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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처녀 시장’ 너도나도 군침

1000억 ‘처녀 시장’ 너도나도 군침

▶로스쿨 도입에 따라 학원시장도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신림동 고시촌(아래)이 유명했지만, 이들이 점차 강남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1000억원. 학원가에서 떠도는 로스쿨 학원 시장 규모 최대 추정치다. 수조원대의 대학 입시나 유아·초등학교 학원 시장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아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인다. 왜 그럴까? 한 가지만 생각해도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무주공산(無主空山).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완전 ‘처녀 시장’인 것이다. 주인이 없는 1000억원대의 신규시장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엄청난 블루오션인 셈이다. 기득권도 없어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 고시학원이나 벤처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이나 로펌까지 입맛을 다실 만하다.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일단 시장은 로스쿨 입학 정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게 정설. 정원 2000명 정도면 입학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지원자가 3만~5만 명, 2500~3000명 수준이면 10만 명으로 껑충 뛴다고 본다. 학원 관계자는 “정원이 2500~3000명 정도면 너나 할 것 없이 로스쿨 시험을 치르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니 정원 2000명이면 300억~500억원, 2500~3000명 정도면 1000억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정원이 수년 내 2500~3000명으로 커질 테고 따라서 전체 시장은 1000억원까지 확장될 것으로 본다.
입학-보습-자격증 시장 겹쳐
로스쿨 학원이 3층 구조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도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동의한다. 로스쿨 입학을 위한 입시학원에, 로스쿨 재학 중 다녀야 하는 보습학원, 그리고 졸업 후 변호사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한 시험 대비 학원 등이 그것이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변호사 자격증을 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로스쿨을 반대해 온 법조계의 의견은 거꾸로 학원가에 희소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은 로스쿨 입학을 위한 것이다. 입시 과목은 크게 세 가지.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두 과목을 각각 40문항씩 풀게 되는 법학 적성시험인 리트(LEET)와 논술, 그리고 면접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략의 입학 방식은 이렇다.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적성시험과 논술 문제를 출제해 수험생 전원이 시험을 본다. 적성시험 점수는 평가원이 산출해 각 수험생에게 나눠주고, 지원대학이 결정되면 논술 답안을 대학 측에 넘겨 해당 대학이 직접 채점하게 된다. 문제 출제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정구향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법학적성시험사업단장(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적성시험은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뒤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재구성할 것이며 내년 1월 모의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이 아직 정식으로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시장에 이미 뛰어들었거나 뛰어들 생각을 갖고 있는 기업과 학원은 많다. 벌써 두세 개 전문학원이 개원하고, 5~6개 학원에서 로스쿨 관련 과목을 강의 중이다. 학원가에서는 올해 안에 10여 곳이 더 문을 열 것으로 보고 있으며, 로스쿨 준비가 본격화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전국적으로 20여 개 학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내다본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게 고시학원이다. 노량진이나 신림동 중심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로스쿨의 고급 고객을 찾아 강남 한복판으로 진출하고 있다. 100억원 남짓한 고시시장에 비해 10배가량 커질 수 있는 신규 시장을 점령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매력을 느낀다. 가장 먼저 문을 연 학원이 로스쿨아카데미(LSA)다. LSA는 노량진에서 7, 9급 공무원시험을 집중적으로 강의하는 남부행정고시학원 계열이다. 강남역 출구 바로 앞 건물에 들어선 LSA는 30억~40억원을 일시에 투입해 국내 첫 로스쿨 학원으로서의 이미지를 갖춰가고 있다. 180평짜리 한 개 층을 다 쓰는 LSA의 수용 가능한 수강생은 1500명에 이른다. 황남기 대표는 “주로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시학원과 직장인 위주의 로스쿨 학원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웬만한 서비스로는 직장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어려울 것이며 결국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대학 박사들을 강사 및 연구원으로 쓴다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IT 벤처까지 학원 설립 나서
LSA는 수강생이 벌써 100여 명에 이른다. 황 대표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 앞으로 방향 설정에 적잖은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처럼 적성시험이 가장 중요한 과목이 될 것이며 결국 적성시험 문제를 어떻게 출제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LSA는 최고의 문제를 뽑기 위해 10여 명의 전문 연구원을 일선에 배치했다. 그는 “로스쿨 학원은 고시학원과 다르지만 고시학원의 운영 노하우는 다른 업종 참여자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으로 IT 솔루션 전문기업인 솔트웍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03년 신림동의 유명 고시학원인 ‘합격의법학원’을 인수해 고시학원에 뛰어든 솔트웍스는 LSA 5분 거리에 같은 이름으로 로스쿨 학원을 설립했다. 이재열 학원장은 “솔트웍스가 고시학원을 인수한 것은 로스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대한 이 원장의 해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성시험이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솔트웍스의 특징 중 하나는 적성시험을 위해 아예 회사 하나를 별도로 냈다는 점이다. ‘㈜논리와비판’은 적성시험만을 위한 자회사로 직원 20여 명이 현재 로스쿨 적성시험을 준비 중이다. 향후 로스쿨 이외에 공무원이나 일반 대기업을 대상으로 적성시험 문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로펌까지 로스쿨 학원에 나설 태세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로펌 K대표는 “로펌은 로스쿨 학원시장에서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다”며 “노려볼 만한 시장으로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K대표가 보는 로스쿨 입학 과정은 고시학원 계열의 학원과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적성시험의 중요성을 낮게 본다.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볼 때 적성시험은 쉽게 출제되기 때문에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은 만점 가까이 맞을 것”이라며 “결국 적성시험은 변별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면접을 가장 중요한 당락 기준으로 본다. “로스쿨 3년 동안 변호사의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법률적 사고는 필수이며 이 ‘사고’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로스쿨 입학뿐 아니라 졸업, 나아가 자격증 시험까지 염두에 둔다. “입학 전부터 법률 지식과 사고를 쌓아야 하고 이때 로펌이 운영하는 학원이 강점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로펌이 법적으로 학원을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K대표는 “관계사 설립 등 합법적 절차에 의한 시장진출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학원의 강자 메가스터디도 로스쿨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손은진 마케팅부문장(전무)은 “관심은 있지만 아직 확정은 안 됐다”며 “내년 상반기가 돼야 최종 결정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스쿨을 보는 메가스터디의 시각 역시 특징이 있다. “로스쿨 학원시장을 그 자체보다는 전반적인 전문대학원 시장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또 “시장 규모를 보수적으로 판단한다”는 손 전무는 “의치학전문대학원이나 로스쿨 모두 합해 300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웅진그룹 계열사로, 온-오프에서 공무원시험을 전문으로 강의하는 학원기업 웅진패스원 역시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현주 마케팅 팀장은 “공무원시험을 전문으로 강의하는 기업으로서 로스쿨 학원시장을 생각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아직은 충분히 검토가 되지 않은 상태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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