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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사고 싶은데 어디로 가지?

주식 사고 싶은데 어디로 가지?

▶서울 명동의 금융가. 다양한 금융기관 간판들이 붙어 있다.

돈과 관련된 일을 하는 금융회사들을 살펴 보면,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선 은행이 있고 증권사도 있고 카드사, 보험사도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캐피털, 종금, 신협, 나아가 대부업체까지 갖가지 금융기관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금융기관의 기능을 정확하게 하는 이들은 드물다. 그래서 적절하게 금융회사들을 이용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 은행부터 살펴 보자. 은행은 예금으로 받은 종자돈을 바탕으로 대출, 어음 거래, 증권 인수 등의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돈을 맡겨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집을 살 때나 사업자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다. 은행에는 시중·지방·특수은행과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 부문, 수협중앙회의 신용사업 부문까지 포함된다. 은행은 제1금융권으로 불릴 정도로 금융사의 대표격이다. 제2금융권은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를 통칭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해외 여행을 떠날 때 은행에서 환전할 수 있다. 세금, 공과금을 내거나 신권 교환, 동전 교환 같은 일도 한다. 최근에는 이 같은 기능 외에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도 가입할 수 있고 적립식 펀드 가입, 증권계좌 개설도 가능하다. 복권 당첨금을 찾을 수 있는 곳도 은행이다. 과거에는 은행이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통했지만, 은행 불사의 신화는 외환위기 때 깨졌다. 당시 동화, 동남, 경기, 충청, 대동은행 등 5개 은행이 정리절차를 밟으면서 사라졌다. 9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은 ‘조상제한서’라는 다섯 글자로 요약할 수 있었다. 조(조흥은행)·상(상업은행)·제(제일은행)·한(한일은행)·서(서울은행)는 5대 시중은행의 약자였다. 하지만 5대 은행의 흔적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인수합병으로 문패를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팔렸다 다시 론스타가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HSBC가 새 주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은행권에 불어닥치는 변화의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재벌(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할지에 대한 금산분리 논쟁도 은행권 지각변동의 핵심 축이다. 그 다음은 증권사. 최근 주식시장의 랠리가 이어지면서 증권사도 은행만큼이나 한층 친근해졌다. 1인1통장으로 상징되는 저축의 시대는 어느새 1인1펀드 투자의 시대로 바뀌었다. 증권사를 통하면 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수익증권(펀드·채권·기타 파생상품)을 살 수 있고 증권사를 통해 주식거래도 할 수 있다. 증권사는 이 밖에 회사의 상장(코스피, 코스닥) 작업을 돕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증권을 매매해 이익을 남기기도 한다. 주식과 증권사는 꼭 붙어 다니는 형제 같은 사이인데 주식거래를 통해 시세차익, 배당수익 등을 얻을 수도 있다. 증권사도 부침이 많았다. IMF 체제의 충격에 문을 닫은 고려·동서증권 등을 비롯,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수많은 증권사들이 소멸해갔다.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입법화되면서 향후 증권사의 역할과 외형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를 거론할 때 깡통계좌, 작전세력 같은 부정적 그늘이 따라다니기도 한다. 정현준 게이트가 작전세력의 대표적인 예다. 또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의 관계 및 귀국 여부로 주목을 끌고 있는 김경준씨도 옵셔널벤처스라는 기업의 주가조작 사건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많다. 이번에는 보험사. 보험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 상황에서 보호해 준다는 의미의 금융 분야다. 보험사는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재보험사 등으로 크게 나뉜다. 생명보험사에서는 건강보험이나 종신보험 등의 상품을 취급하고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재보험은 보험사의 보험이라고 불리며 혼자 부담하기 어려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에 대비해 보험사가 보험을 드는 것이다. 재보험사는 코리안리가 국내에선 유일하다. 생명보험은 손해보험과는 달리 손해의 유무·대소에 관계없이 사고가 발생하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손해보험과 차이가 난다. 보험사는 사고, 사후 보장이라는 고유 목적 외에도 최근에는 변액보험을 대거 시장에 도입했다. 보험상품에다가, 덧붙여 투자의 개념도 가미했다는 얘기다. 보험사도 다른 금융사만큼이나 격변을 겪었고 부침도 심했다. 흔적 없이 사라진 회사도 많고 시장개방에 따라 외국계 보험사들도 급성장했다. 외국계의 약진에는 변액보험과 방카슈랑스, 남성 설계사의 힘이 컸다. 외국계는 은행 창구를 판매채널로 적극 활용했고 전통적인 보험 아줌마 대신 남성 설계사 조직을 강화해 큰 재미를 봤다. 자체적인 변화 노력도 있다. 설계사 조직을 통한 고비용의 고객 유치 대신 온라인과 전화를 영업 기반으로 하는 보험사도 생겨났다.


