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보이지 않는 ‘쩐주’가 지배자

보이지 않는 ‘쩐주’가 지배자

국내에서 활동 중인 대부업체들이 가장 싸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뭘까. 바로 일본계 자금을 들여와 장사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호령하고, 토종 국내 대부업체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숨어 있다.

업체들이 일본 자금 찾는 이유 러시앤캐시·산와머니· 웰컴크레디라인·스타크레디트·원캐싱 같은 대형 대부업체들의 자금조달 방법과 영세 개인 사업자들의 조금조달 방법은 다르다. 법인의 경우 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가장 유리하다. 금리가 한국보다 싸기 때문이다. 최근 상위사 중 유일한 토종 업체인 웰컴크레디라인은 일본의 한 금융사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김응기 웰컴크레디라인 감사는 “국내에서 자금을 구할 곳은 몇몇 캐피털사뿐”이라며 “외국 자금을 유치하면 조달 금리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져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아프로그룹 같은 큰 업체만이 국내 저축은행 및 캐피털사에서 자유롭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은행권 대출은 대부업체엔 먼 나라 얘기다.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해외에서 빌리거나 국내 금융사가 아닌 ‘개인 전주’로부터 투자를 받는다. 국내 금융권의 높은 문이 대부업체들로 하여금 일본계 투자자나 국내 ‘쩐주’들에게 의지하게 만든 것이다. 외국에서 싸게 자금조달을 할 경우와 국내 금융권을 이용한 경우를 비교해보려면 일본계인 산와머니와 토종 웰컴크레디라인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쉽게 파악된다. 산와머니는 일본 중견 대부업체인 산와파이낸스의 한국법인으로 거의 대부분 일본계 자금을 조달한다. 또 일본 본사에서 전 조달금액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준다. 반면 웰컴크레디라인은 일본계가 장악하고 있는 대부 시장에서 버티고 있는 유일한 토종 대부업체. 지금까지 주로 국내 캐피털사나 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다.

