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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국의 벤처부자] “e러닝 사업 중국 · 일본에도 진출”

[2007 한국의 벤처부자] “e러닝 사업 중국 · 일본에도 진출”

손 사장은 빼어난 실적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한 덕에 올해 한국의 벤처부자 리스트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명강사 ‘손사탐’이 아닌 ‘CEO’ 손주은으로 자리매김한 것 빼고는 소비 패턴이나 식성 등이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단다.
서울 서초동 메가스터디 본사 3층의 손주은(47) 사장 사무실에는 요즘 흔하다는 대형 평면 TV 하나 없다. 29인치 브라운관 TV와 책장, 그리고 안마용 전동 의자 정도가 눈에 띈다. 손 사장이 활짝 웃는 모습을 담은 광고판이 사무실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특별한 장식품도 없다. 9월 7일 오후 6시 무렵 이런 단출한 사무실에서 만난 손 사장은 “포브스코리아가 뽑은 2007 한국의 벤처부자 리스트에서 1위에 올랐다”고 인사를 건네자 “(주가 오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너무 올라서 부담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나 인사 치레하듯 말하는) 이런 얘기가 짜증 나시죠”라고 너스레를 떨며 사람 좋게 웃었다. 종합 인터넷 동영상 교육(e러닝) 기업인 메가스터디의 주가는 올 들어 손 사장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 올해 초 12만원대로 출발한 이 회사 주가는 외국인 투자가의 집중 매수에 힘입어 7월에 장중 20만원을 넘어선 후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2004년 12월에 공모가 1만8,500원으로 상장한 후 3년 8개월 만에 교육업계뿐 아니라 코스닥시장의 대장주 자리를 굳혔다. 메가스터디 주식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현재 50%가 넘는다. 외국인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메가스터디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722억원으로 2006년 한 해 매출액(1,013억원)에 근접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202억원으로 지난 한 해 당기순이익 265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중 · 고등학교 방학이 낀 7~8월은 교육주 성수기인데다, 메가스터디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중등 부문 사업의 호조로 3분기에도 ‘깜짝 실적’이 무난할 전망이다. 주가가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손 사장은 주가 급등으로 자신의 주식 평가이익도 크게 늘었지만 정작 돈 번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에 내 지분 일부를 사들인 사모펀드 ‘코너 스톤’의 현재 수익률이 190%에 이른다”고 전했다. 코너 스톤의 매입 가격 대비 수익률은 90%대이지만 코너 스톤이 은행에서 빌려 투자한 돈을 뺀 원금의 수익률이 그렇다는 계산이다. 코너 스톤에 지분을 조금 판 손 사장의 6월 말 현재 지분율은 19.83%다. 동생이자 이 회사 부사장인 손성은 씨 등 특수 관계인 5명의 지분까지 더해도 25.80%에 불과하다. 적대적 기업 인수 · 합병(M&A) 우려는 없을까? 손 사장은 “흔히 지분율이 35%선은 돼야 경영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교육 사업의 구조가 워낙 독특해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적대적 M&A 위협은 적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 회사 손은진 커뮤니케이션 본부장도 “주가가 오르니 (코너 스톤이) 경영에 훈수를 두는 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 · 고교생 대상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학원, 자격증 · 고시 전문 사이트 등을 갖춘 메가스터디의 사업 전망은 적대적 M&A를 걱정할 만큼 밝다. 대우증권의 송흥익 연구위원은 메가스터디 분석 보고서에서 국내 사교육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메가스터디의 온라인 강의 구매 회원 비중은 고등학생이 19%, 중학생이 1%에 불과해 앞으로 고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의 김혜림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사교육 시장의 꾸준한 성장과 온라인 학습시장 확대로 2010년에는 온라인 사교육 시장 규모가 지금의 3.4배 수준인 2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메가스터디 같은 온라인 교육업체의 성장 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의 장밋빛 전망처럼 메가스터디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회사 설립 첫 해인 2000년에 5억7,000만원이었던 매출액은 2005년 710억원, 2006년 1,013억원을 기록했다. 조직도 급격히 커졌다. 창업 7년 만에 직원 500명, 강사 500명으로 증가했다. 손 사장은 조직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회사가 너무 빨리 커져 걱정이 많다. 성장 궤도에 오른 벤처기업이 흔히 겪는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고민이다. 그래서 올 초부터 조직 개편에 힘을 쏟았다. 7월부터 3개월 동안 IBM에서 컨설팅을 받은 결과가 9월 말에 나온다. 사람(창업자)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전략 기획 등의 중 · 장기 계획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한다. 지난해 합병한 중등부 온라인 교육업체 ‘엠베스트교육’의 대표도 하나로 통합해 화학적 결합을 가속할 생각이다. 그는 특히 전략기획실에 힘을 실어줄 생각이다. 그는 “나는 태생적으로 삶에 위기 의식이 있다”며 “더구나 정보화 사회는 워낙 빨리 변하니 10년 이상 살아남아 있을 기업이 얼마나 될까란 고민을 많이 한다”고 경영자로서 고충을 털어놨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차치하고라도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 없는 변신이 필요하며 그래서 전략 기획 쪽이 중요하다고 본다. 메가스터디 사업이 콘텐트 중심이니, 이를 담는 ‘그릇’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잘 지켜보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그는 독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상과 시장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가 요즘 심취한 책은 세계 역사를 유목 민족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크 아탈리의 <미래의 물결> 이다).
