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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 손학규 전 경기지사] “기부하는 부자 인센티브 줘야”
- [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 손학규 전 경기지사] “기부하는 부자 인센티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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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대선 예비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한나라당에 14년간 몸담았다. 운동권 출신인 그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진보 성향으로 통했다. 손 전 지사는 그러나 포브스코리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부유세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혀 진보 정당과 거리를 뒀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장기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우리나라 부자들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보이는 한편 “투명하게 벌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사 시절 ‘한국을 빛낸 CEO상’을 탔지만 이재에 밝은 편이 아니다. 근로소득이 유일한 수입원이고 은행 예금 말고는 재테크를 해 본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나마 예금 통장은 부인이 관리하고 있다. 그의 부자관부터 들어 보자. “부자가 되려면 돈 버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철학으로 삶에 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부자를 보면 미래에 대한 안목, 창조적 열정, 글로벌 마인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들이죠.” 한나라당 탈당 후 주목도가 높아진 손 전 지사는 “부자도 시대정신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흔히 부자라고 하면 돈 많은 사람쯤으로 치부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부자는 시대정신을 쥐고 일관성 있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야 합니다.”
그렇게 귀감이 될 만한 세계적인 부자가 누굽니까. 존경하거나 높이 평가하는 부자가 있나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을 높이 평가합니다. 21세기는 사람과 기술, 그리고 문화가 만나는 시대입니다.벽을 밀면 문이 되는 글로벌 · 디지털 · 네트워크 사회죠. 스티브 잡스 회장은 1980년대에 이미 미래를 내다본 듯 기술과 문화를 접목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시장에 내놓아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때 애플에서 쫓겨나는 시련도 겪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인 장편 애니메이션에 진출해 창조적 열정을 불태웠고 결국 오뚝이처럼 일어섰죠. 애플의 CEO로 복귀한 후엔 새로운 기술과 문화의 융합을 신개념 mp3 ‘i포드(Pod)’에 집적해 지구촌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존경하는 부자는 유한양행의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선생입니다. 기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교육과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데 앞장섬으로써 이 나라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풍을 개척한 분이죠.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하고 전문경영인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등 기업이 나아갈 길을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부자라고 하면 재산과 수입이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고 보나요. “몇 년 전만 해도 재산이 10억원 이상이면 부자라고 했는데 최근 어느 책을 보니 20억원 이상은 돼야 부자 반열에 든다고 합디다. 수입 면에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저마다 다르겠지만 원하는 삶을 향유하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면 부자 아닌가요?” 돈에 대해 초연한 듯한 그도 돈이 아쉬웠던 시절이 있었다. 7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다 수배됐을 때였다. 도피 생활 중 어머니가 암에 걸려 얼마 못 살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 막내아들인 그가 세 살 때 초등학교 교장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똥지게를 지어 나르면서 밭을 일궈 7남매를 키운 어머니였다. 2년 만에 그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그는 병원에 잠입했다. 놀란 어머니는 “네가 여긴 웬일이냐”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찬바람이 쌩 돌았다. 그가 아내에게서 받은 돈 3만원을 내밀자 어머니는 “나쁜 돈 아니냐”며 외면했다. 뒤늦게 알게 됐지만, 그 돈은 그날 아침 어머니가 아내에게 건넨 것이었다. 와병중에도 막내의 신변을 걱정한 어머니의 임종을 그러나 그는 지키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 장례식장에 나타났다가 그는 체포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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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자들을 어떻게 봅니까. 단적으로 재산형성 과정이 어떠했다고 보나요. “토지개혁 후 산업화 과정에서 지주들이 사라지고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나타났는데, 그 중 일부가 군사독재 세력과 유착하는가 하면 땅 투기 등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쌓아 부자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퇴색했죠. 그러나 그후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창의력과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열정적인 기업인과 전문가들이 새로운 부자로 등장했고, 부자상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부자들이 벌이는 사회공헌 활동은 어떻게 봅니까. “미국 부호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부자들의 기부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양극화 병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발적인 기부 문화가 뿌리내리려면 정부의 정책적인 인센티브도 필요합니다.” 지난해 2월 포브스코리아가 실시한 ‘한국인의 부자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4%가 “우리나라 부자들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모았다”는 인식을 보였습니다. 부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우리 사회에서 부의 축적이 정당하게 이루어지려면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까. “명예로운 부자 문화를 가꿔야 합니다. 문화가 있는 부자가 돼야 한다는 거죠. 그러자면 부를 창출하는 과정이 투명해지고, 나라가 어려울 때 솔선하는 도덕적 리더십을 부자들이 발휘해야 합니다. 또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시스템이 정착 · 유지 되려면 정부 · 기업 · 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사회책임투자(SRI) 같은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는 재테크를 장려할 필요가 있어요. 쉽고 빠르게 돈을 벌려는, 부동산 등에 대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감시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대통령선거를 치르려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들어간다. 정치자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데 2005년 정치자금법 전면 개정으로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는 차단됐다.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각 캠프도 캠프지만 기업들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손 전 지사는 정치자금에 대해 ‘정거장론’을 편 일이 있다. “돈이 머무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흘러가도록 내 손은 정거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돈은 좇아다녀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돈이 오는 길목을 미리 예견하고 거기서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노루목을 알아야 한다는 뜻인데, 말은 쉽다. 이런 반응에 대해 그는 “이재에 밝다고 할 순 없지만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노하우는 검증받았다”고 응수했다. 경기도지사로 있으면서 114개 외국기업에서 141억 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했다. 대만 · 중국과 경쟁해 LG필립스 LCD단지를 파주에 유치했고, 재임 중 만들어낸 경기도의 일자리는 전국의 70%에 달했다.
부유세 도입은 시대 흐름에 안맞아 대선 예비 후보 검증 차원에서 재산 관련 세금에 관한 생각을 물어봤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나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합당한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습니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는 일부의 인식이 주택 정책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가 보여줘야 합니다.”
포브스코리아의 ‘한국인의 부자관’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7.9%가 부자에게 소득세 외에 부유세를 물리는 데 찬성하고 있습니다. 부유세 도입 주장은 어떻게 봅니까. “반대합니다. 유럽의 복지국가에서도 부유세는 폐지됐거나 폐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을 뿐더러 이런 주장은 자칫 국부의 유출과 기업가 정신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200자로 압축한 나의 부자관 자유민주주주의 사회에서 부를 창출한다는 것은 존경받을 일이다. 21세기는 문화가 있는 부자라야 존경받는다. 특히 대한민국은 부자 문화의 함양이 절실하다. 시대의 흐름을 바탕으로 한 미래에 대한 안목과 창조적 열정,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투명하게 돈을 벌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에 따라 사회봉사와 공헌의 의무를 다하는 명예로운 부자 문화가 뿌리내리기를 고대한다. |
손학규 전 지사의 재산명세 | ||
“은행에 저금하는 게 나의 재테크” 총재산은 아파트 · 예금 합쳐 6억4,500만원… 재산 관리는 부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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