인건비 비중이 만만치 않다 일본계와 한국 업체의 조달금리를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산와머니의 지난해 초 집계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조달금리가 3.2%밖에 되지 않는다. 여타 업체들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았다. 웰컴크레디라인은 지난해 초 조달금리가 8.2%였다. 연말에는 8.9%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산와머니보다 2배 이상 비싼 이자를 물고 자금을 조달받아 장사하는 셈이다. 일본계 산와머니의 조달금리 수준은 여타 재일동포들이 세운 한국법인 대부업체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일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이 왜 유리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견업체 스타크레디트는 지난해 초 7.6%, 원캐싱은 11%, 미래크레디트는 7.4%의 조달금리 수준을 보였다. 국내 1위 ‘러시앤캐시’의 아프로그룹도 대부분 국내 저축은행, 캐피털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는데, 조달금리가 14%인 게 눈에 띈다. 이 같은 자금조달을 하고서, 돈을 빌려주면 대부업체들은 얼마나 버는 것일까? 이 같은 사업구조에 대한 계산을 할 때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인건비다. 대부업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은 만만치 않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부업체 직원 1인이 관리할 수 있는 금액은 3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66% 이자를 받아도, 여기에서 10%는 대손(못 받는 돈)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실제 수익률은 57%선인데, 위에서 말한 일반 관리비가 만만치 않다. 일반 기업은 일반관리비가 8%선이지만, 대부업은 18~25%까지 들어간다는 설명. 소규모 업체인 경우 거의 30%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대형 대부업체들은 상위 한두 개 업체가 전국에 지점 30~50개를 두고 영업한다. 반면 소규모 업체들은 모든 업무를 한 지점에서 관리한다. 이에 따라 채권 회수·관리비·교통비·추심비 같은 부대비용이 추가적으로 과다하게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광고비는 대출잔액의 15%선 대부업체들이 광고에 돈을 들이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대부업체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처럼 인지도가 없어 광고에 돈을 들여야만 한다. 대출잔액의 15% 정도를 광고비로 써야 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여기에 소규모 대부업체들은 중개업체를 통해 영업을 하기에 수수료를 최소 5%에서 8%를 주고 있다. 따라서 대출잔액의 57% 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하고 언급된 비용을 다 제하면 소규모 업체의 마진율은 10% 정도다. 하지만 이는 대부업계의 일반적인 얘기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일본계 아프로그룹의 러시앤캐시와 산와그룹의 산와머니가 규모로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러시앤캐시는 1000억여원, 산와머니는 710억여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대부업체 사장이라고 해서 모두 다 ‘쩐주’는 아니다. 그 사업구조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서울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주는 중견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9) 사장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김 사장은 은행에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대부업에 투자할 ‘쩐주’를 찾아 자금조달을 부탁했다. 그러자 쩐주는 이자 수익 모두를 요구했다. 그 쩐주는 대부업체에 고객들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으라고 강요했다. 또 고객과 쩐주가 직접 계약하고 대부업체는 ‘중개’역할만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김 사장은 어쩔 수 없이 고객에게 중개수수료를 근저당비·출장비·선이자·취급수수료 명목으로 속여 청구했다. 김 사장은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리드코프 같은 대형 대부업체는 금융권에서 쉽게 돈을 차입할 수 있으나 영세 대부업체는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쩐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약 8000여 개의 담보대출 대부업체는 대부분 부동산을 담보로 영업한다. 또 대다수 소형 부동산담보 대부업체는 서류상 대부업체지만 실제로 ‘대부 중개업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 중개업체들과 쩐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이렇다. 쩐주가 돈을 대주면, 이들은 시중에 대형 현수막 광고를 내거나 광고지를 뿌려 고객을 모은다. 또 ‘돈 놀 분 모집’이라는 문구를 광고에 삽입해 쩐주를 모집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 행위는 유사수신행위로 불법이다. 대부중개업체는 이 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고객의 신용도를 확인하기 위해 고객의 등기부등본을 떼고, 고객 거주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에 찾아가 고객 부동산 담보의 현 시세를 파악해 쩐주에게 보고한다. 고객들은 대부업체와 거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대부업체의 중개를 거쳐 쩐주와 하는 셈. 결국 담보권자와 근저당권자는 대부업체가 아닌 쩐주가 되고, 고객은 이 처음 들어보는 쩐주의 이름을 대부업체의 대표로 오인한다. 개인 간 거래 계약자에 대해 제대로 공시를 안 하는 불법행위인 것이다. 간혹 쩐주는 고객의 연체를 염려해 중개 대부업체에 가혹한 담보를 요구한다.


신용대출 왕자는 ‘일수 대출’ 현재 정부에 등록된 1만7000여 개 대부업체 중 1000개의 법인사업체를 제외한 1만6000여 개는 개인사업자 대부업체다. 이 중 절반인 8000여 개는 담보대출 대부업체고 나머지 8000여 개는 신용대출 대부업체다. 놀라운 사실은 이 신용대출 대부업체 대다수가 일수대출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소형 대부업체의 주 수입원인 셈이다. 실제 SBS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전설적인 대부업자인 ‘독고철’도 처음에는 일수대출의 대가로 재래시장에서 명성을 떨쳤던 장면을 볼 수 있다. 현실도 비슷하다. 몇몇 대부업체를 빼곤 거의 일수 상품을 취급한다. 일수이자는 전자계산기를 동원해도,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다. ‘원리금 분할 상환 상품’만의 독특한 이자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00만원을 빌린 자영업자가 있다고 치자. 그가 매일 1만원의 원금과 함께 이자를 갚아야 한다면 과연 법정 최대 이자는 얼마일까.