조직이 짧은 시간에 커지면서 비효율적인 측면도 많아졌다고 보는 손 사장은 낭비 요소를 없애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내년에도 매출이 연간 50% 늘어나는 고성장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비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성장 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손 사장은 “비용을 줄이면 이익으로 직결된다”며 “부서별로 비용 절감량을 할당하고 이를 초과 달성하면 인센티브로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그가 무게를 두는 또 다른 전략은 해외 진출이다. 일본과 중국이 그가 구상하는 중심 무대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 들른 중국 교육업체 뉴오리엔털 사장과 만났다. 10월에는 손 사장이 중국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추석 직전에는 전략기획실 직원들과 일본에 가서 입시업체 현황 등을 살필 계획이다. 손 사장은 “콘텐트는 현지 업체가 맡고, 우리는 온라인 운용 노하우와 기술 등을 담당하는 협업 모델을 구상 중”이라며 “온라인 사업은 몸집을 가볍게 해 시작할 수 있으니 강사만 잘 뽑으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회사 일에 매달리느라 지난해 여름 이후부터 명강사 ‘손사탐’이 아닌 CEO로 보내는 시간을 대폭 늘렸다. 그는 “이제 주말에 한 시간씩 하는 강의조차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삶이 달라졌다”고 한편으로 아쉬워 했다. 인생에서 강사로서 보낸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 생각에서다. CEO를 맡고 있지만 오랜 강사 생활에 익숙해진 생활 리듬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11시쯤에 일어나 점심 먹고 양재천을 한 시간가량 걸은 뒤 오후에 사무실에 나온다. 중요한 회의는 3 · 4시에 몰아놓는다. 강사들과 회의는 수업이 끝나는 밤 11 ·12시쯤에 시작한다. CEO라면 사업을 위해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하지만 낯을 가리는 성격은 변함이 없다. 자신의 약점이란 사실을 잘 알지만 애써 고치려 하지 않는다. 특히 너무 귀족 냄새가 나거나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을 가진 사람을 싫어한다. 그는 “한번은 재계 유명 인사와 재벌 2 ·3세 등이 주축인 어떤 모임에서 한 시간 동안 저녁을 먹고 한 시간 동안 강연한 적이 있는데 와인 · 골프 ·여행 등의 얘기가 너무 많아 한편으론지루했다”고 말했다. 손 사장이 이렇게 얘기하는 건 젊은 시절 네오 마르크시즘에 관심 많았던 영향이다. 그는 ‘내가 아닌 것이 내가 되는 게 너무 거추장스럽다’고 여긴다. 게다가 그는 ‘나는 소유한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현대인의 속성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는 그래서 “나 자신도 물질을 소유하고 즐기는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현대적 부자가 될 속성은 별로 없다”고까지 설명했다. 지난해 자신의 회사 지분을 조금 판 돈도 대부분 친척과 가족을 위해 썼다. 그가 자신에게 투자하는 건 골프 정도다. 4년 전쯤 골프를 시작한 그는 회사 임원과 강사, 고교 · 대학 동문 등과 두 달에 서너 번 골프를 친다. 그의 스코어는 90대 중반이다. 그나마 요즘 들어선 스포츠카에 관심이 생겼다. 고급 차를 타는 강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페라리가 매력적인데 (전시장에) 보러 가는 게 귀찮고 사도 몇 번 타지 않을 텐데란 생각이 들어 아직 구입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타는 차는 회사 차인 에쿠스다. 집에서는 그의 부인이 에쿠스를 타는 게 전부다. 그는 여전히 “돈보다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도 매주 한 번 남양주에 있는 기숙학원에 가서 학생들과 3시간 정도 상담한다. 9월 7일에는 인터뷰 때문에 출발이 한 시간가량 늦었다. 시간은 저녁 7시30분을 지나고 있었다. 비서에게 출발 준비를 하라는 그는 학원에 전화를 걸어 달라고 했다. “(남양주 학원에서) 밥 먹을 수 있나? 가능하다고? 그럼 가서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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