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리스 위더스푼 B. 핼리 베리 C. 줄리아 로버츠 D. 리아 바달로스
정답: D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 영화가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때는 1964년이 마지막이었다. ‘메리 포핀스’다. 줄리 앤드루스는 이듬해 또다시 박스오피스의 여신으로 등극했다. 알프스 산맥에서 노래 부르는 수녀가 주인공인 영화였다. 하지만 그 후 여배우들은 계속 내리막길만 걸었다. 줄리아 로버츠는 업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지만 그 어떤 출연작도 미국 시장에서 2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리지 못했다. 조디 포스터, 리스 위더스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 40년 간 여성을 소재로 다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는 한편도 없다. 유일한 여성영화인 니아 바달로스 주연의 ‘내 그리스식 웨딩’은 2억 달러는 넘겼지만 박스오피스 1위엔 오르지 못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역사상 흥행수입이 가장 높았던 영화 1등과 3등은 모두 여성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그러나 1939년, 1965년 작품이다. 솔직히 할리우드의 누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기록에 관심을 갖겠나?
할리우드의 외래 감독들 | 아래 감독들에겐 최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이민자이고 할리우드에 발을 들인 후 한 번 이상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프랭크 카프라 이탈리아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우리 집의 낙원’(1938) 윌리엄 와일러 독일 ‘미니버 부인’(1942), ‘우리 생애 최고의 해’(1946), ‘벤허’(1959) 마이클 커티스 헝가리 ‘카사블랑카’(1943) 빌리 와일더 오스트리아 ‘잃어버린 주말’(1945),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 프레드 지너먼 오스트리아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 존 슐레진저 영국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밀로스 포먼 체코슬로바키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아마데우스’(1984) 엘리아 카잔 터키 ‘신사협정’(197), ‘워터프론트’(1954) 리안 대만 ‘브로크백 마운틴’(2005) | |
‘메리 포핀스’ 이후 상황이 많이 변했다. 여성에게 대부분 호의적인 변화였다. 상당 부분 여성운동 덕분에 영화사 중역, 중개인, 제작자의 여성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훌륭한 배역이 위대한 여배우를 찾는다. 지난해 아카데미상을 보라. 그런데 어째서 박스오피스에서 여성은 여전히 2등 시민에 불과할까? 기술과 세계화 때문에 스크린의 서술 방식이 바뀌는 현실이 한 가지 이유다. 50년대 이전에 베티 데이비스, 캐서린 헵번, 캐럴 롬바드, 그레타 가르보 같은 스타 여배우들은 클라크 게이블, 캐리 그랜트, 험프리 보가트 같은 남자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스크린에서 섹스장면은 없었다. 그들은 성적 긴장감을 언어적 유희로 전달해야 했다. 영화 ‘빅 슬립’에서 보가트와 로렌 버콜은 재치가 번뜩이는 언어적 전희에 몰입한다. 여기선 경마 이야기가 유혹의 메타포로 사용된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의 게이블과 클로뎃 콜버트은 어땠나? 전국을 함께 여행하는 내내 결정적 ‘행동’은 늘 그만둬야 했다. 도리스 데이가 정말 록 허드슨을 침대로 불러들였다면 그토록 대단한 스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데이 역시 대화에서 섹스라는 소재를 항상 피했다. 언어는 영상만큼 많은 뜻을 내포한다. “당시엔 여성의 역할이 다양했다”고 몇 해 전 프랜시스 맥도먼드(영화 ‘파고’의 여주인공)가 말했다. “주인공뿐 아니라 캐릭터가 강한 역할도 많이 맡았다. 이젠 영화가 더 이상 대화 중심이 아니다 보니 그런 역할도 사라졌다. 사실 여성들의 관계에서 대화가 핵심인데 말이다.” 컬러가 흑백을 대체하고, 음향과 화면이 커지면서 점차 스펙터클이 캐릭터를 대체했다. 이 방면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는 도움이 안 됐다. ‘조스’가 포문을 열고 ‘스타워즈’가 확립한 블록버스터의 탄생은 영화사들에 젊은 층이 가장 돈 되는 시장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여기서 ‘젊은 층’이란 소년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 액션 영웅, 즉 남성의 액션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나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 라라 크로프트의 앤절리나 졸리다. 이들 영화는 모두 성공했다. 하지만 같은 유의 영화로 남성배우들이 전 세계에서 거둬들인 수입에는 크게 못 미쳤다. 블록버스터에서 여성의 역할은 점차 장식품 정도로 격하됐다. 해외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해졌다. 