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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LCD TV의 ‘화려한 빛’을 보라

[파워중견기업] LCD TV의 ‘화려한 빛’을 보라

▶1944년 서울 출생 1962년 서울 동성고등학교 졸업 1971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6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제조본부장 부사장 역임 1998년~ 현재 디에스엘시디 대표이사

디에스엘시디는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의 주요 부품인 BLU(백라이트유닛· Backlight Unit)를 개발, 생산하는 업체로 1998년 설립됐다. 이 회사는 창립 이후 LCD 시장과 함께 그야말로 쾌속성장을 해왔다. 창립 이듬해인 99년 매출액 117억원, 순이익 6억원을 기록했던 이 회사는 불과 3년 만에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고, 순이익도 40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2006년에는 5781억원의 매출을 기록, 벤처기업 중 휴맥스에 이어 두 번째로 장사를 잘한 기업으로 뽑혔다. 디에스엘시디는 LCD TV용 BLU부문에서 돋보인다. 이 회사는 후발업체임에도 2004년 국내 최초로 40인치와 42인치 BLU를 선보이면서 단숨에 업계 1~2위를 다투는 리딩컴퍼니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세계 1위 LCD TV업체인 삼성전자. BLU업체 중 가장 많은 물량(M/S 35% 수준)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특히 40인치 이상 대형 BLU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의 빠른 성장 비결과 관련해 이승규(63) 회장은 “끊임없는 기술개발, 상생협력의 노사문화, 절약정신”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특히 잘 정돈된 노사문화와 절약정신을 강조했다. “제조업, 특히 IT부문 제조회사의 경우 기술력은 기본이죠. 오히려 기술력을 회사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노사문화가 중요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들자면 절약정신이죠. 끊임없는 비용절감 노력만이 어떤 경영환경 변화에서도 회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주죠.” 이 회장이 무엇보다 노사문화와 절약정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회사 설립 초기 어려웠던 경험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삼성전자에 몸담으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던 그는 97년 몰아닥친 외환위기로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멀리 가진 못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LCD 부품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한 것. 그는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출발해 계속 IT부문에만 몸담았기 때문에 다른 것은 생각도 못해봤다”며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회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금이 넉넉하지 못했던 그는 경기도 화성의 어떤 공장 터를 임차해 LCD 모니터용 BLU를 만들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임차지 실제로는 ‘공장 셋방살이’나 다름없었죠. 200여 명의 생산직원과 함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정말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99년 업계 최초로 15인치 모니터용 BLU를 개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등 남다른 기술력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하지만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후발업체인 데다 셋방살이로 인해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은 컸고, 이로 인해 경쟁업체로 개발인력이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신생업체에 인력 이탈은 치명적인 일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1년 하반기부터는 LCD산업이 공급과잉으로 하강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꽃도 피기 전에 혹한기가 찾아온 것이다. 시장 침체는 부품 가격 하락을 부추겼고, 이로 인해 창립 이후 매년 100% 이상 성장해온 디에스엘시디는 2002년 20% 정도의 성장에 그치고 만다. “그때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와 절약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죠. 그 후로는 모든 것을 직원 위주로, 직원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죠. 또 임금을 제외한 비용절감 요소들을 찾는 데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2002년 자체 공장을 갖게 된 이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 복지 개선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직장 보육시설이다. 회사 근처에 ‘어린이 집’을 만들어 직원들이 자녀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비용절감에도 주력했다. 공정을 개선하고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해 생산원가를 대폭 낮췄고, 심지어 공장과 창고를 파이프 관으로 연결해 온·냉방 비용까지 줄였다.
비용절감과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 2001년 공장 설립을 위해 부지를 매입한 이 회장은 고민에 빠졌다. 공장 부지가 바로 산 밑에 있는 터라 원활한 공사를 위해선 시멘트를 부어 땅(지대)을 높여야 했다. 여기에 드는 공사비만 수억원이 예상됐다. 여러 날을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공사장을 지나다 기막힌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토목 공사 전에 반드시 흙을 퍼내는데 공사장 주변에 마땅히 이 흙을 버릴 데가 없어 돈을 주고 버린다는 것이지 뭐예요. 곧바로 인근 공사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죠. 돈은 안 줘도 되니 공장 부지에 흙을 버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돈 한 푼 안 들이고 공장 부지를 높일 수 있었죠.” 이 회장의 이런 노력은 생산성과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그대로 실적으로 나타났다. 회사 성장에 다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 실제로 공장 설립 이듬해인 2003년 ‘수출 1억불 탑’을 받은 데 이어 2004년에는 ‘수출 2억불 탑’을 수상했다.

2010년 매출 1조원 예상 디에스엘시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LCD산업이 또다시 혹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 특히 이번 혹한기는 환율, 유가 등 강한 눈보라를 동반하고 있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 회장 스스로 “창업 이래 가장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인 것 같다”고 실토할 정도다.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디에스엘시디는 지난 1분기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판가 및 환율하락, 유가 상승 등 경영환경이 너무 빨리 악화되니까 손 써볼 방법이 없더군요. 그나마 그동안의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 노력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위기에 놓였을 겁니다.” 경영환경은 안 좋지만 이 회장은 올해 경영실적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LCD 가격이 상반기 바닥을 찍고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하반기에는 가격 하락과 계절적 요인으로 대형 LCD TV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8세대(52인치 LCD TV) 라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어서 기대가 크다. 디에스엘시디는 삼성전자에 52인치 LCD TV용 BLU를 전량 납품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70만 대가량의 52인치 BLU를 납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하반기 대형 LCD TV 수요 증가와 삼성전자의 8세대 라인 가동으로 올해 매출액은 6500억~7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LCD 경기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2010년까지는 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만이 적자생존의 경영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엔지니어로서의 믿음 때문이다. 신기술 개발로 단순 제조회사에서 ‘LCD 토털 솔루션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이미 인버터(Inverter)와 LED(발광다이오드) BLU 등 몇 가지 신기술은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차세대 BLU라 불리는 LED BLU는 이 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다. LED BLU는 기존 제품보다 빛과 색 구현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미래 LCD산업을 이끌어갈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올해 LED BLU 시장이 전체 BLU 시장의 1.5%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2010년에는 1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에스엘시디는 현재 57인치까지 LED BLU를 개발해 놓은 상태다. 이 회장은 “LED BLU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향후 BLU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제품이 대형 LCD TV에 상용화할 경우 디에스엘시디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용어설명


BLU는…
사실적인 색감과 뛰어난 공간 활용이 장점인 TFT-LCD는 PDP(플라스마표시장치)와 달리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빛이 없으면 LCD에 표시된 영상을 볼 수 없는 것. 때문에 LCD 패널 뒷면에서 고르게 빛을 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BLU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그만큼 BLU는 LCD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부품이다. 가격도 비싸다. LCD 부품 비용에서 BLU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20%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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