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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아 vs 법 ‘누가 문제일까’

뉴코아 vs 법 ‘누가 문제일까’

▶뉴코아 노조원들이 회사가 최근 비정규직 직원 200여 명을 해고한 데 반발, 지난 6월 24일 오후 강남점 매장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코아와 이랜드 노조가 지난 6월10일 이후 지금까지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의 원인은 뉴코아 계산직 직원의 해고와 용역직으로 전환 때문이다. 이 사태의 원인은 정부가 7월 1일 이후 실시한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법의 주요 내용은 ‘계약직 근로자는 7월 1일 이후 새롭게 근로계약을 한 날부터 2년 이상 같은 사업장에서 근속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에 비해 합리적 이유없이 임금, 근로시간, 휴가, 학자금 등에서 차별을 받으면 노동위원회에 제소도 가능하다. 논란이 많았던 이 법은 뉴코아가 6월 30일부로 300여 명의 계산원을 해고하면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뉴코아 노조 측은 “회사가 비정규직 보호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비정규직 법을 지키는 것은 회사마다 사정과 방식이 다르다. 용역회사로 전환해 고용한다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회사마다 사정 다르다” 뉴코아가 이처럼 사회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다른 대기업들이 서둘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신세계가 백화점과 이마트의 비정규직 직원 5000여 명을 8월 11일자로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데 이어 삼성테스코(홈플러스)도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2600명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는 매장 관리 사원 500여 명을 다음 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계산원 등 파트타이머 4400여 명에 대해서는 2009년 7월까지 정규직화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비정규직 1200명의 전환 방향을 노조와 협의키로 했다. 유통업 이외에도 현대차, 기아차, 우리은행 등 대기업들이 이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로 밝혔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경영상 여력이 있고, 이에 따른 이미지 개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을 제외한 국내 대기업으로선 처음 정규직 전환 조치를 취한 현대자동차는 “연간 15억~20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기지만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솔선한다는 취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신세계는 15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뉴코아 사태가 더욱 도드라졌다. 뉴코아 측은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업체는 선발업체고, 여유가 있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상황이 아니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도 외주화하는 판에 우리가 어떻게 대기업과 똑같이 할 수 있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뉴코아는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계산대에도 정규직 사원들이 있다. 동일노동 차별금지 조항에 따라 비정규직 처우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이 먼저 대응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에서 직원들한테 한 얘기는 ‘아웃소싱 해도 비용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아웃소싱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이랜드그룹 정도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한데 이를 너무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랜드, 사회적 책임 져라” 이번 사태는 노사 문제에 법이 개입하면서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 사실 홈플러스나 뉴코아의 경우 계산직 직원은 아니지만 그간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왔다. 홈플러스는 지난 7년간 10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홈플러스 측은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왔다”면서 “일부는 비정규직 직원으로 출발해 부지점장에 오른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뉴코아 역시 “두 차례에 걸쳐 신규 오픈 때문에 인력 소요가 있어 50~60명이 완전 정규직화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은 ‘정규직화’된 것이 아니라 완전한 정규직이 된 경우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이 앞다퉈 전환하는 정규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정규직화’에 가깝다. 일부 대기업은 직군제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일부는 ‘직군제’라는 단어는 쓰지 않지만 사실상 기존 정규직과 승진이나 업무에 차별을 뒀다. 노동계에서 “질 낮은 정규직 양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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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나 시간제 고용으로 불안을 겪었던 비정규직을 무기 계약으로 고용 불안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는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무늬만 정규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가만히 있어도 일을 잘하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기업 인사팀에서 하는 일이 그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법이 회사 내에 카스트 제도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계산원은 구직난일 정도로 대체인력이 풍부해 기업으로서는 정규직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조차 뉴코아처럼 비정규직을 외부 용역으로 돌리고 있다. CJ홈쇼핑과 LG생활건강은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했던 그래픽 분야와 판매 업무를 외부 용역으로 돌렸다. 현대백화점 역시 계산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비정규직의 85.3%가 100인 이하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고, 이들 기업에서는 정규직화할 만한 능력이 없어 법 시행 결과 일부 대기업 비정규직만 혜택받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IT솔루션 업체인 한 중소기업은 전체 인원의 75%를 아웃소싱하려다 비정규직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도 비정규직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색다른 부작용도 있다. 한 대형 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모씨는 “이번에 정규직화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가사일을 하면서 자녀 학원 과외비를 벌었던 김씨는 이번 조치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정규직 필요성 못 느끼는데… 뉴코아 때문에 떠들썩하지만 아직 이 문제가 본격화된 것은 아니다. 이번 법이 올해는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만 적용되고, 100~300명 미만 사업장은 내년 7월, 5~100명 미만 사업장은 2009년 7월에 적용되기 때문에 당장은 중소기업들이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300명 미만 사업자들도 해당되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0년에 이르면 이 문제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2년 이상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법 시행 이후 맺은 계약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일러야 2009년 7월부터 적용된다. 연간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에서는 정규직 전환으로 들어가는 비용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가 크겠지만 중소기업이나 한계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한 경영컨설턴트는 “기업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법을 정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대기업과 그곳에 근무하는 근로자들만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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