기 때문에 양극화도 심각하게 다가오는 겁니다. 일종의 압축 적응을 하다 보니 된서리를 맞는 게지요. 그런데 지금까지 빨리 적응해 왔으니 터널도 빨리 빠져나갈 거예요. 외환위기 때 빚 많은 기업을 한 번 걷어냈고, 지금은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저임금으로 버텨오던 기업을 걷어내는 과정입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 아닙니까?
“양극화를 탈피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완화하는 정책을 쓸 수 있지요. 이 경우 두 가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펴야 합니다. 하나는 국내 투자 및 고용증대 정책입니다. 우리 기업이 이익을 국내에 투자하도록 유도 하고,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야지요. 그러려면 규제를 풀고 노사관계를 안정시켜야합니다. 다른 하나는 낙오되는 소외계층을 받아주는 사회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일입니다. 특히 자영업과 농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도태되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지요.”

공공 서비스가 큰 문제

하지만 현실을 보면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청년들은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숨을 쉽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감속성장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에요. 경제가 이 단계에 들어가면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요. 우선 고비용 구조가 문제입니다. 임금이 비싸고, 땅값도 오르고, 세금도 많고…. 둘째,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복지를 요구합니다. 셋째, 의사결정이 자꾸 늦어집니다. 각계의 욕구가 분출하고 시위가 많아져 그렇지요. 넷째 그 결과가 국내 투자 부진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지금 우리 모습이 딱 그래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뚝 떨어졌습니다. 지난 4년 평균 성장률이 세계 평균에 못 미치고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거의 꼴찌인데요.
“현 단계에서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가 문제입니다. 이제 과거에 이룬 8% 성장은 불가능하고 잠재성장률 수준인 4.5% 성장을 20년 동안 할 수 있다면 연착륙이지요. 이게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하지만 경착륙을 한다면 성장률이 3% 또는 그 아래로 내려갈 거예요. 또 다른 걱정은 이대로 두면 한국이 소득은 높아지는데 삶의 질은 열악한 ‘고소득 저생활 국가’로 간다는 점이에요. 부동산값이 너무 올랐고, 사회질서가 문란하고, 국민이 이기적이라 나만 알고 사회를 모른 체 해서 그래요. 지금은 나 혼자서 절대 잘살 수 없는 시대입니다. 함께 공기를 맑게 해서 좋은 공기를 마셔야지, 나 홀로 맑은 공기를 만들어 산소호흡기로 숨쉴 수는 없잖아요. 선진국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게 뭡니까. 바로 교육·의료·환경·문화·사회질서·휴식시설 같은 공공 서비스예요. 지금까지의 산업화 과정, 중진국까지 오는 데는 쌀·옷·자동차 등 상품, 즉 개인재를 만들고 소비할 수 있으면 됐습니다. 그런데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고 공공 서비스(공공재)인데 우리는 지금 이게 문제거든요. 이대로 두면 한국은 1인당 소득이 5만 달러, 10만 달러가 돼도 선진국 같은 쾌적한 생활이 불가능할 거예요.”

세상은 이제 의식주(衣食住)보다 ‘교직주(敎職住=교육·일자리·주거)’가 문제인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특히 주거 문제는 과거보다 더 큰 고통을 줍니다.
“첫째 원인이 세계적 저금리 현상과 과잉 유동성입니다. 친디아 효과로 고(高)성장 저(低)물가 현상이 나타났어요. 고성장이면 고물가여야 하는데, 친디아 때문에 저물가가 되니 저금리 정책을 쓴 게지요. 금리는 낮고 돈은 많이 풀리고, 그게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만든 거예요. 우리나라뿐 아닙니다. 다 그래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극화가 둘째 원인입니다. 이건 우리 특수 상황이죠. 대기업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데, 중소기업·자영업·농업은 불황이 심각해요. 정상적이라면 대기업의 이익이 국내 투자로 이어져 공장을 짓고 기계도 설치해 다시 자금이 돌고 고용이 늘어 소비가 활성화돼야죠. 그런데 고비용 구조에 노조는 강성이고 국내 투자수익률이 낮으니 국내에선 투자를 안 해요. 국내 투자 수준이 6, 7년 전부터 거의 그대로입니다. 사실상 증가율이 제로예요. 이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국내 자산시장으로 갑니다. 은행에 예금하고, 주식을 사고…. 직·간접적으로 대기업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흘러드는 거예요.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겁니다.”