지난 5년 간 미국 영화 시장은 기본적으로 별 변동이 없었지만 영화사 수입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63%까지 늘었다. 드라마와 로맨틱 코미디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강한 장르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선 가장 매력이 적다. 영화의 핵심인 재치 넘치는 수다를 모두 더빙하거나 자막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진정한 국제언어는 가스 탱크의 폭발음, 기관총의 따따따 하는 소리, 천둥 같은 공룡의 발자국 소리다. 여성 액션 영웅은 ‘인디애나 존스’나 ‘스파이더맨’에 버금가는 세계 시장 지배력이 없다. 오래된 액션 만화가 해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대형 화면에서 화려한 쇼로 변신하지만 아직도 영화화되지 못한 만화 한 편이 있다. 바로 ‘원더우먼’. 할리우드 영화사가 전례 없이 비대해진 기업구조의 일부로 전락하면서 영화산업도 이중구조를 띠게 됐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모두 대형 히트작 중심으로 돌아간다. ‘스파이더맨’ ‘캐리비언의 해적’ ‘슈렉’ 시리즈는 주주에게 달콤한 숙면을 제공한다. 영화산업의 두 번째 층은 소규모 독립영화 시장이다. 현재 여성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분야이며 상대적으로 고상한 분야이기도 하다. 어쨌든 할리우드는 돈에 큰 신경을 쓰는 만큼 이미지에도 신경을 쓴다. 아카데미상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미니버 부인’ ‘레베카’ ‘이브의 모든 것’ ‘애니 홀’ ‘애정의 조건’에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 ‘시카고’, 그리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영화로 뽑힌 영화에선 거의 항상 남성이 여주인공의 상대로 등장했다. 이들 작품은 할리우드에 자부심을 심어준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치자면 주류 영화계의 조그만 지류에 불과하다. 여기 세 편의 여성영화가 있다. 내년 아카데미상 시상식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품들이다. 캐나다 영화 ‘아내를 떠나와’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로 나오는 줄리 크리스티, 프랑스 전기영화 ‘장밋빛 인생’에서 의지가 강한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에디트 피아프로 분한 매리언 코틸라드,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마이티 하트’에서 매리언 펄로 나오는 앤절리나 졸리가 그 주인공들이다. ‘마이티 하트’는 제작비가 2000만 달러도 안 들었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과 조니 뎁의 캡틴 잭이 퍼부은 3억 달러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캐나다 영화는 일부 제작비를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지만 미국은 그런 지원이 전혀 없다. 사색거리가 많고, 고통스러우며, 가슴 아픈, 그리고 아카데미상 수상이 유력한 배역은 전혀 부차적인 배역이 아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 여배우들을 오래도록 기억한다. 커스턴 던스트나 키에라 나이틀리가 출연한 여름 극장가 대형 연작을 기억 속에서 모두 지워버린 훨씬 이후에도 말이다. 물론 이들 두 부류의 영화는 서로 시장 자체가 다르다. 위에서 소개한 세 영화는 아마도 ‘슈렉3’가 개봉 첫 주에 올린 수익 정도를 올릴 듯하다. 이렇게 단정한다고 욕하진 마시길. 어쨌건 할리우드가 여성의 눈을 응시하며 머릿속에 떠올리는 생각은 미끼상품이라는 네 글자니까.
배우가 감독의 말을 고분고분 듣게 하려면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를 연출한 폴 토머 앤더슨이 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피가 흐를 거야’를 촬영 중이다. 배우와 보조 맞추는 방법을 데이비드 안센 기자와 얘기했다. 배우들은 감독의 특별한 주문을 좋아하나, 아니면 별로인가? 아직까지 특별한 주문을 싫어하는 배우는 못 봤다. 그래도 윌 로저스의 말을 되뇐다. “입을 다물어야 할 때는 다물어라.” 가끔은 멀찌감치 떨어지는 편이 가장 좋은 연출법이다. 이렇게 해줬으면 싶은데 배우가 딴 방향을 원하면? 감독의 생각에 배우를 끼워 맞춘다? 쓸데없는 짓이다. 배우에게 다가가야 가장 좋다. 하지만 그도 저도 아니면 계속 찍는다. 그러면 배우가 지쳐 어느 순간 ‘연기’를 그만둔다. 즉흥연기를 좋아하는 배우와 안 그런 배우가 섞이면 문제가 생기나? 배우라면 누구나 즉흥연기를 하려 든다. 한번 돋워진 흥을 깨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어진 역할 이상으로 나가면 문제다. 그러면 최대한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이렇게 말한다. “이 영화에는 좀 안 맞네? 뭐가 좋을지 다시 한번 해봅시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하고는 어떤가? 윌 로저스의 명언이 또다시 생각난다. ‘입을 다물어야 할 때는 다물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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