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생각의 온도 높이면 ‘대박’ 터져

생각의 온도 높이면 ‘대박’ 터져

▶온난화에 따라 우리나라도 실내 스키장이 생겼다. 사진은 부천 중동 타이거월드.

‘기후변화는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다’. 이 명제가 틀리지 않다면, 보험업종은 딱 들어맞는 사례다. 2004년 미국을 강타한 카트리나로 유수 보험회사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기상이변이 부른 재앙이다. 기상이변은 우리 주변에서도 ‘이변’이 아닐 만큼 자주 일어난다. 얼마 전 전라북도 전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부안에는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경기도 강화에는 1년 강수량의 절반에 가까운 629mm의 비가 단 하루 만에 내렸다. 서울에는 192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320mm의 비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졌다. 이런 증가일로의 대형 자연재난 앞에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보험업계는 위기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될 기후재난 보험상품은 보험업계에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즉 보험 산업은 기후변화로 미래 손실의 빈도가 높아지고, 기상이변의 심각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손해·상해보험, 생명보험, 재보험 등 부문별로 새로운 상품을 통해 수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렇듯 기후의 변화와 기상이변은 새로운 산업과 신상품을 끌어내는 기회가 된다. 쉬운 예로, 연일 잘못된 예보로 지탄을 받은 기상청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기상 컨설팅 같은 신종 사업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다. 한반도가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열대 이슈’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의료나 제약 업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최근 세균성 이질, 말라리아, 쓰쓰가무시, 살모넬라 등 식중독 환자 발생 사례가 늘고 있다. 모두 기후 변화의 영향이다. 아열대화되면서 곤충을 매개로 한 전염병인 말라리아·일본뇌염·뎅기열 등도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관련 업종은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후 연계 전염병, 식중독 조기 예방 센서 및 경보 시스템 구축 사업의 전망도 밝다. 지역마다 축제와 이벤트 행사가 많은 요즘, 기후변화는 새로운 사업 출현을 예고한다. 현재 한반도는 한대성 동식물은 점차 사라지고 아열대 식물들이 점령지를 넓히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아·한대 식물군락은 현재의 군락지에서 100∼150km 이상 북으로 물러나 태백산 고지대 일부에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열대화에 따라 백두대간 고산대나 남해안 섬의 산 정상에 분포하는 한대성 식물도 피난처를 찾지 못한 채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지역축제가 유채꽃, 벚꽃 등 온대 생물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북한계선의 변화로 인한 아열대화는 큰 문제다.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자연 생물이 만발해야 하는데 온도변화에 따른 북한계선의 변화는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마다 특성 있는 기상 연계형 이벤트를 다시 설계·구축해주는 사업이 주목 받을 전망이다. 기후가 변화하면 관광자원의 변화도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일본의 가고시마는 따뜻한 기후에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선을 지녔고 온천·화산·아열대 야생화·사무라이 마을 때문에 ‘동양의 나폴리’로 불린다. 또 중국 하이난 섬을 ‘동양의 하와이’라 부르는 데는 아열대 기후가 일조하고 있다. 우리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수준의 리조트를 만들어야 한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면서 여름과 겨울로 나뉘게 되면 휴가기간이 7, 8월에 집중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아열대 리조트형 거주지 산업은 상당히 매력 있는 투자 분야다. 미국의 부자들이 은퇴하면 왜 마이애미에서 사는지 생각해 볼 때다. 실내 스키장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바깥 온도가 40도 넘나드는 두바이에는 실내 스키장이 있다. 실내는 영하 1~2도라고 한다. 찌는 듯한 사막에 스키장이 들어선 것이다. 이 스키장에는 약 10억 달러가 투자됐다. 실내 스키장 천장에서는 제설기가 끊임없이 눈을 만들어낸다. 덕분에 인공 슬로프에 50cm 두께로 깔린 눈은 6000t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곧 아열대기후로 인해 수도권 인근의 스키장들은 대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이들을 위한 제설기, 심지어 이들을 실내 스키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나올 수 있음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미 실내 스키장이 운영되고 있거나 여러 지역에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또 실내에서 쾌적하게 모든 위락시설을 즐길 수 있는 실내 테마형 파크도 증가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기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강수량이 예년보다 많아진 것도 아열대화의 한 징후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건설이 타당성을 가질 수 있고 물류유통이 수로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수상 이동수단에 대한 산업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기온이 1도 올라가면 낙동강 유량이 최대 21.6% 정도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만약 낙동강 유량이 최대 21.6% 줄어든다면 물 부족과 수질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할 수 있다. 현재 추세라면 2020년 대구시민이 1년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4억3000만m3)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청정 수자원을 확보하고 유통시키는 청정수 (Crystal Water)산업이 급속히 커질 것이다. 유통업계의 유명한 말 중의 하나가 ‘날씨가 유통 상무’라는 것이다. 아열대기후가 되면서 기후변화가 하루에도 급격히 일어나면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의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또 고객들은 보다 쾌적하고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형 마트를 선호할 것이다.


