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Biz] 미군기지 따라 투자자들 상륙
[Global Biz] 미군기지 따라 투자자들 상륙
▶괌 중심가인 투몬 지역의 해안가 모습. 유명한 호텔들이 이 해변을 따라 들어서 있다. |
#장면1 10월 8∼9일. 괌 중심부인 투몬 지역에 있는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미국 내무부 주최로 태평양 도서지역 사업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각국에서 몰려온 인원은 1000명이 넘었다. 미국 본토를 비롯해 한국·일본·중국 등지에서 온 건설·부동산 기업인들로 이 호텔은 들썩거렸다. 물론 괌 현지 건설업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장면2 기자가 괌 건설현장을 둘러본 10월 13일. 괌 북쪽의 미국 앤더슨 공군기지 주변 지역은 미군 병력 증가에 대비한 집짓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데데도 지역의 경우 파라다이스 신개발 구역에서만 400가구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라 차량과 인부들이 엉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고 지역의 앤더슨 공군기지 후문 쪽에 있는 스타츠골프장 앞도 공사현장이다. 센추리21 소속의 최동신 부동산중개인(리얼터)은 “저 공군기지가 바로 괌 부동산값 변화의 진원지”라고 말했다.
#장면3 괌 부동산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10월 10일 중심지 투몬의 하얏트 호텔에서 부동산 중개인인 설은숙 ‘리얼 이스테이트 괌’(중개회사) 부사장을 만났다. 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그중 몇몇 전화는 서울에서 온 국제전화였다. 괌 부동산 가운데 좋은 게 있으면 알려 달라는 얘기였는데, 설 부사장은 잠시 자리를 피해 다른 곳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 같은 문의전화가 자주 오지만 요즘 좋은 매물이 없어 소개하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떠 있는 조그만 섬나라인 미국령 괌에 부동산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괌 부동산엔 한국과 일본 자본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미국 본토와 대만 자본도 앞다퉈 이 섬으로 몰려들고 있다. 휴양지, 관광도시로만 알려진 괌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리핀 동쪽, 일본 남쪽에 있는 거제도 크기의 섬인 괌. 인천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 이곳을 사람들은 흔히 관광지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속살을 한 꺼풀 벗겨 보면 “매력적인 투자 도시”라는 게 펠릭스 카마초 주지사의 얘기다. 괌의 부동산이 뜨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군 병력 이동으로 괌에 돈과 사람이 크게 몰릴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일본 경제의 회복이다. 일본은 10년 불황을 탈출해 2004년 이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괌을 찾는 관광객의 90% 정도는 일본인이다. 이들이 괌을 먹여 살리는 돈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현지에서 대형 쇼핑몰(캘리포니아 마트)을 운영 중인 민태홍 괌 한인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미군 병력 이동과 관광객 증가에 한인 상공인들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괌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과 협력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괌은 미국의 군사 요충지다. 괌 공항에도 ‘우리는 군대를 지지한다(support)’라는 영문 슬로건이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을 정도다. 현재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병력 8000명, 이들 가족 9000명, 미군과 연계된 사업자 등 3만 명이 괌으로 들어올 전망이다. 2014년까지 이들이 들어오면 괌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현지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미군 재배치에 따른 공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사비만 100억 달러(약 10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공사는 괌 현지 건설사들이 다 맡기에는 규모가 너무 큰 게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의 벡텔 같은 대형 건설사, 일본의 건설사들까지 괌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괌 현지 건설사 중 비교적 규모가 큰 코어텍 인터내셔널의 은호상 사장은 “현재 괌 자체의 공사 소화 물량은 최고로 잡아도 연 2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만일 매년 1조5000억원씩 공사 물량이 쏟아진다면, 이를 먹기 위한 세계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맥씨앤디의 괌 사업 |