투신과 운용사의 차이는? 보험사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생명보험사의 상장작업이 가속화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생보사 주식도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번에는 ‘투신’인데 잘 새겨들어야 한다. 복잡해서다. 투자신탁회사, 즉 투신은 일반 투자자로부터 위탁회사가 자금을 모집한 다음 유가증권·부동산 등에 투자해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회사를 말한다. 투자신탁회사라는 말보다는 투신이라는 약어로 더 많이 쓰인다. 대한투신(현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신(현 한국투자증권), 국민투신이 이름을 바꾼 현대투신(현 푸르덴셜투자증권)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차례로 민간기업과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되면서 투신이라는 말은 사라졌다. 이들은 계열 운용사에는 투신이라는 말을 쓰지만 이젠 증권사에서 신탁(자산운용)을 떼내 완전히 딴 이름이 됐다. 과거 대투·한투·국투가 자산운용과 상품판매를 같이 했지만, 자산운용은 별도 회사로 분리가 되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한투에서 분리된 자산운용사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대표적인 회사다. 최근의 투신은 정확히는 투신운용을 말한다. 일부 운용사는 ‘투신’이라는 단어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판단해 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투신이 주로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다는 느낌이지만 자산운용은 금융관련 상품을 모두 취급한다는 인상을 준다. 아무튼 이 자산운용사들이나 투신운용사들은 주식이나 채권펀드 상품, 파생상품 등을 만들어,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들어온 투자자들의 돈을 운용한다. 동시에 그와 같은 펀드 상품을 증권사나 은행, 보험사를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한투·대투·국투 같은 투신은 명칭의 굴곡만큼이나 많은 외적, 내적 변화를 겪었다. 사실상 저축과 같은 성격의 투신 상품은 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89년 말 12·12 증시부양조치로 망가지게 된다. 정부는 당시 주가가 떨어지자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주가를 떠받치겠다면서 12·12대책을 내놨다. 한국은행이 대한투신, 한국투신, 국민투신 같은 3대 투신사에 각각 1조원을 빌려줘 주식시장을 떠받치게 한 것. 투신사들이 주식매입에 들어가면서 주가는 단기적으로 반짝 올랐으나 이내 지수가 반 토막 날 정도로 힘없이 무너졌다. 투신사들이 주식을 매집했는데 주가는 오히려 떨어져 투신사들의 손실이 컸다. 그 뒤 99년 대우 사태로 회사채 시장에 균열이 오면서 투신사는 매각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신용카드사도 굴곡이 많다. 신용카드는 카드 발행사와 계약을 체결한 회원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경우 카드를 제시하고 전표에 서명하면 현금 지출 없이 구매가 가능하도록 한 금융 서비스다. 신용카드 사용 권장으로 상징되는 정부의 내수 부양은 IMF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2003~2004년 금융시장 붕괴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수많은 신용불량자 양산과 개인파산이라는 어두운 그늘도 신용카드사의 흥망과 연결지을 수 있다. 은행계인 외환카드는 외환은행에 흡수·합병됐고 국민카드도 모기업인 국민은행에 합병된 상태다. 자회사인 카드사의 부실을 은행이 떠맡은 것. 대기업 계열의 카드사들도 풍상을 겪었다. LG카드는 카드 사태를 겪으면서 LG그룹 손을 떠나 채권단 관리하에 넘어갔고 다시 신한지주에 매각됐다. 삼성카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계열 기업들의 긴급 수혈 끝에 다시 정상화됐고 최근 증시에 상장되는 도약을 일궈냈다. 현대카드는 현대, 기아차와의 사업 협조, 롯데카드는 롯데쇼핑과의 시너지를 발판으로 앞선 카드사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상태다. 이번에는 캐피털(리스)사도 알아보자. 캐피털사는 할부금융사로 불리기도 하는데 할부금융업은 소비자가 자동차, 주택과 같은 고가품을 구입할 때 대출해 주는 사업이다. 자동차나 가전회사가 소비자 명의로 캐피털 회사에 대출을 의뢰한 후 판매회사가 보증을 서고 캐피털사는 소비자의 상품 구입대금을 판매회사에 곧바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해 일반인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하는데, 자금 조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은행 등에 비해 많기 때문에 대출 금리도 다른 금융회사 상품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연 40~50%나 된다. TV광고에 자주 나오는 대우캐피탈을 연상하면 된다. 리스업을 하는 회사들도 캐피탈이라는 이름을 사명에 즐겨 쓴다. 물론 리스를 본업으로 하는 회사들도 리스라는 말을 회사 이름에 쓰기도 한다. 리스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계설비를 대가를 받고 장기간 빌려주는 제도다. 물건(기계설비)의 종류·규격·가격 등을 기업이 결정하면 리스회사는 기계설비 제조회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기계설비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 금융 지원을 해준다. 형식적인 의미에서 리스란 물건의 임대차지만 금융 측면에서는 시설자금의 대여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종금사(종합금융회사)는 한때 최고의 월급, 최고의 직장으로 주목을 받았다가 지금은 잠잠해진 이름이다. 종합금융회사는 증권중개업무와 보험업무를 제외하고는 장단기금융(저축·여수신 등), 투자신탁, 시설대여업무(리스) 등 국내 금융기관이 영위하는 거의 모든 금융업을 하는 회사다.