이젠 ‘날씨가 유통상무’ 시대 영국의 제빵회사는 날씨와 빵 판매량의 상관관계를 마케팅에 이용한다고 한다. 이 회사가 발견한 것은 빵 판매량의 93%가 날씨와 관계 있고 월 평균 기온이 떨어질 경우 빵 판매량이 증가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날씨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주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즉 기상자료를 광고, 마케팅, 세일즈, 운송 등 상품 출시 전 과정에 응용하는 기상 연계 MBA 과정(Weather Related Service MBA)을 대학에 새로 개설할 필요도 있다. 의류업계도 많은 변화와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아열대기후가 지속되면서 좀 더 얇은 소재 정장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업종전환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좋은 예가 일본에서 여름철 의류로 나타난 쿨 비즈(Cool Biz) 패션이다. 아열대기후의 특징은 고온다습하다는 것과 함께 날씨 변화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극심한 날씨 변화로 패션 업계에는 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빅 히트 상품이 사라질 것이며, 날씨가 급변하면 하루에도 갈아입는 옷의 수가 증가하므로 의류 가짓수가 많아지는 대신 생산량은 줄어들게 돼 다품종 소량생산의 맞춤형 체제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가전업계는 이미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제품의 설계구조를 ‘동남아 아열대형’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에어컨 가동 시간이 늘어날 것이므로 좀 더 지능화된 절전 기능, 또 냉방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체온관리와 열대야 쾌면 기능을 포함하는 기능성 에어컨을 출시해야 한다. 습도가 점점 높아지므로 건조기를 포함한 일체형 세탁기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다. 즉 현재 포화상태인 가전업계는 새로운 날씨 관련 지능형 가전제품을 기획해야 할 시점이다.
식품업계는 ‘상온 유통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 식품업계의 경우 상당수 품목을 상온 유통 방식으로 유통시켜왔으나 아열대기후가 본격화할 경우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전 품목을 냉장 유통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냉장 차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또 식품 보존성을 강화하는 포장지 및 용기의 개발, 산소와 세균 차단지수를 높인 용기로 신선도를 유지하는 락앤락 형태의 용기를 소비자는 선호할 것이다. 비수기에 차가운 음료 등 빙과류 매출이 늘면서 빙과류 업체는 마케팅 전략을 ‘빙과는 더울 때 먹는다’에서 ‘빙과는 식사 후 디저트로 먹는다’로 이미 바꿨다고 한다. 여름철 냉방 수요로 전기요금 부담이 급증하므로 외부의 열을 막아주는 단열재 등의 건축소재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건설업계도 방바닥에 깔려있는 온수배관에 냉수를 순환시키는 것과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온도를 낮추는 시스템과 함께 냉방비용 절감형 주택 구조 산업이 신수종 분야다. 강수량이 증가할 것이므로 방수 방습 도료의 수요도 증가한다. 앞으로 고온다습해지면서 부식 방지를 위해 철골 구조물, 교량 등에 도색작업 횟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페인트·도료 산업도 대박의 기회를 맞을 것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은 그 자체로 새로운 사업기회다. 실제로 ‘온실가스가 돈이 되는 시대’는 이미 왔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 규모는 유럽을 중심으로 엄청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배출 한도를 초과한 선진국 기업들이 배출권을 사서 한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는 2008년 시작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2005년부터 배출권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전체 할당된 배출량의 5% 이내에서 매매가 허용된다. 거래 첫해인 2005년 전 세계 배출권 거래시장 규모는 110억 달러(약 10조원)였다. 지난해엔 거래 규모가 세 배 가까운 약 3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이 중 유럽에서만 250억 달러어치가 거래됐다. 골드먼삭스 등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배출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하고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을 배당하는 탄소 펀드가 출시됐다. 국내 첫 탄소 펀드인 2000억원 규모의 ‘한국사모탄소특별1호 투자회사’가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에 등록을 마쳤다. 탄소 펀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사업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이나 탄소배출권 판매수익을 올려 배당하는 펀드다.


