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돼 소위 ‘고래사냥’ 시즌에 들어가면 초등학교 어린이들 대부분이 비뇨기과를 찾아온다. 고래사냥, 즉 포경(包莖)수술이 어른이 되었을 때 충분한 실력 발휘를 위한 신체적 준비절차처럼 된 것은 성 생활이 웰빙의 중요한 조건으로 거론되면서부터 생긴 현상이다. 그러나 포경수술의 오리지널 형태라고 할 할례는 원래 개선된 성생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신앙의 산물이었다. 아프리카 흑인의 노예사(奴隸史)를 묘사한 ‘뿌리’라는 텔레비전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쿤타킨테가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로 할례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나도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신고식은, 비단 힘이 세고 인내심이 강한 사내애들에게만 해당되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1979년 세계보건기구가 야만적 관행이라고 비난하고 그 폐지를 호소할 당시 여성 성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여성의 수가 6500만 명에 이르렀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비인간적인 조치를 관행으로 시행하는 곳은 이집트·나이지리아·수단·에티오피아·소말리아·케냐·말리·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일부 부족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집트의 국립 카이로대학 칼타브 교수가 28세 이상 된 이집트 여성 중에서 90%가 할례를 받은 사람이라고 지적한 것을 보면 그 종교의식이 얼마나 폭넓게 보급되었는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할례 보급률이 감소 추세라는 소식은 어두운 이들 사회에도 한 줄기 불빛이 새어들어 온다는 낭보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할례 의식에 비뇨기과 의사가 전율하는 것은, 멸균시설이나 소독 처리 과정이 생략된 채 의학의 문외한이 면도날이나 유리조각으로 음부 조직을 잘라내고 지혈도 하지 않은 상태로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점이다. 칼리브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할례의 방식에는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클리토리스의 포피만 잘라내는 이른바 음핵포경수술의 형태, 클리토리스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절제하는 방식, 소음순의 일부와 클리토리스를 도려내는 방법, 클리토리스와 소음순 전부를 잘라내는 방법 등이다. 그중에서 제일 널리 시행되는 것이 세 번째 방법의 수술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이런 야만적 풍습이 생겨났는가에 대한 확실한 해답은 찾을 길이 없다. 기원전 1500년께 이집트에서 행해지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으니까 그들이 신봉하는 신에게 순종을 의미하는 종교의식의 하나였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19세기에는 마스터베이션을 비롯한 성욕의 발동을 억제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할례는 그 뿌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습관적으로 자위를 즐기려는 부도덕한 여성의 악습을 퇴치할 목적으로 미국의 일부 정신병원에서도 여성의 클리토리스 제거수술이 행해졌다는 기록이 아르노 카렌 박사가 쓴 『sexuality and homosexuality』라는 서적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사고는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눈부시게 발전한 성 의학이 대중에게 성큼 다가서 있는 오늘날에도 이집트 등지에서는 할례가 소녀의 성기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성욕을 억제하며, 이에 의해서 처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 부모들이 자그마치 80%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참으로 종교를 향한 신앙은 절대적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불감증을 치료하기 위해 할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는데, 소위 ‘클리토리스 포피절제술’이 그것이다. 즉 음핵을 완벽하게 덮고 있는 포피를 잘라냄으로써 성감이 높아지게 한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최근 강남의 클리닉에서도 섹스기능 향상을 겨냥해 이 수술을 받는 여성들이 있다고 하는데, 비뇨기과 의사인 필자로서는 선뜻 찬성하고 싶은 시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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