창투는 벤처에 투자하는 회사 ‘종합금융’이라는 명칭처럼 영업 범위가 넓어 금융사 소유욕이 컸던 대기업들이 한때 너도나도 종금사 설립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얼마 가지 못했다. 90년대 중반 기업어음(CP) 할인을 통해 기업에 단기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이 주된 업무로 부상했지만 이것이 종금사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단기자금을 들여와 장기대출을 일삼아 자금순환 불일치가 발생하면서 97년 외환위기 때 환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고 IMF 체제 이후 구조조정을 겪어 대부분 퇴출됐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메리츠종금과 금호종금 단 2곳뿐이다. 하지만 업무 범위가 넓어 유가증권 인수와 기업 인수합병(M&A)을 주 업무로 하는 투자은행으로 변신하는 게 유리하다. 이 때문에 종금사의 자체 체력 강화 시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창업투자회사(창투)는 돈이 필요한 벤처기업에 선 투자를 해서 상장 후, 혹은 인수합병을 통해 자본 차익을 겨냥하는 금융회사다. 돈이 필요한 젊은 사장들이 노크를 해야 하는 회사다. 이 밖에 서민금융기관들도 엄청나게 많다. 재테크를 잘한다는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신용협동조합이나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이른바 서민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 때 2000만원씩 저축은행 등에 분산예치한 이들이 눈에 띄어 저축은행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서민금융기관의 매력은 무엇보다 높은 이자수익에 있다.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은 은행 정기예금보다 0.5~1.5% 정도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이들 기관 중에서 상대적으로 우량한 회사들을 고르면 불안감도 적고 고금리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또 예치금 5000만원 기준으로 대개 법적으로 또는 자체적으로 예금자 보호장치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저축한 돈을 떼일 염려도 거의 없다. 경영주체가 정부인 우체국도 안전성과 대규모 점포망을 바탕으로 탄탄한 사업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우체국도 엄연한 금융기관이란 얘기다.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이지만 대출 금리는 만만치 않다. 은행 담보대출 금리가 연 7~8%대 미만이라면, 저축은행은 연 30~40%를 웃돈다. 이 밖에도 제도권 밖 금융기관으로 대부업체가 있다. ‘무이자 무이자’ CM송으로 유명한 러시앤캐시나 산와머니 같은 이름을 지닌 대부업체들이 바로 그것이다. 전국에 등록 대부업체가 1만7000여 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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