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경영자를 소재로 한 책에는 꼭 경영철학이란 게 나온다. 성공한 경영자의 철학은 분명 교훈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경영철학을 너무 신주단지 모시듯 할 필요는 없다. 처음 회사를 차릴 때 누구나 거창한 철학을 먼저 내걸고 하는 건 아니다. ‘경영의 신’이라는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도 마쓰시타전기를 차릴 땐 먹고사는 게 더 급했다고 한다. 사실 철학적 경영자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경영이란 무슨 철학 강의에서 배우는 게 아니다. 온갖 신산(辛酸)과 고초를 이겨내면서 기업을 굴러가게 하고,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일은 철학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경영철학이란 그런 어려움을 하나하나 이겨내는 과정에서 경영자가 체득하는 게 아닐까. 경험의 퇴적, 예지의 응축이 결과적으로 경영자의 철학으로 발현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형성된 경영철학은 바로 경영자의 얼굴에 나타난다. 저자는 그렇게 주장한다. 그래서 책의 첫머리를 경영자의 얼굴로 시작한다. 관상을 보자는 게 아니다. 위대한 경영자의 얼굴에 나타난 경영철학을 읽자는 뜻이다. 저자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혼다 소이치로(혼다), 이부카 마사루(소니)라는 일본 3대 경영자의 얼굴에선 세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한다. 소박함, 강인함, 투명감이다. 그러나 여기엔 수식어가 붙는다. 깊이 있는 소박함, 부드러운 강인함, 커다란 투명감-. 모순적이고 추상적인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하나하나 설명을 읽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 반대로 경영자에 맞지 않는 사람의 품성은 이렇단다. 사심이 많은 사람, 남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정서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사람, 자잘한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내가 모시는 부장, 이사가 바로 그런 타입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승진은 잘 하더군. 그러나 저자는 최고경영자를 전제로 ‘비적성’ 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니 중간 간부들이 그에 해당한다고 해서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 외에도 저자는 훌륭한 경영자의 자질과 품성, 그리고 경영자 교육이나 후계자 육성 방법 등에 대해 실감나는 조언을 한다. 특히 오너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것이 많다. 사람 좋기만 한 간부들을 오히려 조심하라, 사물을 선악이나 호불호로 보지 마라, 욕먹을 각오로 ‘악’을 실행할 줄도 알아야 한다, 싹수가 보이는 사람에겐 자회사를 맡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는 실패의 전조를 이렇게 본다. 자기 멋대로의 논리로 생각하고, 남에게 과시하기를 좋아하고, 결단의 타이밍이 늦어질 때가 바로 실패를 앞둔 경영자의 행태라는 것이다. 경영학 교수가 쓴 책이지만 서구식 경영이론은 다루지 않는다. 동양적 지혜를 담았다고나 할까. 직위에 관계없이 기업에 몸담고 있다면 일독의 가치가 있다. 특히 미국에서 MBA 받고 경영은 내 손안에 있다고 착각하는 젊은 경영인이라면 경청해야 할 내용이 많다.
제 목 : 훌륭한 경영자의 모습(よき經營者の姿) 저 자 : 이타미 히로유키(伊丹敬之) 출판사 : 니혼게이자이신문 출판사 값 : 1680엔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선관위에 '붉은 천' 파묻은 의문의 무리들...경찰 수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복수하겠다”…이찬원도 ‘깜짝’ 놀란 사연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14배 폭등 끝 ‘급전직하’ 상지건설…장 마감후 대규모 CB 전환 공시(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EU있는경제]투자만이 살 길…PE 규제 허물고 반등 노리는 英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필름형 '서복손' 성공 길 걷겠다"…CMG제약, '메조피' 美안착에 올인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