분양가 5000억의 최대 단일 공사 한국기업인 경맥씨앤디가 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한국 기업 관련 공사 중 단일 공사로는 가장 큰 사업이다. 공사 규모 2500억원에, 분양가만 5000억원에 달한다. 시행사인 경맥 측은 투몬 지역의 가장 북쪽인 건비치 바로 앞에 부지 2만6000평을 210억원에 확보한 상태다. 이 회사 권좌상(39) 사장은 “올해 11월께 괌 당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700개 객실을 갖춘 호텔과 5000평 규모의 워터파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다. 그는 “이 단지를 2011년께 완공한 후 고급 호텔식 리조트형 레지던스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2014년까지 미 군속 3만 명 늘어 인구 증가도 괌 경제에 호재다. 괌 인구는 16만 명 정도인데, 미군이 들어오면 괌 전체 인구는 3만 명 이상 늘 것으로 데이비드 코헨 미국 내무부 부차관보는 전망했다. 이는 괌 인구가 단기간에 18%나 늘어나는 것이다. 인구가 늘면 당연히 교통, 주택, 교육, 문화, 통신 시설의 수요가 늘어난다. 당장 주택만 해도, 노후주택 교체를 포함해 5만 채가 새로 필요하다는 게 괌 경제개발청의 의견이다. 이런 호재를 간파한 각국의 돈이 발 빠르게 괌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일본 자본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일본 투자회사인 켄부동산리스는 4억 달러가 넘는 돈을 들여 하얏트, PIC, 힐턴, 셰러턴 같은 주요 호텔들을 계속 사들였다. CCP골프장도 매입했다. 투몬 지역의 이 호텔들 가격은, 일본 불황에 영향을 받아 2004년엔 최고가의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지에서는 99년 버블 때의 가격을 100으로 치면, 2004년은 10, 2007년은 30~40 정도 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값이 싸졌다는 뜻이다. 미국 본토에서도 돈이 들어오고 있다. 골프장, 호텔, 아파트가 갖춰진 500만 평 규모의 레오팰리스 단지를 최근 1조원에 사들인 당사자가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 쪽이란 얘기도 있다. 투몬 지역 북쪽의 닛코 호텔은 미국 자본이 4500만 달러(약 450억원)에 사들였다고 ‘리얼 이스테이트 괌’의 부앙코 사장은 말한다. 한국의 건설업체, 시행업체들도 괌에 상륙하고 있다. 은호상 사장은 “두산, 한화건설 관계자들은 나를 통해 괌 시장을 조사해 갔다”면서 “웬만한 한국 건설업체는 최근 괌을 두드려 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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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좋은 곳은 오를 대로 올라 각국의 돈이 바쁘게 들어오고 있는 괌. 그렇다면 괌은 투자만 하면 돈을 불려주는 도깨비방망이인가? 그렇지는 않다. 돈이 들어온다는 ‘총론’은 맞지만 돈을 버는 노하우인 ‘각론’은 어렵다. 게다가 최근 이미 부동산값이 오를 대로 오른 점도 감안해야 한다. 최동신 중개인은 “해외투자는 권장할 만하지만 한국처럼 단기간에 급등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한다. 괌 한인들은 “괌에서 투자할 만한 지역은 투몬밖에 없지만, 문제는 투몬 집값이 이미 오를대로 오른 상태”라면서 “서울에 있는 투자자들은, 좋은 땅과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괌의 법률 관계를 세세하게 알기도 쉽지 않다. 괌 한인들은 “조사도 하지 않고 들어온 모 한국 업체가 소송과 관련된 땅을 샀다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전했다. 현재 괌은 미군 증가에 따른 경제호황, 중국과 미국의 괌 노 비자 협정을 통한 중국 관광객의 신규 유입, 일본 경제 회복에 따른 관광객 증가 등 호재가 많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이 같은 호재가 하루 이틀 사이 이루어질 사안은 아니다”며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인터뷰 / 펠릭스 카마초 괌 주지사 | ||
“미국 시스템으로 안전 거래 보장”
- 괌 부동산 시장에 각국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일본을 비롯해 미 본토, 한국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투몬 지역 호텔을 인수해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인수한 골프장도 새로 고치고 있다. 괌 주정부는 관광산업에 대한 30년 노하우를 갖고 있기에, 이 같은 투자유치를 통해 관광객을 더 늘리는 행정에 주력할 생각이다.” - 괌 투자의 장점은. “괌은 미국령이고 미국식 시스템을 따른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 시 소유와 거래, 투자금 회수가 안전하다. 이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 중국 관광객의 경우 현재 노 비자 방문(14일간 체류)을 할 수 없다. 노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 것이란 전망인데…. “중국은 2010년까지 연간 관광객이 3500만 명에서 5000만 명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광객의 일부가 괌으로 오면 당연히 호재다. 연방정부가 중국 관광객 노 비자를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괌 정부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 직접 중국에 가서 이 문제를 중국 당국과 논의한 적도 있다.” - 괌의 자랑거리는 무엇인가. “괌은 북마리아나, 사모아, 미크로네시아 같은 주변 지역 중 보석이다. 투몬은 괌의 보석이다. 괌은 이 지역의 중심지이고, 관문이다. 또 이 지역 관광, 교통, 부동산, 금융의 중심지이고 투자의 중심이다.” |