이자계산 속이는 일수업체 현재 법정 이자 상한선은 연 66%, 월 5.5%, 일 0.18%로 제한돼 있다. 만약 ‘일 이자 한도가 0.18%니까 매일 1800원 미만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일수업체의 이자 속임수에 속임을 당한 것이다. 정답은 940원이다. 계산방법은 이렇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원금은 99만원→98만원→97만원으로 줄어들면서, 잔금에 대한 이자도 점점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계산 과정을 간과하고, 초기원금 100만원에 대한 이자만으로 계산한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이재선 ‘대부업협회’ 사무총장은 “일수대출이야말로 이자를 가장 잘 속이기에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대부업협회 홈페이지에 일수계산기를 이용해 꼭 법적으로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불법대부업체가 이런 계산을 잘 모르는 서민들을 상대로 영업한다”며 “일수업자조차 이런 계산법을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수금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러시앤캐시, 웰컴크레디라인 같은 대형 업체는 주로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지만 대다수 중소형 대부업체는 중개업체를 끼고 우회영업을 한다. 직접 영업인력을 확충하기엔 비용부담이 큰 이유에서다. 중개업체는 광고, 마케팅으로 고객을 모은다. 이들은 지역 특성에 맞게 지하철 명함광고, 무가지 광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광고메일 등을 동원한다. 고객몰이 흥행에 성공하면 이들은 이 고객들을 잘 관리해 추가로 다른 대부업체나 혹은 캐피털, 저축은행 업계까지 고객을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대부업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대부중개업체가 대부업체 ‘줄세우기’를 시작하고 있다.
신용대출 시장 경쟁이 뜨거워지다 보니 과거에는 대부업체가 영업력이 좋은 대부중개업체를 골랐지만 최근엔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연 당기순이익만 150억~200억원에 달하는 ‘메가톤급 대부중개업체’도 생겼다. 지난해 초 중견 대부업체인 원캐싱이 57억원, 스타크레디트가 64억원, 지난해 말에 리드코프가 76억원, 바로크레디트가 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 ‘메가톤급 대부중개업체’의 이름을 물어보자 대부업체 관계자는 “이 업체가 스스로의 존재를 법적으로 공개했겠느냐”고 반문한 뒤 “업체사람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다 아는 얘기”라며 말끝을 흐렸다. 회계상, 세무상, 대부업법상 이 업체는 눈에 보이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지만 법망을 피해 여러 대부업체의 이자를 먹고 지금도 거대한 자금력으로 지하에서 영업하고 있다. 한 대부업체 임원은 “대부업체의 난립으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대부중개업체의 공급보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대부중개업자들이 서로 다른 대부업체끼리 경쟁시킨다”고 불평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불법’ 기승 현재 원가구조상 소형 업체의 경우 이자제한법으로 상한금리를 연 50% 이하로 내리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표 참조). 현재 대부업체 원가구조상 금리가 61.5% 정도 돼야 회사가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체를 대비한 상각비만 해도 일본의 3배 정도나 된다. 저신용층의 상환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 밖에 인건비·광고비도 각각 일본의 3배이고, 자금조달 비용도 5배나 많다. 일본은 대부업체가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달비용이 싸다. 실제로 대부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개인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대부업자가 ‘불법’으로 전환했다는 소문이 떠돈다. 이자제한법을 어겨도 몇백만원에 그치는 추징금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합법적으로 운영해왔던 대부업체 사장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국내 대형 대부업체는 지속적으로 광고를 늘려왔다(그래프). 지점이 없고, 산와머니를 제외하면 자동화기기(ATM)도 없어 광고 외에는 영업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웰컴크레디라인 같은 소형업체는 광고보다는 대출모집 법인을 활용한다. 웰컴크레디라인 한 임원은 “대형 업체를 제외하면 광고를 해도 별 소용이 없다”며 “신용대출 경험이 많은 대출 모집인을 활용해 고객 저변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바디프랜드, 3분기 누적 매출 3326억... 전년 대비 7.8%↑

2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韓 밸류업 선도 사명감 갖고 노력”

3정유경 회장, ㈜신세계 ‘미래 메시지’ 던질까

4HD현대重, 캐나다 잠수함 포럼 참석...현지 맞춤 모델 소개

5함영주 회장 “글로벌 시장 눈높이에 맞는 주주환원 이행할 것”

6케이뱅크 “앱에서 한국거래소 금 시장 투자 가능”

7DGB금융, ‘디지털 상생 기부 키오스크’ 이웃사랑 성금 전달

8'고가시계 불법 반입' 양현석, 법정서 입 열었다

9연일 추락 코스피, 2,400선마저 하회…반등 여지 있나

실시간 뉴스

1바디프랜드, 3분기 누적 매출 3326억... 전년 대비 7.8%↑

2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韓 밸류업 선도 사명감 갖고 노력”

3정유경 회장, ㈜신세계 ‘미래 메시지’ 던질까

4HD현대重, 캐나다 잠수함 포럼 참석...현지 맞춤 모델 소개

5함영주 회장 “글로벌 시장 눈높이에 맞는 주주환원 이행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