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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은 과연 공정한가

‘공정무역’은 과연 공정한가

‘트롤리 보트(trolley vote)’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생산자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페어트레이드(fairtrade: 국내에선 공정무역, 대안무역 등으로 불리지만 아직 공식명칭이 없어 이 기사에선 편의상 페어트레이드라 한다) 제품을 구입해 가난한 나라를 돕고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한다는 신조어다. 수퍼마켓의 쇼핑 카트를 지칭하는 트롤리에서 연유했다. 영국에선 이미 국민의 50%가 이 개념을 이해하며 페어트레이드 마을도 등장했다. 한국은 3~4년 전부터 몇몇 비정부기구(NGO)가 페어트레이드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가게가 판매하는 네팔산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이 대표적이다. 여성환경연대, 한국기독교청년회(YMCA), 두레생활협동조합도 가세했다. 페어트레이드 커피 전문 매장도 생겼다. 올해 여성환경연대는 유기농 면화로 만든 의류제품을 출시한다. 아직은 무역 통계에 잡히지 않을 만큼 미미한 액수지만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 페어트레이드 수입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페어트레이드가 주장하는 ‘공정한 대가’란 과연 뭘까? 내 소비행위 때문에 지구 건너편 생산자가 진짜 혜택을 입을까? 사실 ‘공정함’만큼 모호한 말도 없다. 게다가 국제 무역의 복잡한 흐름 속에서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최빈국 중 하나이며, 한국 NGO들의 주요 페어트레이드 상대국으로 거론되는 네팔을 찾아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가늠해봤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히말라야, 고대 문명의 신비를 간직한 차마고도(茶馬古道)의 풍취를 기대했다. 그러나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에 내리자 매연 때문에 마른 기침만 절로 나왔다. 거리엔 사람, 차, 자전거와 소들이 뒤엉켰고 시끄러운 경적소리가 귀를 찢었다. 할 일 없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하루를 보내는 어른도 많이 보였다. 관광객만 보면 어린 자식을 앞세워 구걸하는 부모나, 건설현장에서 무거운 돌덩이를 날라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도 쉽게 눈에 띈다. 네팔 총인구의 42%는 절대 빈곤선 밑이고 노동인구의 절반이 실업과 불완전고용에 시달린다. 1950년대 이후 인구는 두 배로 늘었지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매년 2~3%대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그들에게 남은 일은? 아무에게나 달려가 돈을 구걸하거나 망연히 시간 죽이기뿐이다. “난 적선을 믿지 않는다. 땀 흘려 일한 대가를 믿을 뿐이다.” 80년대부터 빈곤층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고민한 경제학자 파드마사나 샤키아의 말이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그가 얻은 답은 페어트레이드였다. 페어트레이드란 5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시민운동이다. 자유무역 체제에서 다국적기업이나 무역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제3세계 생산자를 착취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생산자에게 생산원가와 생계비를 포함한 최저구입가격, 즉 ‘응당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fair price)’를 보장해 빈곤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운동이다. 상품의 가격보다 그 상품을 만든 사람과 환경을 고려하는 이른바 ‘윤리적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세계 페어트레이드 시장은 지난 7년간 약 40%씩 성장했다.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소규모 생산자들이 50여 개국 3000여 개 NGO에 소속돼 페어트레이드에 종사한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채 안 된다. 페어트레이드가 활발하다는 영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90년대 초 빈민구제 국제기구 옥스팸(Oxfam)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의 NGO가 네팔의 전통 수공예품에 관심을 보이면서 네팔도 페어트레이드를 도입했다. 93년 옥스팸의 주최로 7개 네팔 NGO가 모여 FTG네팔(Fair Trade Group Nepal)을 만들었다. 