참여정부가 열두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수도권 집값은 34% 올랐습니다.
“현 정부만큼 혼신의 노력을 다해 부동산과 싸운 정부가 없을 거예요.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은 것은 근본적 치유가 부족해서 그래요.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통한 보유과세 강화, 참 잘한 겁니다. 재산세를 올리라고 30년 전부터 주장해왔거든요. 그래도 정부가 일련의 대책을 내놓았으니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2~3년 장기 침체에 들어갈 거예요.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동산에 대한 기대 수익을 잘랐으니까요.”
■ 우리 사회 최대 현안=양극화로 인한 민생고 ■ 한·미 FTA 협정=이득 100, 손해 60 ■ 부동산 문제 근본 대책=교육제도 변화와 지방 발전 ■ 현 경제상황=감속성장, 고소득 저생활 국가로 가는 중 ■ 선진국 들어서려면=사회공공재 위기 풀어야


보통 서민들이 집값 폭등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정부 정책이 먹혀들지 않은 것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 아닙니까?
“부동산은 재생산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부동산이 생활편익 수단이 돼야지, 축재 수단이 돼선 안 돼요. 가계자산에서 금융저축과 부동산 비율이 미국은 7대 3인데 우리는 반대로 3대 7입니다. 세계적으로 부동산 중심 사회가 일본과 한국 두 나라인데, 일본은 지난 10년 거품이 꺼졌고 한국만 유일하게 남았습니다. 부동산 중심 사회를 벗어나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가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동산 보유에 따른 비용을 높여야 합니다. 정부가 수돗물값을 안 받는다고 칩시다. 그럼 이를 농업용수로도 쓸 겁니다. 값이 싸면 낭비가 생깁니다. 우리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보유세가 낮기 때문이에요. 선진국은 시가의 1∼2%가 보유세인데 우리나라는 과거 0.1%였어요. 종부세를 도입하고도 평균 보유세가 0.4%입니다. 보유세를 계속 높여 선진국 수준으로 가야 합니다. 또 서울 집중을 차단해야 합니다. 부동산 문제는 주로 서울 문제이고, 서울 부동산 문제는 서울 집중 때문입니다. 서울로, 서울로 몰리는 것은 일자리와 교육 때문이죠. 이것을 그냥 두고선 그 어떤 정책으로도 서울 집값 못 잡습니다. 일자리와 교육정책을 개혁해야죠. 지방에서 굳이 올라오지 않고도 일자리를 찾고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도록 말입니다.”

보유세를 많이 물리는 게 방향은 맞지만 갑자기 부담이 너무 커지고 무차별적으로 강화하니 저항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더구나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팔고 다른 데로 이사 가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는 발언 아닌가요?
“그동안 재산세를 너무 낮게 부담하다가 갑자기 올리니 조건반사적으로 저항이 나오는 겁니다. 다만 정부가 강남 집 부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시행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잘못이죠. 소득이 없는 노인 같은 경우는 안타깝지만 정부가 일일이 대응하긴 어렵지요. 시간을 두고 사회가 적응해야 합니다.”

교육·일자리부터 해결 해야

서울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국토 균형발전 정책도 현재로선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큰 것 같습니다.
“89년 건설부 장관 시절 일산·분당 등 5대 신도시를 건설했지요. 450만 평에 45만 명을 수용했는데도 약발이 6∼7년밖에 못 갔어요.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 그래요. 신도시를 만드니까 자꾸 지방에서 올라오는 거예요.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지방으로 안 가요. 신도시를 계속 세워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국가적 불행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자면 일산·분당 같은 신도시를 매해 한두 개씩 건설해야 돼요. 30년 뒤 50개 신도시가 경기도에 들어선다는 얘긴데 그래서 되겠습니까? 5대 신도시 건설 당시 서울 주택보급률이 56%였지만, 이제 서울도 주택의 양적 부족 시대는 지났어요. 집 부족은 강남의 일이지 다른 데는 그렇지 않아요. 김포 같은데 신도시 건설해 강남 수요를 대체할 수 있겠어요? 안 됩니다. 오히려 강북의 공동화만 일으키죠. 게다가 신도시 건설로 연간 보상비가 15조원 나갑니다. 그중 3분의 1만 부동산 투자로 가도 5조원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요. 악순환입니다. 신도시 건설은 미봉책일 뿐이에요. 근본 대책은 제대로 된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지방 소외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지방 소외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론 어떤 게 있습니까?
“행정수도 이전이나 지역 혁신도시 건설은 핵심에서 벗어났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와 교육인데 그 대책이 빠졌어요. 지방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장 입지 대책이 절실합니다. 국토 균형발전 특별지구를 지정해 투자 기업에는 세금을 일체 면제하든지 국가적 지원을 집중하는 거죠. 또 지방에서의 교육 소외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도 줄이고요. 일자리·교육·재정 분야를 망라한 대책이어야 실효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면 그곳에 교육 문제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절실한 최대 과제가 교육개혁입니다. 돈으로 우열을 가리고, 시민 교육이 아닌 (의사나 판·검사 되라는)출세 교육, 사회참여 교육이 아닌 (협조는 모르고 경쟁만 알고 내 자식만 아끼는)개인 교육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천민 자본주의적 교육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교육은 대표적 공공재예요. 내 아들 가르치려고 유치원·고등학교·대학 만들 수는 없잖아요. 함께 만들어 함께 가르쳐야 합니다. 교육세는 내지 않으려 들면서 사교육비는 무한정으로 쓰는 게 현실이지요. 그동안의 사교육비를 교육세로 냈다면 우리 교육 문제는 벌써 해결됐을 겁니다. 유산도 자식에게만 주지 말고 3분의 1이라도 대학·고등학교·도서관에 보냈다면 교육현장이 훨씬 나아졌겠죠.”

