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해야 고객·협력사와 ‘윈윈’
공정해야 고객·협력사와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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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간판을 보면 좌우에 Friendly·Fresh·Fun이라고 쓰여 있다. 이 간판은 2005년 3월 LG유통에서 사명을 바꿔 출범한 GS리테일이 새로 단 것이다. 허승조(57) GS리테일 사장은 “간판에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았다”고 의미를 밝혔다. GS리테일의 조직가치는 Fair·Friendly·Fresh·Fun 등 네 가지다. 이들 가치는 허 사장이 직접 뽑아냈다. 그러나 맨 앞에 세워 가장 강조하는 ‘공정한(fair)’을 정작 간판엔 적지 않았다. 허 사장은 “고객 입장에서 ‘공정한 게 뭐야, 부담스럽다’고 느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넣지 않았다”고 들려줬다. 이처럼 GS리테일은 공정하게 거래한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철저하게 실천한다. 허 사장은 “윤리는 우리 내부적으로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GS리테일의 윤리경영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GS리테일은 전국에서 GS25 편의점 2,600여 개, GS슈퍼마켓 82개, 할인점 GS마트 13개, 그리고 GS스퀘어 백화점 3개를 운영한다. 이 밖에 11개 GS왓슨스 매장에서 건강·미용용품을 판매한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2조5,134억원과 4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사업부문 중 편의점 매출이 1조1,111억원으로 가장 크다.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GS리테일의 제도 중 하나가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결제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02년에 GS25의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을 새로 구축했다. 대상 품목은 삼각김밥·김밥·샌드위치 등이다. 이들 품목의 유통기한은 12시간으로 정해 놓았다. “이렇게 유통기한이 짧으면 점포 근무자가 실수로 판매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이 회사 조윤성 경영혁신부문장(상무)이 설명했다. GS슈퍼마켓, GS마트, GS스퀘어 등의 매장에서는 1997년부터 당일판매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과일·채소·생선 등 신선식품과 잡채·나물·튀김·김밥 등을 매장에 들어온 날에만 판매하도록 한 것. 팔리지 않고 남은 식품은 전량 폐기한다. 초기에는 당일 입고 물량 가운데 7~8%나 남았다. 허 사장은 “적정량을 입고하는 한편 마감 시각이 다가올수록 할인 폭을 넓혀 판매함으로써 이 비율을 2~3%로 낮췄다”고 밝혔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일이다. GS리테일은 고객만족을 위해 김밥·주먹밥·샌드위치·햄버거·도시락 등 식품을 자회사 후레시서브에서 직접 만든다. 허 사장이 배경을 설명했다. “외부 업체에 맡겨두면 비용을 따지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만들지 않아요. 우리는 돈이 더 들더라도 청결하고 맛있는 식품을 계속 개발해나갈 것입니다. 그런 품목으로 돈을 벌지는 못해도 고객들이 그걸 사러 왔다가 다른 제품을 사거든요.” 후레시서브의 첫공장은 올해 3월 제주도에 세워졌다. GS리테일은 앞으로 공장을 더 지어 공급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협력회사와의 관계에서도 역시 공정함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GS리테일은 이를 위해 협력사 자문단을 위촉해 월 1회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듣는다. 또 협력사 고충처리 직통전화를 열어 놓았다. 나아가 협력사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기울인다. 대표적인 성과가 틈새라면, 공화춘 자장면·짬뽕, 박준 헤어케어 제품 등 독자 브랜드(PB) 상품이다. GS리테일의 이의섭 경영혁신팀장은 “PB 상품에 대해서는 우리가 각 매장에서 마케팅을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량 중소기업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신상품을 유통시키고, 우리는 좋은 제품을 싸게 팔 수 있다”며 윈윈 효과를 자랑했다. 허 사장은 2002년 7월에 윤리규범 세부실천지침을 개정해 공포하고 전 구성원에게 윤리규범 실천서약을 받았다. LG백화점, LG상사 할인점 부문, LG유통이 LG유통으로 통합해 출범한 때였다. 허 사장은 고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의 8남.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숙부다. 서울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상사에 입사해 패션사업 등을 담당한 뒤 97년에 유통 쪽으로 왔다. GS리테일은 윤리경영을 내부적인 부분에서 특히 깐깐하게 실천한다. 허 사장은 작은 일이라도 윤리에 어긋나면 엄격히 제재한다. “내부 직원이 보너스카드가 없는 고객의 구매 내역을 자신이나 친척에게로 돌려 포인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 문제를 지적하며 해당자를 징계하려고 했더니 반발이 일더군요. 그게 무슨 큰 죄냐는 것입니다. 왜 죄가 아닙니까.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것인데. 금액보다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게 큽니다. 사소한 게 용인되면 조금씩 큰 부정에 대해 둔감해지게 됩니다.”
야자타임으로 직원 간 우의 다져 윤리경영 때문에 GS리테일의 조직 문화가 경직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조직가치 중 하나인 Fun이 GS리테일 곳곳에 스며든 덕분이다. 허 사장은 바비큐 파티를 예로 들었다. “이쪽에 오자마자 분기에 한번씩 할인점과 백화점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습니다. 야외 주차장이나 옥상에서 저녁 때 모입니다. 고기 · 술 · 음료수를 다 원가에 조달하니 비용도 얼마 안 듭니다. 1인당 1만5,000원이면 뒤집어 쓰죠. 고기 굽고 술 따르는 서빙 일은 과장 이상 간부들만 합니다. 장기자랑 시간이 지나면 내가 마이크를 잡고 야자타임을 선언해요. 존대하면 무조건 벌주를 마셔야 합니다. 파트타이머 아주머니가 내게 소리칩니다. ‘허승조, 거기만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술 한잔 따라봐’라고요. 하하하.” 부장과 임원들은 위계질서가 무너진다며 야자타임을 극력 반대했다. 허 사장은 “간부들을 이해시키기까지 한 2년 걸렸다”고 말했다. 내부 고객을 잘 모셔야 윤리경영도, 최고의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설득하고 보여주는 데 그만큼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이 아닐까.
GS리테일의 윤리경영 철학 1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회사만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2 우리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약한 거래선에게 부당한 요구를 지속하면 우리가 순간적인 이득을 얻을지 몰라도 업체에는 커다란 고통을 준다. 3 페어 플레이를 통해 협력사와 윈-윈 하는 것이 기업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4 내가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것은 당연하고, 윗사람이 내게 그렇게 하는 것은 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느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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