괌 부동산 투자 9대 노하우 ●현지 전문가 도움을 받아라 같은 투몬 지역이라도 부동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바다가 보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다르고, 건물의 노후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통상 바다가 보이면 값이 2배나 된다. 이런 차이를 알려면 현지 부동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지인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차라리 투자를 포기하는 게 낫다. ●투자 전에 반드시 현장에 가 보라 현장을 보지 않고 서울에서 돈만 건네주고 투자하는 건 실패의 지름길이다. 괌에 있는 집을 사든, 땅을 사든, 상가를 사든 반드시 현장에 가 보라는 게 현지 전문가 얘기다. 법률적 검토도 사전에 철저하게 해야 한다. 개인이 아닌 한국 회사들조차, 괌에 가서 부동산을 샀다가 낭패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해외부동산 직접투자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최근 괌에서 부동산 급등 현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재빨리 간파하고 투자한 이들은 바로 현지 영주권자 한인들이나, 괌에 자주 가던 한국인들이었다. 서울에 앉아서 하는 투자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미래가치를 반드시 따져라 괌의 각종 부동산 호재와 미래가치를 미리 따져야 한다. 호재가 투자할 부동산의 미래가치에 반영되는가를 먼저 계산해 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괌 거주 미군에게 임대할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를 얻는 것과, 그럴 가능성 없이 아파트를 얻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또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이뤄지는 발전 예상 지역에 집을 사는 것과, 아무 데나 사는 것은 다르다. 투몬 지역에서 차 타고, 바로 벗어나면 사람들이 별로 신경 안 쓰는 집과 땅이 널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집과 땅은 최근의 부동산 가격 오름세에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소폭 하락하는 예도 많다. ●위치를 잘 따져라 괌의 중심은 투몬이다. 바로 옆의 타무닝도 관심 지역이다. 설은숙 부사장은 “중심 지역 이외의 투자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중심을 벗어나면, 돈도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투몬에서 살짝 벗어나면 지금도 한 평에 1달러도 안 되는 땅이 널려 있다. ●거리도 중요하다 괌은 손바닥만 한 일종의 도시국가다. 거제도 크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심부에서 차로 몇 분 거리인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우리 식으로 거리를 재면 큰일 난다. 여기서는 차로 15분 거리면 ‘엄청나게 먼 거리’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날씨가 더운 곳이라 이런 문화가 생겨났다고 한다. ●집 관리 잘하는 곳을 고르자 집주인들이 자체 규약을 만들어 집 관리를 잘하는 단지를 눈여겨보자. 경비원이나 보안시설을 철저히 해서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단지도 투자를 권할 만하다. 외부인 출입을 막는 보안시설이 뛰어나다는 점 하나로, 임대료나 매매가가 10~20% 정도 비싸게 거래되는 게 이곳의 현실이다. 안전이나 보안이 곧 돈이라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가 한국인에게 더 낫다는 게 이곳 전문가들 얘기다. ●집 주변을 잘 살펴보자 내가 투자한 집이 고급이라면 주변에도 고급 집들이 있어야 한다. 분양을 받거나 매입한 집이 고급이라 해도, 주변에 중저가 집들이 있다면, 결국 내 집값은 주변을 따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LG건설(현 GS건설)이 투몬에서 먼 곳에 지은 라데라타워 아파트는, 전형적인 투자 실패작으로 이곳에서는 꼽는다. 고급스럽게 잘 지었지만 주변에는 고급 아파트들이 전혀 없었다. 결국 GS건설은 이 아파트를 제값도 못 받고, 2006년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도 실패하는 곳이 괌이란 걸 잊지 말자. ●가격급등도 감안하자 2003, 2004년에 괌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투몬 같은 중심 지역 중 많이 오른 곳은 최근 2, 3년 사이 50% 내지 100% 오른 곳도 많다는 게 이곳 얘기다. 따라서 이를 감안해야 한다. 투자를 했어도 가격 정체 내지 하락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본토가 아닌 ‘변방’이란 걸 알자 미군이란 호재가 기다리고 있지만, 괌은 원래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다. 국민소득의 65%가 관광이다. 관광객의 90% 이상이 일본인이다. 이들이 괌을 먹여 살린다 해도 틀리지 않다. 괌은 일본 경기와 밀접하다. 일본 경기가 죽으면 괌도 죽고, 일본 경기가 살아나면 괌도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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