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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200대 중소기업] “한국의 존슨앤존슨 꿈꾼다”

[아시아 200대 중소기업] “한국의 존슨앤존슨 꿈꾼다”

가정에서 당뇨처럼 손쉽게 암을 진단하는 날이 올까. 인포피아의 배병우(44) 사장은 집에서 피 한 방울이면 당뇨나 콜레스트롤 수치는 물론 심장병에서 암까지 진단할 수 있는 메디컬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다.
요즘 배병우 사장은 웃을 일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 9월 21일 기준 배병우 사장의 인포피아 지분 평가액은 323억원.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의 개인 주주 가운데 여섯째 주식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네시아 등지에 신규 거래선을 확보하며 대규모 수출도 성사시켰다. 내년에 선보일 혈당측정 관련 신제품은 벌써부터 애널리스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10월 초엔 국내 주식 시장의 ‘큰손’ 삼성투신운용이 인포피아 지분을 4.56%나 사들이며 주위의 시샘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사뭇 달랐다. 10월 중순 인터뷰를 위해 인포피아가 있는 안양의 동일테크노타운을 찾았다. 입주한 지 10년이 넘는 아파트형 공장의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본사가 있는 6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장실이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자 사장실이라며 손짓한 곳은 여느 직원들처럼 칸막이에 둘러싸인 공간이었다. 배 사장은 “괜한 낭비를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개인 용도에 회사 돈은 쓰지 않는 게 나의 경영 철학”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배 사장은 차량도 자신의 이름으로 구입한다. 운전기사도 고용하지 않았다. 시가총액 3,000억원을 넘어선 인포피아에서 아직 거품을 찾긴 힘들었다. 지난 1996년에 설립된 인포피아는 휴대용 혈당 측정기 전문 생산업체다. 주력 제품은 혈당 측정기와 기기에 꽂아 사용하는 일회용 소모품인 바이오 센서. 지난해 전체 매출액에서 각각 22.4%와 76.4%를 차지했다. 이 중 바이오 센서는 이익률이 60%가 넘는 고마진 제품으로 2003년 이후 해마다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전체 매출도 2005년 111억원에서 지난해 207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올해는 350억원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포피아는 혈당 측정기와 바이오 센서를 미국 등 전 세계 55개국에 수출하며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인다. 덕분에 로슈(Roche)와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배 사장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 제품은 경쟁사에 비해 가격이 싸지만 품질은 괜찮은 편”이라며 “최근 로슈를 비롯한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우리를 겨냥해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포피아는 이들 주요 업체와 승부하기 위해 지난 3월엔 혈당 측정 속도는 3초로 가장 빠르고 채혈량도 0.3㎕(마이크로리터·100만분의 1ℓ)에 불과한 최신 혈당 측정기를 선보여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엔 유럽 시장에서도 이 제품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지난 9월 아시아와 유럽에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다녀온 배 사장은 “실제 가보니 해외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다”며 “수출국들이 너무 다양해 테러에 조심해야 될 판”이라며 웃었다.
인포피아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할 당시 브랜드 인지도도 없었고 대만 제품들은 인포피아보다 20~30% 더 저렴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는 “의료 제품을 팔 때는 품질을 담보로 한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며 “비싸다고 말하는 바이어들에겐 직접 대만 회사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건네주며 그 제품을 써보고 다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혈당 측정 관련한 바이오 센서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8조원에 달한다. 배 사장은 “현대인의 식생활 습관 때문에 아시아 시장은 해마다 20%씩, 미국은 10%씩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보험이 되지 않아 아직 미비하지만 곧 2,000억원대로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 사장의 목표는 혈당 측정기를 넘어 ‘종합 검진 세트’를 가정마다 들여 놓는 것이다. 그는 “병이 생긴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개개인이 쉽게 병을 진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기존 콜레스테롤이나 간질환을 측정하는 가정용 기기도 내년엔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혈액 한 방울로 가정에서 암을 진단하는 것도 5년 내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현재 암 검사로 사용하는 MRI는 1cm가 넘는 종양도 못 잡을 때가 많지만 혈액에 있는 단백질로 암세포를 읽어 낼 수 있다면 정확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대 제어계측학과를 졸업한 배 사장은 현대정공에서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 평소 같은 미국 드라마를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젊은 사장님’이지만 CEO 이력만 10년이 훌쩍 넘는다. 그만큼 고비도 많았다. 그는 “IMF 이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거래처가 부도났을 때 어음 거래를 한 바람에 6개월 넘도록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 준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직원들 대부분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지켜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인포피아에선 어음 결제가 사라졌다. 배 사장은 “회사를 운영해보니 자금은 사람에게 있어서 혈액과 같이 중요하더라”며 “앞으로도 혈액처럼 막힌 곳 없이 깨끗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 복지에도 남다르다. 그는 “주5일을 일하면 더 열심히 한다기에 주5일제 시행 훨씬 전부터 자발적으로 해왔다”며 “대졸 초임도 연봉 2,900만원 정도의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주식 공모에선 생산직 사원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사주를 전체의 30% 넘게 배정했다. 당시 1,500원에 배정했던 주식이 지금은 6만원대로 뛰었다. 배 사장은 “우리 직원들이 대부분 차 한 대씩 마련하는 바람에 주변에선 주차 공간이 부족해졌다는 원성이 자자하다”며 웃었다. 배 사장은 인포피아를 의료 진단 1위 기업이자 당뇨와 관련해선 전 세계 5대 바이오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업 인수·합병(M&A)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 그는 “비슷한 분야의 회사를 M&A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몇 개 회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며 “이젠 한국에도 존슨앤존슨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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