온난화 방지 자체가 신사업 투자 대상은 일차적으로 태양광 사업, 폐열회수 발전사업,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비이산화탄소(여섯 가지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다른 가스) 저감사업, 바이오 가스 사업 등이 될 전망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은 고수익 고위험(High Risk High Return) 투자 분야라서 지금껏 대기업 및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꺼리고 있었으나 이러한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 것이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은 규제사항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배출권거래체제(ETS) 시장의 급성장,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과 비의무국 간 온실가스 감축사업인 청정개발체제(CDM·선진국이 개도국에 투자해 절감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국의 의무부담 이행에 ‘크레디트’로 인정받는 제도) 사업의 증가도 주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감축 의무와 온도 상승에 따른 석유 값 변동, 정부의 에너지효율 강화정책은 국가 주력산업의 판도까지 바꿀 수도 있다. 알루미늄 산업은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어 철강 산업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재활용 알루미늄 시장도 급성장할 것이다. 수송 부문에서의 알루미늄 수송비중 증가와 이에 따른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효과(철강 대비 24.5t)로 인해 알루미늄 재료를 이용한 자동차산업 부문의 신소재 산업 창출 가능성 등 다양한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불가피한 경영환경의 변화로 받아들이고 장기적 기업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지속가능 경영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전력이나 열 공급 설비를 고효율화하고, 생산 공정설비의 에너지 절약, 폐자원 활용 극대화 등 신수종 산업분야가 여기서 파생한다.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회수·처리·재이용 시설 분야도 신산업 분야로 떠오를 전망이다. 온실가스 처리 사업은 환경 선진국에는 이미 상용화돼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청정기술을 개발하는 그린 밸리(Green Valley)로, 닷컴(Dotcom) 투자 열풍은 왓트컴(Wattcom : 에너지기업) 열풍으로 이미 바뀐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이제 기후 자체가 대박 수익상품이라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 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산업의 약 70%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거의 모든 산업에 본격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시대에 사는 셈이다. 이제는 기후변화를 모르면 돈을 벌 수도 없고, 이것이 이미 아열대기후대로 진입한 우리에게는 모두의 소망인 대박을 칠 기회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믿었던 '매니저'가 발등 찍어...이승기·태민 포함 1200명 피해

2MS “북한·러시아·중국·이란, 사이버 범죄 세력과 공작 일삼아”

3김용환 서울대 교수, 美조선학회 ‘케네스 데이비슨 상’ 수상

4젤렌스키 “北, 사실상 참전…러시아에 인력 지원 확인”

5한미일 외교차관 “北 의도적 긴장 조성 행위 강력히 규탄”

6“北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냐”는 질문에…‘그렇다’ 13.9%

7 젤렌스키 “러시아에 北 인력 지원 확인…사실상 참전”

8‘배달앱’ 보다 ‘자사앱’…버거 3사 앱 이용자 수↑

9현대차그룹, 8개 대학과 협업…‘車고장 예측 기술’ 연구

실시간 뉴스

1믿었던 '매니저'가 발등 찍어...이승기·태민 포함 1200명 피해

2MS “북한·러시아·중국·이란, 사이버 범죄 세력과 공작 일삼아”

3김용환 서울대 교수, 美조선학회 ‘케네스 데이비슨 상’ 수상

4젤렌스키 “北, 사실상 참전…러시아에 인력 지원 확인”

5한미일 외교차관 “北 의도적 긴장 조성 행위 강력히 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