각 NGO는 도시의 빈곤층 여성에게 기술을 가르쳐 직접 고용하고, 그동안 내수시장에만 공급해왔던 지방의 소규모 생산자에겐 주문생산을 맡겨 해외 판로를 개척했다. 모두 저소득층을 도우려는 목적이다. FTG네팔은 공동 상품책자나 웹사이트를 만들고 국제박람회에 참가해 회원 단체들의 해외 마케팅과 정보공유에 힘쓴다.(이들 기관은 ‘근로자’ ‘노동자’ 대신 주체성을 강조하는 ‘생산자’란 용어를 쓴다. 여기서는 혼란을 막으려고 NGO가 직접 고용한 생산자는 ‘근로자’, 지방의 소규모 생산자는 ‘생산자’로 칭했다.) 파드마사나 샤키아는 현재 FTG네팔의 의장이면서 마누시(Manushi)라는 페어트레이드 기관을 운영한다. 샤키아 의장은 “현재 FTG네팔의 회원 기관은 총 4만5000여 명의 빈곤층 여성, 또 지방 생산자와 협력해 20여 개국에 수공예품과 식품, 의류·잡화 등을 생산·수출한다”고 밝혔다. FTG네팔에 따르면 주력분야인 수공예품의 경우 네팔 전체 수출량의 10.5%를 페어트레이드가 담당한다. 최저가격만 보장한다고 페어트레이드는 아니다. 페어트레이드 기관의 국제 포럼인 IFAT(국제공정무역기구)의 정의는 훨씬 다층적이다. 가격 보장뿐 아니라 저소득층 우선 고용, 안전한 근무환경과 기술훈련 같은 복지혜택, 장기고용 관계 확립, 친환경 생산 방식 등 10대 원칙을 충족해야 비로소 페어트레이드가 성립된다. 물론 투명성과 상호 대화가 대전제다. 따라서 철저한 관리감독이야말로 페어트레이드의 생명이다. IFAT는 정기적인 현장 방문과 평가제도를 활용한다. 일단 IFAT 회원이라면 페어트레이드 기관으로서 국제적인 인증을 받았다고 본다. 또 하나의 페어트레이드 인증기관인 FLO(국제 공정무역 라벨링 기구)는 제품마다 인증 라벨을 부착해 페어트레이드임을 증명한다. FTG네팔의 회원들은 모두 IFAT의 인증을 받았다. 뉴스위크 한국판이 방문한 5개 기관은 모두 직접 고용한 근로자에겐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와 보너스는 물론, 근로자 공제기금, 유급 휴가, 직원 대출 등의 복지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당연한 대우처럼 보이지만 제때 월급을 받기도 어려운 네팔에선 보기 드문 혜택이다. 지방 생산자 집단의 경우 납품 가격의 절반을 선지급해 제품 개발과 가족부양에 쓰도록 한다. 또 제품의 질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내치지 않고 기술훈련 등을 통해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맺는다. “각 집단의 대표가 소속 생산자들에게 주는 임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더 비싼 값을 지불해서라도 임금을 올리도록 한다”고 샤키아 대표는 말했다. 이 얼마나 페어트레이드적인 발상인가. 그런데 이 원칙은 실제로 얼마나 지켜질까. 네팔 페어트레이드 단체를 몇 군데 둘러보니 현실은 그런 원칙에서 조금씩 벗어나 보였다. 복지 혜택엔 대부분 만족했다. 그러나 월급은 신입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샤키아 대표는 “마누시의 신입 근로자들 임금은 네팔 정부에서 정한 최저임금인 1800루피에서 시작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정부 기준 한 달 최저임금은 지난해 1800루피(2만4000원)에서 2200루피로 올랐다. 또 연차가 쌓여도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상승폭이 미미했다. 다른 페어트레이드 단체 마하구티(Mahaguthi)의 작업장에서 11년 동안 직조를 한 너라얀 테비 찌우대(42)의 월급은 여전히 1600루피 정도였다. 마누시에서 15년 동안 직물 염색, 상품 포장을 해온 라다 라라(49)의 월급은 약 2600루피였다. 물론 임금이 비교적 높은 근로자도 있었다. 마하구티의 재봉사들은 한 달에 성과급을 포함해 3500~4000루피를 번다. 또 기본급이 일반 업체보다 높은 사례도 있었다. 마하구티의 작업장에서 직조를 하면 1m당 8루피를 받지만, 다른 곳에서는 5~6루피다. 이런저런 경우를 종합하면 마누시, 마하구티 직속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임금은 3000루피(약 4만원) 정도다. 한국인으로 네팔에서 6년 동안 거주한 문광진 선교사는 “네팔 서민 한 명의 생활비로는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단, 외식은 꿈도 못 꾸고, 옷은 1년에 한 번 겨우 사 입고, TV나 라디오 같은 문화생활은 전혀 즐기지 못한다. 그나마 신생단체 영와우(Youngwow)의 평균 임금은 2000루피에 불과했다. 그러나 NGO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닌 경우엔 사정이 더 열악했다. NGO에 납품하는 지방 생산자 단체 소속 신입 생산자의 보수는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쳤다. 마하구티에 도자기를 납품하는 생산자 집단은 보통의 공장들과 다를 바 없었다. 어두운 작업장 안 흙바닥에 쪼그려 앉아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니샤 스레스타(21)의 월급은 2000루피에 불과했다. 3년 경력을 쌓은 지금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초기 3개월 동안엔 한 달에 1000루피만 받았다. 