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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하면 입찰보증금만 날아가

깜박하면 입찰보증금만 날아가

▶경매투자 참가자들이 법원에 경매로 나온 매물의 정보를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경매장은 항상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나 소액투자자까지 돈이 되는 물건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는 곳이 바로 경매장이다. 요즘에는 갓난아기를 업은 젊은 새댁에서부터 호호백발 할아버지까지 많은 사람이 경매장을 찾다 보니 웃지 못할 실수를 자주 목격한다. 경매 대중화도 좋지만 경매 실수로 어려운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아 걱정이다. 경매현장을 가만히 지켜보면 한두 명이 자잘한 실수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입찰서류 쓰는 경험이 없다 보니 사건번호를 잘못 써 내거나, 물건번호를 쓰지 않아 1등의 영광을 2등 입찰자에게 돌려야 하는 ‘억울한’ 사람도 종종 만나게 된다. 법원에서 강제 매각하는 경매부동산 절차는 재판 과정과 같아서 매우 엄격하다. 일부 입찰장은 경매법정 입구에 폐쇄회로 TV까지 설치해 절차와 과정을 경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한다. 공정하게 입찰을 진행하다 보니 초보자의 조그만 실수는 치명타가 되기도 한다. 법원은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일반 부동산을 사는 것처럼 적당히 절차를 생략하지 않는다. 작은 실수도 눈감아주는 경우는 없다.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무심코 입찰했다간 입찰보증금을 순식간에 날릴 수 있다. 낙찰무효의 소를 주장하며 경매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법원경매 입찰장에서 목격한 일이다. 여느 때와 같이 입찰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예고한 입찰서류 접수마감 시간인 11시 10분을 막 지나고 있을 때였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 50대 신사가 부랴부랴 집행관 앞으로 뛰어나갔다. 마감시간에 임박해 입찰서류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집행관은 서류를 건네주며 친절하게도 서류를 빨리 써서 입찰하라며 시간을 연장해 주는 것이 아닌가? 서류 접수를 공식적으로 마감하지 않은 탓에 집행관도 마땅치 않았지만 민원 발생의 여지가 있어 귀찮아도 못 이기는 척 서류를 건네는 듯 보였다. 이 신사는 집행관 앞에 있는 법정 입찰대(일명 법대)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서류를 적고 있었는데 입찰장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한 사람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몇 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게 싫다는 표정이었다. 이 남자는 겨우 서류를 제출했고 한동안 집행관과 보조요원들이 사건번호 순서대로 서류를 정리했다. 얼마 있다 곧바로 최고가 매수인을 선정하는 절차를 바쁘게 서둘렀다.

잘못하면 시간과 돈만 낭비
드디어 집행관과 보조요원들이 입찰서류 정리를 다 마치고 최종적으로 최고가 매수인을 발표하기 위해 마이크를 입에 대고 갑자기 외쳤다. “사건번호 06 타경 00000번을 쓰신 분 누굽니까?” 그러자 아까 헐레벌떡 서류를 작성했던 신사가 집행관 앞으로 다가갔다. 집행관이 마이크를 통해 하는 말이 걸작이다. “이 사건번호는 오늘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물건입니다. 경매가 취소된 사건이라 그렇게 급하게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었는데…”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일순간 웃음바다로 변했다. 신사는 멋쩍은 표정으로 서류를 돌려받고 입찰장을 후다닥 떠났다. 집행관이 불러준 사건번호로 경매정보지를 살펴보니 경매취하가 불 보듯 뻔한 경매물건이었다. 감정가 2억원에 1회 유찰된 아파트였다. 등기부등본을 보니,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는 개인이었다. 다른 권리의 설정 없이 달랑 가압류 한 건으로 강제경매를 부친 사건이었다. 청구금액도 2800만원으로 아파트값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금액이었다. 경매가 도저히 진행될 여지가 없는 물건이었다. 약간의 경매상식만 있었다면, 이 물건은 99% 입찰을 포기해야 할 ‘취소 가능성 높은 경매물건’이란 걸 알았을 것이다. 굳이 입찰을 강행해 시간 낭비와 경제적 손해를 본 셈이다. 생각해 보라. 입찰을 결정하기까지 서류를 떼어 봐야 하고, 입찰을 결정한 후에는 은행에서 입찰보증금으로 낼 돈을 찾고 또 차를 타고 법원 입찰장까지 왔을 것 아닌가? 또 몇 시간을 기다려 결과를 기다린 것 아닌가? 그런데 한심한 일은 이러한 일들이 경매 입찰장마다 거의 하루에 한두 건은 꼭 벌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최소한 입찰 당일 경매가 실제 진행되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입찰장을 찾는 게 순서 아닐까? 하루에 진행하는 경매물건 200여 건 중 최소 10~15건은 입찰 취소, 취하, 변경, 연기된다. 예고 없는 취소나 연기가 빈발하기 때문에 별일 있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입찰장을 찾았다가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하고 입찰해야 한다. 입찰 당일이 아니더라도 하루 전에 경매계에 전화해 일정에 맞게 진행되는지를 파악하는 수고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입찰장 6대 체크 포인트

