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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사상 최고인데‘웬 손실?’

주가 사상 최고인데‘웬 손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활황 장세가 펼쳐지고 있지만 일부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단기 고수익 유혹에 빠져 투자했건만 원금손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222개 ELS 상품 중 25%가 원금손실을 기록 중이거나 손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 박권호(42)씨는 2005년 12월 증권사 판매직원의 권유로 예금을 깨고 1000만원을 ELS에 투자했다. 안정적이면서도 연 10% 이상의 단기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판매직원의 말에 솔깃한 것이다. 하지만 박씨는 최근 속만 끓이고 있다.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는 반면 본인이 투자한 ELS 상품은 원금손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박씨가 투자한 ELS는 신한지주와 기아자동차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기준가격이 60% 이상이면 연 12%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반면 60% 미만이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판매직원은 ‘주가가 40% 이상 떨어질 일이 있겠느냐’며 투자를 권유했고, 박씨도 ‘그럴 가능성은 작다’에 베팅을 했다. 하지만 기초자산 중 하나인 기아자동차의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원금을 까먹을 처지에 놓였다. 통상 1개 이상의 특정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경우 주가가 하락한 종목을 기준으로 지급조건이 결정된다. 따라서 만기까지 기아자동차의 주가가 발행가격의 60%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시 활황 속에서 ELS 투자로 속을 끓이고 있는 투자자는 박씨만이 아니다. 상당수 투자자가 ELS 투자로 원금손실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4월 26일 현재까지 발행된 ELS 상품 중 163개(공모 34개, 사모 129개)가 현재 가격이 기준가격 대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중 116개 상품은 이미 40% 이상 가격이 떨어져 원금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116개 상품에 투자된 금액만 7500억원이 넘는다. 즉 많은 개인 및 법인 투자자들이 ELS 투자로 박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222개 ELS 상품 중 26%(56개)가 원금손실을 기록 중이거나 손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중 1개는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기초 자산 종목 폭락하면 손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공모형 ELS 상품 중 원금손실을 기록 중이거나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은 34개에 달했다. 이 중 실적이 가장 안 좋았던 것은 현대증권이 2005년 12월 26일 발행한 ‘유퍼스트 ELS 51’이었다. 포스코와 기아자동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퍼스트 ELS 51’은 기아자동차의 주가 폭락으로 현재 가격이 59%나 떨어졌다. 내년 12월 26일까지 기아자동차의 주가가 기준가격 대비 60% 이상 오르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원금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 삼성증권이 2005년 12월 20일 발행한 ‘삼성증권 ELS 652’도 현재 가격이 58%나 하락, 원금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 상품도 기초자산으로 기아자동차를 택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신증권이 2005년 12월 26일 국민은행과 기아자동차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대신증권 ELS 60’도 기아자동차의 주가하락으로 현재 가격이 57% 하락한 상태다. 4월 26일 현재 원금손실을 기록 중인 ELS 상품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5개를 기록한 삼성증권이다. 이어 우리투자증권 4개, 대우증권과 신영증권이 각각 2개, 대신·현대·하나증권이 각각 1개를 기록했다. ELS가 원금손실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이유는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의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원금손실을 기록 중인 ELS가 기초자산으로 선택한 종목들을 살펴보면 기아자동차, 삼성SDI, LG필립스LCD 등이 대부분이다. 이들 종목은 2005년 하반기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기아자동차는 2005년 12월 2만5000원대에서 최근 1만1000원대로 56%나 하락한 상태다. 삼성SDI 역시 2005년 9월 11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5만원대로 반토막 났다. 삼성SDI나 기아차 주가가 만기일까지 오르면 상관없지만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20개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SDI 목표주가 평균치는 5만9221원이다. 기아차 역시 위기설이 흘러나오면서 목표가 평균치가 1만3300원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인덱스 기반 ELS 투자 바람직 따라서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ELS 투자시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의 주가 흐름을 잘 살펴야 한다고 충고한다. 기초자산으로 선택된 종목의 업황과 펀더멘털 등을 면밀히 분석해 미래 주가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극수 메리츠증권 금융상품사업팀장은 “ELS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자산의 주가 분석”이라며 “옵션을 통해 어느 정도 주가하락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ELS의 장점이지만 40% 이상 주가가 폭락하면 손해를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ELS 기초자산은 종목 수보다는 해당 종목의 주가 흐름이 예측 가능한 상태에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보다는 KOSPI200, KODEX200 등 인덱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덱스는 개별 종목보다 변동성이 작아 손실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덱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경우 원금손실을 기록한 것은 단 한 개도 없는 상태다. 강영선 알리안츠자산운용 부장은 “특정 종목은 시장 위험은 물론 개별 기업의 경영 현황 등 여러 가지 주가 변수가 있지만 인덱스는 시장 위험만 가지고 있어 리스크가 낮다”며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수익률은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고 전했다. 한편 고수익 상품인 ELS는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행된 ELS 상품은 총 2307개로 22조4297억원 규모다. 올해에만 1304개 상품, 12조원 이상이 발행됐다. ELS뿐만 아니라 주가연계채권(ELD), 주가연계펀드(ELF),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파생결합 상품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증권가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ELF 발행 규모는 지난해 14조7000억원에서 올해 15조원으로 불어났고, 2005년 말부터 팔기 시작한 ELW 발행 물량도 작년 10조원 수준에서 올해 15조원대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이들 파생결합 상품의 올해 시장규모만 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생결합 상품이 국내에 처음 출시된 지 5년 만에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에 이르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강 부장은 “파생결합 상품이 단시간에 거대 시장으로 성장한 비결은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중 부동자금이 고금리 상품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또 고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상품 구조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파생결합 상품과 관련 시장은 더욱 커져 주요 투자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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