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완전한 사랑] 사랑은 서로 망가뜨리는 것

[완전한 사랑] 사랑은 서로 망가뜨리는 것

전화로 60대 여성이 섹스 상담을 요청해 왔다. ‘영감이 매주 2회씩 사랑을 하는데 이런 빈도는 과욕이 아닌가.’ 이러다간 복상사할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섹스를 사랑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럼 남녀를 불문하고 이성 간에 행하는 모든 육체적 접촉이 사랑에 의한 것인가. 영어에서 코이터스(coitus·성교)를 의미하는 ‘make love’란 말 속에는 성행위가 사랑의 행동적 표현인 동시에 그 궁극적 목표라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프리섹스 풍조로 정절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예전에 비해 훨씬 가벼워진 현대인들은 남자는 물론이고 여성들까지도 섹스를 사랑의 심정으로 행하는 세리머니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만 정신이 지시하는 바와 그 행동이 일치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남성이 돈으로 고급 창녀를 사서 색다른 섹스를 즐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상의 섹스에 쾌락의 추구만 있고 사랑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것이라면 ‘메이크 러브’라는 표현은 당치 않은 수식어가 아닌가.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옳은가. 그 원류는 아마도 이렇게 해서 생겨났을 것이다. 사람들은 성행위의 주된 동작이 전적으로 파트너에게 쾌락을 줘야 한다는 믿음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혀로 여체의 성감대를 핥고,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등의 행위를 하면서 이런 것이 섹스 파트너에 대한 에티켓이며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을 알아보면 섹스가 꼭 그처럼 숭고한 내용으로 충만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약간의 포학성을 내포해야 섹스의 재미가 배가되고 심신의 신진대사가 순조롭게 순환되는 법이다. 좀 잔인한 해석이지만 프로이트 학파의 학자들이 볼 때 성교는 남녀가 서로 상대방을 훼손하는 행위이고 그 유열(愉悅)은 사랑하는 사람을 훼손함과 동시에 상대의 부정(不淨)을 기뻐하며 즐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여성이 오르가슴에 즈음해 과도한 흥분을 참지 못해 내뱉는 신음소리를 즐기는 남성의 태도는 그 자체가 사디즘(sadism)의 발로이고, 그런 고통을 감수하는 여성의 기쁨은 마조히즘(masochism)의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요약하면 인간의 성 심리 속에는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 두 가지가 평화롭게 공존해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임상에서 보면 엄처시하에서 지나치게 억눌려 살았거나 악성의 성병이나 스몰 페니스 그리고 심각한 조루, 발기부전 등으로 배우자의 성적 욕구 충족이 불충분하게 되면 정상적으로 표출되어야 할 사디즘이 왜곡돼 엉뚱한 방향에서 가학적 증세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서로를 망가뜨리고 훼손하는 교열이 반주해 가는 게임이 다름 아닌 섹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남자가 마조히즘이고 여자가 사디즘인 커플에서는 섹스의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 여자는 구강애무(cunnilingus)만 받고 싶어 하고 섹스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여성 상위만을 고집한다는 성 행동 특징이 나타난다. 만약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 여성은 곧 불감증이 되어 버린다. 이런 불감증에 대한 유효한 처방으로 커플이 성기의 동시상호구음 즉 ‘six-nine’의 형태를 취할 것을 권장하는 전문가가 있는데 한번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정신적 갈등이 조화를 이뤄 남녀 모두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수도 있는 문제다. 바로 이런 성적 특성을 파악했던지 인도의 성전(性典)들, 즉 카마수트라에서는 8가지 오럴 섹스 방법을 제시한다. ‘아난가 랑가’는 국소 자극법 16개소, ‘라테이라하스아’는 여성의 타입을 성적인 면에서 4질(質) 7성(性)으로 분류해 남녀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을 예시함으로써 부부의 속궁합이 안 맞아서 생기는 트러블 해소책을 제시해 놓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섹스도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변우석 업은 배스킨라빈스, X-마스 '케이크 전쟁' 승기 잡을까

2임지연, 씨스루에 두 팔 벌리며…"후회 없이 보여드릴 것"

3신한은행, 재외국민 위한 ‘신한인증서 발급 시범서비스’ 개시  

4'금리 인하'에 소식에 은행 찾았지만...대출은 '첩첩산중'

5정병윤 리츠협회장 “국내 리츠 경쟁력 높이기 위한 과제 해결 필요”

6SK증권, 조직개편·임원인사 단행…대표 직속 IB 총괄 신설

7MBK·영풍 시세조종 의혹 재점화…임시주총 변수 되나

8현대차그룹, 英 ‘탑기어 어워즈’ 4년 연속 수상

9롯데, 임원인사서 CEO 21명 교체..."계열사 혁신 가속화"

실시간 뉴스

1변우석 업은 배스킨라빈스, X-마스 '케이크 전쟁' 승기 잡을까

2임지연, 씨스루에 두 팔 벌리며…"후회 없이 보여드릴 것"

3신한은행, 재외국민 위한 ‘신한인증서 발급 시범서비스’ 개시  

4'금리 인하'에 소식에 은행 찾았지만...대출은 '첩첩산중'

5정병윤 리츠협회장 “국내 리츠 경쟁력 높이기 위한 과제 해결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