▶입찰 서류는 미리 챙겨라 : 입찰 당일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신분증(운전면허증, 여권)과 도장(인감도장일 필요는 없음), 입찰보증금 10%(재경매는 20%, 보증금은 수표로 준비하는 게 좋다. 입찰함 입구가 좁아 현금을 넣기가 어렵고 세기도 불편해 자칫 보증금 부족으로 최고가 매수인에서 탈락할 수 있음), 경매 사건번호와 물건번호를 메모해 둬야 한다. 입찰장을 찾을 때 가장 기본이다.

▶입찰장은 미리 방문해 둬라 : 입찰 당일 처음 방문한 사람과 미리 방문했던 사람은 큰 차이가 있다. 방문했던 사람은 자잘한 실수를 안 한다. 처음 경매장에 오면 북새통이고 사무적이고 딱딱한 법원 분위기 때문에 실수할 여지가 많다. 되도록 입찰 며칠 전 경매 있는 날을 골라 절차와 서류 쓰는 방법, 최근 낙찰사례 등을 익혀 두면 실제 입찰할 때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경매진행 여부 파악하라 : 입찰장을 찾아 가장 먼저 확인할 사항은 내가 입찰하고자 하는 사건이 진행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경매 진행 여부는 입찰장 입구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건번호 순서대로 벽보에 게시되는데 입찰 예정 사건번호가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확인해 보면 된다. 경매가 진행되지 않는 취소, 취하, 연기, 변경, 정지 물건은 빨간색 또는 밑줄로 표기되어 있다.

▶입찰서류는 꼼꼼하게 기재하라 : 3장의 입찰서류를 나눠주는데 하나라도 잘못 쓰면 부적격사유로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입찰표와 입찰봉투, 매수신청보증봉투에 필요 기재 사항을 빠짐없이 적어야 한다. 실수 유형은 이렇다. 사건번호나 물건번호를 적지 않는 경우, 임의대로 글자를 수정하는 경우다. 임의대로 수정하지 말고 새 용지를 사용해야 한다. 위임장을 받아 대리로 매수 신청하는 경우 본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입찰가액은 단위별로 정확히 기재하라 : 입찰표를 쓸 때 나타나는 가장 결정적인 실수 중 하나가 가격 숫자를 잘못 쓰는 것이다. 입찰가액과 보증금액란을 바꿔 쓰거나, ‘0’자 하나를 더 써내는 실수 때문에 웃지 못할 일이 종종 발생한다. 실제 인천법원에서 감정가 1100만원의 다세대주택이 1회 유찰 후 최저가 77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지만 초보투자자가 낙찰가 7700만원을 써냈다가 애꿎은 보증금만 날리기도 했다.

▶경매기록은 재차 확인하라 : 경매법원은 감정평가서와 현황조사서를 토대로 매각물건명세서를 작성해 경매기일 1주일 전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민사집행과와 경매법정에 비치하고 있다. 입찰 당일 입찰관계 서류 확인은 필수 체크사항이다. 가끔 예상치 못하게 서류 입력 후 권리변동의 내용, 입력착오, 지적변경 같은 새롭게 바뀐 내용이 생길 수 있다. 경매기록부에서 매각물건명세서, 점유현황조사서, 임대차관계조사서, 배당요구의 변동 같은 게 있는지 확인한다. 참고로 새 민사집행법 적용 이후 경매집행기록은 이해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다. 일반인은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보고서, 감정평가서에 국한된다. 이는 대법원 홈페이지에서도 열람이 가능한 기초 자료라는 것을 알아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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