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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양복 부활을 꿈꾼다

맞춤양복 부활을 꿈꾼다

톰 포드 전 구치 수석 디자이너는 지난 7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고급 남성복의 꿈을 얘기했다. 수백 벌씩 자동 생산되는 기성복에 내 몸을 맞추지 않고, 최고급 원단과 재단으로 나에게만 맞춘 단 한 벌의 옷 말이다. 그가 이 점에 착안해 새로운 남성복 사업을 시작하려고 손을 잡은 상대가 바로 에르메네질도 제냐다. 1892년 이탈리아 서부의 원단공장으로 출발한 제냐는 대량생산보다 품질과 서비스를 우선해 명성을 쌓았다. 특히 원단의 품질은 세계 최고로 꼽힌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르사체, 구치 등도 제냐의 원단을 사용한다. ‘당신의 치수에 맞춘다’는 뜻의 ‘수 미주라’ 맞춤복은 제냐의 장인정신을 대변한다. 450여 종의 원단과 100여 가지의 디자인 중 하나를 선택하고, 6주간의 이탈리아 현지 제작을 거치면 자신의 이름과 제작일이 새겨진 나만의 맞춤복이 배달된다. 플라시도 도밍고, 빌 클린턴, 덴절 워싱턴, 알 파치노, 정명훈 등이 모두 ‘수 미주라’의 고객이다. ‘수 미주라’를 포함해 제냐의 남성정장 부문 최고책임자 엔조 달레산드로가 14일 방한한다. 이에 앞서 류지원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와 이다영 인턴기자가 달레산드로를 서면 인터뷰했다.
제냐는 4대째 내려오는 가족 기업이다.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거의 1세기 전에 창업한 이후 ‘고급’의 정의가 어떻게 변화했나? 창업주 시절에는 극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급 원단을 생산했다. 대중은 잘 몰랐다. 하지만 부가 여러 계층으로 확산되면서 고급 패션은 더 이상 선택 받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 패션이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됐다. 하지만 품질과 디테일을 중시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제냐의 철학은 변함이 없다. 제냐는 세계 최상급 원단으로 널리 알려졌다. 비결이 뭔가? 남성복 기업 중 유일하게 생산과정을 총괄하는 방식이 주효했다. 원자재 가공부터 매장 관리까지 일괄적으로 이뤄진다(호주산 양모, 몽골산 캐시미어 등 최고급 원자재만 사용한다). 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생산방식을 존중한다. 원단이 좋으면 재단도 잘되고, 고객 만족도도 높다. 제냐의 원단 중에서도 극히 미세한 15?미크론) 두께의 원사로 짠 ‘15MILMIL15’를 추천한다. 사계절에 다 어울리고 부드러운 촉감에 구김도 안 간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 시장은 밀라노나 뉴욕 같은 패션도시와 비교할 때 어떤 차이가 있나? 아시아 시장은 해마다 두 자릿수로 증가한다. 특히 고급 패션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중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한국도 마찬가지다. 세계화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디에 있든 유행 흐름과 제품 정보를 꿰뚫고, 요구사항도 확실하다. 따라서 밀라노나 뉴욕, 서울의 고객을 대하는 방식이 다를 바 없다. 대다수 한국 소비자는 기성품에 익숙하다. ‘수 미주라’ 맞춤복을 어떻게 알릴 계획인가? 경쟁이 워낙 치열하지만 제냐만의 희소성과 품질, 서비스로 승부하겠다. 제냐는 60년대 후반부터 맞춤복 시장에 주력했다. 이렇게 오랜 경험을 갖춘 브랜드는 흔치 않다. 또 해외시장에서 직영 체제로 고객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점도 큰 강점이다. 한때 모두가 옷을 맞춰 입던 시절도 있었다. 앞으로 맞춤복 시장의 미래는 어떤가? 맞춤복 시장은 아직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계절마다 사업 규모가 늘어나서 생산라인을 강화했다. 새로운 기술자와 재봉사를 고용해 고객의 주문을 소화하고 6주의 제작 기한을 맞추려고 애쓴다. 삶의 질이 개선되고 문화적 소양이 깊어질수록 내 요구에 맞춘 높은 품질의 ‘나만의 옷’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다. 옷을 입는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옷을 입는 건 소통의 행위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와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거다. 관심과 열정을 갖고 훌륭한 옷을 고르고, 세심하고 우아하게 입으면 된다. 그러면 어떤 경우든 멋진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물론, 깔끔한 세탁은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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