훈련생이었다고는 하지만 당시의 월급은 현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됐다. 게다가 “다른 일반 공장과 비교해 여기 임금이 높지 않다”고 니샤는 말했다. 페어트레이드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 답변이었다. 마하구티의 수닐 차트라카 대표는 “상품 가격에서 최초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일반 상품에 비해 많은지는 분석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인은 허술한 현장 관리감독(모니터링) 때문이다. 현재 네팔의 각 페어트레이드 단체는 IFAT의 규정에 따라 자기 평가를 한 후, 관계자들이 모여 상호 검토하고,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는다. FTG네팔과 IFAT 측도 회원 단체의 생산자 집단을 현장 방문하거나, 근로자를 직접 인터뷰해서 임금과 근무환경, 거래가격 등이 정해진 기준에 맞는지를 거듭 확인한다. 그럼에도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드러났다. 마누시의 샤키아 대표는 “납품 가격은 생산자 단체 측에서 제안하기 때문에 최초 생산자가 거기서 얼마나 이익을 얻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마하구티의 수닐 치트라카 대표도 “IFAT, FTG네팔, 마하구티가 각각 현장을 방문해도 모든 생산단계를 감독하기는 어렵다”며 모니터링에 허점이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생산자가 만든 상품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전 과정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그런 자료는 없다”고 답했다. 각 생산자 단체의 임금 지불과 가격 책정 내역을 문서화하는 체계도 없었다. 다른 페어트레이드 단체 사나 하스타칼라(Sana Hastakala)의 찬드라 프라사드 카치히파티 대표는 “현실적으로 생산자 집단에 높은 투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각 지방의 작업장은 별도의 관리자가 없는 데다 전체적인 교육 수준도 낮아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단체 대표들은 모니터링 체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수닐 대표는 “현재 모니터링 체계를 개선하는 중이며, 곧 더 나은 체계를 갖추게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뜨거운 감자다. 80년대 이후 페어트레이드를 자처하는 사업체나 기관이 많아지면서 국제 감시와 인증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2000년대 들어 IFAT와 FLO가 산발적인 인증 절차와 기준을 통일하는 데 성공했다. 모니터링을 통과한 기관(제품)엔 인증 라벨을 발급해 페어트레이드 자격요건을 갖췄다고 보증한다. IFAT는 회원 기관에 FTO(Fair Trade Organization) 마크를 제공하고, FLO는 제품에 인증 라벨을 부착해 투명성을 보장한다(현재는 식품군만 취급하며, 수공예품의 인증 기준 마련을 논의 중이다). FTG네팔 회원들 간에는 소비자층을 넓히려면 IFAT의 인증을 넘어 제품마다 페어트레이드의 투명성을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하지만 그게 FLO의 인증 라벨이 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비용이 걸림돌이다. 마하구티의 수닐 대표는 “마하구티에서 거래되는 4000종의 상품 공정을 일일이 감독하자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했다. 네팔엔 그 정도로 수익구조가 탄탄한 NGO가 아직 없다. 일본의 페어트레이드 단체 네팔리 바자로의 간지 우시쿠보 이사는 “FLO의 라벨 부착만 고집한다면 그만한 관리감독 비용과 인증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소규모 생산자는 경쟁에서 탈락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생산자야말로 페어트레이드의 주력층인데 말이다. 게다가 국제기구 모니터링의 허점도 만만치 않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는 페어트레이드 인증을 받은 페루 커피 생산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 기준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또 인증받지 않은 커피가 버젓이 페어트레이드 상품으로 수출됐다고 폭로했다. 영국의 온라인 경제지 파이낸셜 메일은 2005년 한 해 자국에서 페어트레이드 인증 상품이 벌어들인 약 2억 파운드 중 420만 파운드만 제3세계에 돌아갔다고 전했다. 