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하던 ‘부자 시대’는 저문다
군림하던 ‘부자 시대’는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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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은 수요-공급원리 적용 안 되나 과연 그럴까? 시계추를 7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0년 국내 변호사 수는 4699명이었다. 현재는 9169명. 거의 두 배가 늘었다. 사시합격생이 매년 1000명씩 배출되면서 한 해 700여 명씩 변호사가 배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송 변호사 중심의 국내 법률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양극화’다. 법조계가 추정하는 법률시장 규모는 대략 1조4000억원. 이를 현직 변호사 수로 나누면 1인당 1억6000만원 정도 된다. 하지만 이는 산술적 계산일 뿐이다.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7년 전 국내 개인변호사와 법무법인·합동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비율은 62대 38 정도였다. 현재는 거의 50대 50이다. 이 중 6대 대형 로펌(김&장, 태평양, 광장, 화우, 세종, 율촌)이 시장의 절반(업계 추정 7200억원)을 가져간다. 전체 변호사의 10%가량이 전체 법률시장 매출의 50% 정도를 가져가는 것이다. 중소형 로펌(합동법률사무소 포함)과 개인변호사가 나머지 시장을 절반씩 차지한다. 특히 개인변호사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서울시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진 휴업한 변호사는 173명. 올해는 2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냉정하게 바라볼 대목은 있다. 서울 소재 로펌 수가 2002년 135개에서 올해 228개로 늘어났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변호사들이 간판을 내리고 법무법인이나 합동법률사무소 형태로 재조직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민간 소송 업무 위주의 개인변호사 시장이 위기에 빠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서울 지역 개인변호사 1인당 평균 사건 수임건수는 30여 건 안팎”이라며 “그나마 매년 줄고 있어 300만원 미만의 수임료를 받는 소액 개인 송무마저 연 20건도 수임하지 못하는 변호사가 많다”고 말했다. 수임료도 일부 하락 추세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변호사 업계에서는 공인 수임료 가격을 경력 변호사는 500만~1000만원, 새내기 변호사는 300만~500만원 정도라고 얘기한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김도현 동국대 법대 교수는 “소송금액이 2000만원 이하인 소액 민·형사 사건의 경우 변호사 대리율이 예전에는 2% 안팎이었는데 2006년에는 12%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1심 민사 사건을 변호사가 맡는 대리율 역시 2002년 7%대에서 최근에는 18%대로 올라섰다. 이런 현상은 최근 2~3년 사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는 사시 합격 정원이 1000명에 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나온 변호사가 대폭 늘어난 것이 2004년부터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해가 쉽다. 변호사 시장에는 ‘수요-공급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변호사들은 계속 우는 소리(?)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로스쿨 정원 2000명은 많아 보일 수도 있다. 우선 공급량(변호사 수)으로 따져보자. 2009년 로스쿨이 개교하면 2012년에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률을 70%로 봤을 때 1400명이 배출된다. 합격률을 80%로 잡으면 1600명이다. 여기에 2013년까지 시행될 사법시험에서도, 비록 감축 논의가 있지만 매년 1000명의 합격자가 나온다. 이를 합하면 2012년에 법률시장에 배출되는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최하 합격자 1400명에 사시합격자 중 판·검사 임용자 및 군복무자 300명을 제외한 700명을 합해 2100명이 된다. 이런 계산이면 마지막 사법시험 합격생들이 사법연수원을 수료(2년)하는 2015년까지 4년간 배출되는 변호사만 대략 8400~1만 명이다. 여기에 한·미 FTA 협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법률시장이 개방돼 외국계 로펌까지 국내로 들어오면 그야말로 ‘법률시장 대란’이 과장된 표현만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현재 변호사 수는 7년 전보다 2배 늘었다. 그 사이 ‘가난한 변호사’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 1인당(사업자 기준) 평균 연 수입은 줄지 않았다. 2004년 변호사 연봉은 3억1700만원, 지난해에는 3억5000만원이었다. 이마저도 국세청 자료일 뿐이다. 본지가 입수한 국가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국내 변호사 1인당 민사 사건은 189건 발생했다. 미국은 15.6건, 영국은 13.8건, 일본은 24.3건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발생하는 소송사건은 많지만 이와 관련된 변호사 숫자는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지난 7년간 변호사가 두 배나 늘었는데,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수임료가 대폭 내려가지 않은 것은 여전히 법률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2015년 4년간 1만 명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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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수료식 모습. |
이젠 취업 걱정까지… | ||
사법연수원에 ‘진로정보센터’도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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