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겠다”
“TV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겠다”
카자·스카이프 창업자들 다음 목표는 인터넷 TV 니클라스 젠스트롬과 야누스 프리스는 한 업계에 뛰어들어 기존 사업모델을 초토화하기로 유명하다.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 그들의 장기였다.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 카자(Kazaa)로 음반업계에 장송곡이 울려퍼지게 만들었고, 무료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Skype)로 통신회사들을 할 말 없게 만들었다. 그러다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스카이프를 e베이에 26억 달러에 매각한 후 카자와 음반업계 간의 저작권 소송에 패해 1억 달러를 배상금으로 지불했다. “이번 결과는 우리가 (주요 업계의) 현안을 충분히 포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덴마크 출신의 프리스(30)가 말했다. 그 후론 조금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좀 더 상냥하고 신사적인 ‘파괴’랄까. 이번 표적은 TV다. 이들의 새 프로젝트 ‘주스트(Joost)’는 “사람들의 TV 사용 방식을 바꾸겠다는 목표”라고 스웨덴 출신의 젠스트롬(41)이 말했다. 이번엔 전쟁보다 구애전략이다. 주스트는 방송사에 일말의 위협감도 주지 않으려 애쓴다. 동시에 광고주가 가장 선호하는 광고수단이자 광대역 인터넷만 있다면 누구라도 중독될 최고의 오락매체로 자리 잡으려 한다. 유튜브가 바이어컴과 저작권 소송에 매달리는 동안, 주스트는 재빨리 바이어컴과 콘텐트 협력 계약을 했다. 5월 첫째주 공개된 무료 서비스를 내려받으면 모니터 가득 영상이 뜨면서 컴퓨터가 TV로 변한다. DVD급 화질은 아니지만 볼 만하다. 유사한 다른 벤처와 비교했을 때 주스트의 경쟁력은 카자나 스카이프처럼 P2P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디지털 정보를 빠르고 경제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모든 자료가 주문형이므로 방송시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동영상을 보면서 친구들과 온라인 채팅을 즐기는 쌍방향 기능도 있다. 하지만 주스트의 미래는 결국 콘텐트에 달렸다. 창업자들의 신사적인 접근이 여기서 진가를 드러낸다. 현재까지 주스트가 확보한 채널만 100개가 넘는다. MTV의 청춘연애담 ‘라구나 비치’ 같은 그저 그런 프로부터 흘러간 명작 중심의 래시 채널, 격투기 전문 파이트 네트워크, 독립영화 전문 인디플릭스까지 다양하다. 그외 터너사와 계약으로 어덜트 스윔 만화, CNN의 간판 ‘래리 킹 라이브’ 같은 프로그램이 추가됐고, ‘미녀삼총사(TV판)’ 같은 고전을 가진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과도 계약을 맺었다. 뉴스위크의 취재에 따르면 워너 브러더스(WB) 채널도 곧 이 대열에 동참한다. 브루스 로젠블룸 WB 회장은 주스트용 공상과학 채널을 출범한다고 밝혔다(90년대 인기시리즈 ‘바빌론 5’부터 60년대 코미디 ‘화성인 마틴’까지 다양하게 꾸밀 예정이다). ‘스타의 무명시절’ 채널도 개설 예정이다. 브래드 피트가 무명 시절 출연한 시트콤 ‘성장통(Growing Pains)’ 같은 프로가 방영되는 채널이다. CBS도 가세한다. 여름쯤엔 주스트에서 ‘CSI 과학수사대’를 보게 될 듯하다. “니클라스와 야누스는 온라인 배급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CBS의 퀸시 스미스가 말했다. 스미스는 다른 콘텐트 공급업체처럼 주스트의 보안 기능을 높이 산다. 다른 방송사들도 곧 뒤따를 예정이다. 대다수 방송사는 이미 자사 웹사이트에서 ‘인터넷 다시보기’를 실시하고 아이튠스에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주스트는 업계 전체가 따라오리라 본다. “TV 채널, 프랑스 예술영화, 축구 경기 등 모든 전문 콘텐트 방영권을 따내는 게 내 일”이라고 주스트의 콘텐트 총책임자 이베트 알베르딩크 타임이 말했다. 안방 TV처럼 주스트도 광고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하지만 1시간에 단 3분만 광고를 내보낸다. “맞춤 광고를 내보내고 쌍방향 요소를 곁들이기 때문에 광고비를 더 받는다”고 주스트의 광고 영업을 지휘하는 데이비드 클라크가 밝혔다. 주스트에 따르면 휼렛패커드, 코카콜라, 나이키 같은 우량기업 광고주들이 이미 계약을 마쳤다. 만약 주스트 같은 서비스가 프로그램을 충분히 갖춰 사람들이 케이블 방송 시청료를 더 이상 못 내겠다고 한다면? 주스트 창업자들은 불필요한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듯 말을 아낀다. “너무 앞서가서는 안 된다”고 젠스트롬은 말했다. 그는 스카이프가 나왔어도 기존 장거리 전화 서비스는 멀쩡하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물론 주스트는 인터넷 TV가 보편화돼 그저 ‘TV’로 불리는 세상을 꿈꾸는 수십 개의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또 방송 계약도 독점이 아니므로 그들이 우세하리란 보장도 없다. “동종업체와 경쟁구도를 의식하진 않는다”고 젠스트롬이 말했다.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능한 한 많은 콘텐트를 확보해 우리의 비전을 실천하려 할 뿐이다.” 주스트가 TV 업계의 판도를 뒤엎는 데 성공해도 두 창업자는 은퇴해 인터넷 TV나 즐길 생각이 없다. “난 TV를 안 본다”고 프리스가 말했다. 아마 또 어떤 사업을 뜯어고칠까 궁리하는 모양이다. 파괴적이든 아니든. With EMILY FLYNN VENCAT in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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