그리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평준화의 틀은 유지하면서 개혁하는 게 필요합니다. 학생에겐 선천적 잠재력이 있고 후천적 개발 정도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선천적 잠재력은 무시한 채 수능성적이란 후천적 개발도만 중시하지요. 선천적 잠재력이란 상대평가에 의한 내신성적입니다. 섬 어린이 100명 중 1등이나 서울 학교 100명 중 1등이나 유전자 우월성은 같다고 봐야 합니다. 대학입시에서 학교 차별 없는 내신성적 실질 반영률을 50% 이상으로 하고 이를 지키는 대학만 정부가 지원하는 겁니다. 그 다음 서울 학군제를 단일학군 추첨제로 하는 겁니다. 서울 시내 아무 데나 지원하도록 바꾸자는 겁니다. 평준화는 모든 고교의 수준이 같다는 게 전제입니다. 그런데 부유층이 사는 지역은 학교가 좋아져 그 지역 학생만 뽑다 보니 특권층 학교가 돼 평준화의 틀을 깨잖습니까. 만약 서울대에 관악구 주민만 들어가도록 하면 동의할까요. 서울을 비롯, 지방도 모두 단일 학군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시민 교육에 맞게 교과 내용을 개편해야죠.”

▶부동산 문제는 주로 서울 문제이고, 서울 부동산 문제는 서울 집중 때문입니다. 서울로, 서울로 몰리는 것은 일자리와 교육 때문이죠. 이것을 그냥 두고선 그 어떤 정책으로도 서울 집값 못 잡습니다. 일자리와 교육정책을 개혁해야죠.



샌드위치…구조조정 기회로 삼자

얼마 전 인도를 다녀오셨는데 현장에서 친디아의 힘을 보셨는지요.
“인도가 일어서면 중국에 버금가는 힘이 나오겠지만 중국보다 경제발전은 느릴 거란 느낌을 받았어요. 중국이 효율적·개혁적·개방적인 데 비해 인도는 비효율적·개혁저항적·폐쇄적입니다. 중국은 지도층에서 결정하면 바로 추진하고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아요. 그런데 인도는 민주화가 어설프게 돼서 그런지 의사결정 과정이 느리고, 지방정부가 강해서 중앙정부의 말을 잘 안 들어요. 또 종교의 영향인지 사회가 불합리와 가난, 더러움을 체념한 채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고요.”

민생도 힘들지만 기업들은 중국에 쫓기고 일본에 밀리는 샌드위치 처지를 걱정합니다. 이러다간 선진국 문턱에서 헤매다 마는 것 아닌가요?
“한국이 선진국의 기술 견제와 후진국의 저임금 압력에 쫓기는 게 사실입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좌초할 가능성도 있지요. 동시에 위아래로부터의 압력은 채찍질과 같습니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선진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거지요. 기술집약적 경쟁우위 산업은 기술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후진국에 쫓겨 경쟁력을 잃는 중소기업·자영업·농업은 고통을 이겨내며 구조조정을 해야죠. 이 둘이 함께 이뤄지면 오히려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성장주도 산업은 주로 제조업인데 이를 발전시키면서 좀 더 길게 보고 기술집약 산업과 금융·의료·교육·통신·기업 서비스 같은 지식서비스 산업이 성장을 주도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사회·경제 등 각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지면 오히려 샌드위치 환경 때문에 한국 경제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겁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씀으로 들리네요.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한·미 FTA로 득을 보는 분야, 손해 보는 분야가 있지요.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좋습니다. 얻는 이득이 100이라면 손실은 60입니다. 한·미 FTA가 고통을 더 줄 수도 있지만 그 길이 아니고선 한국 경제에 희망이 없어요. 한·미 FTA는 경쟁력 우위 산업의 경쟁력을 더하고, 경쟁력 열위 부문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결과적으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겁니다. 다만 한·미 FTA 협정에 따라 고통을 받는 분야에 보상이나 대책이 충분히 마련돼야지요. 100을 얻는 쪽에서 60을 빼내 손해 보는 곳에 보상해도 40이 남는다는 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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