수퍼마켓과 중간업자, 그리고 국제인증기관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로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국제기구의 인증이 공정성을 담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안은 뭘까? 15년 넘게 네팔의 생산자와 꾸준히 거래해온 일본의 네팔리 바자로는 FLO의 인증 라벨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해주는 데 치중한다. 간지 이사는 “FLO의 라벨만으론 이 상품이 어디서 왔고,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확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네팔리 바자로 관계자들은 수시로 네팔의 생산자 가정을 방문해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다. 3000여 명의 생산자와 일하지만 누구의 자녀가 속을 썩이는지, 누구 집 지붕이 수리가 필요한지 훤히 꿰뚫는다. 네팔리 바자로의 소비자들은 카탈로그나 홍보 자료를 통해 자신이 참여한 페어트레이드가 네팔 생산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눈에 보게 된다. 단순히 감동적인 사연만 들려주지 않고 무역의 전 과정을 공개한다.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도 ‘히말라야의 선물’이란 이름으로 수입하는 굴미 지방의 커피가 좋은 사례다. 간지 이사는 각 무역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판매가를 명시한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서류 한 장을 꺼냈다. 굴미 커피가 수확돼 일본의 네팔리 바자로 상점에서 판매되는 과정을 도식화한 자료였다. 그는 이 자료를 네팔리 바자로의 상점 게시판에 붙이거나, 소식지에 소개한다. 간지는 “굴미 커피의 일본 소매가(약 5600원)에서 생산자의 몫은 약 15%로 일반 커피에 비해 무려 30배 높다”고 설명했다(‘히말라야의 선물’의 경우, 아름다운 가게 등 소매상이 50% 마진을 챙기는 바람에 생산자 몫이 9%에 불과하고 소비자 가격도 두 배 가까이 높다). 네팔리 바자로와 운송업체, 커피 생산자들 간의 정기회의 참석차 카투만두를 방문한 굴미 지역 협동조합의 파르슈람 아차리아 관리 감독은 “페어트레이드 덕에 굴미 주민들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네팔에서 드물게 NGO나 중간상인 없이 직거래를 실현하기 때문에 “생산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상품을 이렇게 철저히 관리하진 못한다. 대부분은 네팔의 페어트레이드 기관과 연계하기 때문에 네팔리 바자로의 직접 참여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상과 현실엔 거리가 있었다. 빈곤의 고리를 끊겠다는 기관 대표들의 일장연설은 주먹구구식 행정과 허술한 모니터링 때문에 빛이 바랬다. 신입 근로자의 임금이 최저임금 선을 밑돌고, 지방 생산자의 보수 수준은 가늠하기도 어렵다. 페어트레이드 인증 라벨 역시 난제다. FTG네팔 회원들이 해외시장 발굴과 마케팅 기회를 독점한다는 얘기도 있다. FTG네팔에 가입하지 않은 단체들은 상대적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중 한 단체의 대표는 “네팔을 방문한 한 외국 관계자가 FTG네팔을 마피아 모임에 빗대더라”고 전했다. 네팔의 페어트레이드 상품을 해외로 운송하는 리추얼 화물운송의 딜리 투라다르 사장은 “페어트레이드의 90%가 선의와 윤리적 선택에 바탕한다면 10%는 아직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래도 페어트레이드는 계속돼야 할까? 딜리 사장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예스!”라고 답했다. 그나마 손에 잡히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함’에 네팔의 페어트레이드가 못 미칠지 모르지만, 그 기준조차 그들에겐 사치일지 모른다. ‘히말라야의 선물’ 한 봉지를 산다고 생산자의 비루한 일상이 갑자기 변하진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봉급이 적다고 투덜댈지 모른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몇 푼이라도 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네팔에선 행복한 사람이다. 깨끗한 근무환경에 월급과 보너스까지 받아 구걸하지 않고도 자식을 학교에 보낸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따라서 네팔의 페어트레이드 단체는 임금 인상보다 생산 단계를 쪼개서라도 일자리를 늘리는 데 의미를 둔다. 우리가 그들의 옷이나 도자기를 구입한다고 라다와 니샤의 형편이 크게 나아지진 않지만, 여러 명의 라다와 니샤가 생겨난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영와우의 우샤 곤갈 대표는 “자유무역에선 시장이 주역이지만 페어트레이드에선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버린 땅과 사람들을 누군가 구원해야 한다면, 그가 바로 당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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