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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야자나무에서 블루오션 찾다

[COMPANY] 야자나무에서 블루오션 찾다

▶평택의 생산설비 앞에 선 김성수 대표의 파안대소.

에너텍은 팜유, 즉 야자유를 가공해 바이오디젤을 만든다. 팜유는 대두유보다 원가가 낮은 장점이 있다. 에너텍은 원료 확보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야자수 농장도 계약했다.
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신재생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식물성 기름을 가공한 바이오디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바이오디젤은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친환경 연료란 장점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7개 업체가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 이 가운데 에너텍만 팜(palm)유를 가공한다. 다른 업체는 대두유나 폐식용유를 원료로 쓴다. 김성수(48) 에너텍 대표는 “팜유는 생산원가가 ℓ당 50원 이상 저렴하다”고 말했다. 에너텍은 팜유를 원료로 할 뿐 아니라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속공정으로 공장을 가동한다. 또한 평택항에서 900m 거리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팜유를 공장으로 끌어오기 때문에 원료 수송비용이 절감된다. 반면 다른 바이오디젤 업체는 대부분 내륙에서 공장을 가동한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에너텍은 지난 7월 S-오일과 1년간 바이오디젤 공급 계약을 했다. 이어 10월엔 GS칼텍스에도 8개월간 공급하기로 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0.5%, 내년에는 1.0%의 바이오디젤을 경유와 혼합해 판매해야 한다. 김 대표는 “올해 50억~7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내년에는 5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출 500억원은 바이오디젤 5만kℓ에 해당한다. 현재 에너텍의 생산능력은 연 8만kℓ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 에너텍은 말레이시아에서 팜유를 들여온다. 국내 최초로 팜유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해 가공하기까지 어떤 인연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김 대표는 예상과 달리 아무런 인맥 없이 ‘백지 상태’에서 출발했다. 에너텍을 시작하기 전 김 대표는 보안솔루션 업체를 경영했다. “보안솔루션 사업에 실패한 뒤 사업 아이템을 통신·에너지·곡물 이 세 갈래 중에서 찾기로 했어요. 이들 분야는 시장 규모가 크고 구매빈도가 높아 시장에서 작은 영역만 차지해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이런 전략에 따라 컬러링(통화 연결음) 업체 크레딘을 창업해 경영하던 김 대표는 2003년 초 정부의 바이오디젤 시범보급사업에 관한 보도를 접한다. “바이오디젤은 에너지와 곡물이 겹치는 분야라서 흥미를 갖게 됐어요. 대두나 유채를 원료로 가공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팜을 쓰면 어떨까 생각했죠. 팜이 대두와 유채보다 원가가 저렴하다는 데 착안했어요. 전에 보안솔루션을 수출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시장을 조사하다가 팜유에 대해 알게 되었거든요.” 2003년 2월에 에너텍을 설립했다. 하지만 이후 반년 넘게 말레이시아 현지의 ‘맨땅’에서 기술도입선을 찾느라 허송세월했다. 김 대표는 그 해 겨울, 총리 직속의 ‘말레이시아 팜 오일 보드(MPOB·Malaysia Palm Oil Board)’가 있음을 알게 된다. MPOB는 야자수 종자 개량과 상품화를 관장하는 기구로 자체 착유공장과 바이오디젤 가공공장을 가동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바이오디젤을 상품화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말레이시아는 산유국이어서 바이오디젤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외 수요도 거의 없었다. 독일과 미국 등 국가에서는 농업 보호를 위해 자국에서 재배되는 대두나 유채 등의 작물을 활용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MPOB와의 협상은 2년 가까이 밀고 당긴 끝에 2005년 10월 마무리됐다. 에너텍이 한반도에서 팜유 원료 바이오디젤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이었다.
건설회사 자본 참여 시너지 기대
한편으로 기술도입 협상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기술·경영진을 찾아나섰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해 화학 분야엔 문외한이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이왕세(56) 전 현대석유화학 생산부장을 소개받았다. 현재 에너텍의 생산본부장인 이 전무는 그 해 여름 영입돼 MPOB의 바이오디젤 가공공장을 둘러봤다. 에너텍이 발주할 플랜트의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이 전무는 “MPOB의 연산 3,000t 규모 가공공장을 살펴보니 기술이 안정적이었다”며 “그래서 바로 양산 규모로 플랜트를 발주하기로 결정했다”고 들려줬다. 공장은 경기도 평택의 포승공단에 있는 STX에너지의 부지를 빌려 지었다. 지난해 12월 준공하고 시험가동해 올해 4월 정부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 에너텍은 지난 9월 말레이시아 클란탄주(州) 구아무상 지역에 약 1,800헥타르(540만 평) 규모의 팜 농장을 사들이기로 계약했다. 올해부터 수확한다. 구입대금 100억원 가운데 10억원을 에너텍에 계약금으로 냈고, 나머지 90억원은 투자자를 유치해 치르도록 할 계획이다. 에너텍은 팜유 사용권만 갖는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현지 농장은 현재 필요한 원료의 8분의 1밖에 공급하지 못한다”며 “농장 규모를 더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에너텍이 조달한 자금은 약 200억원. 경기도의 설비투자 정책자금을 30억원 배정받았고, 산업은행에서 전환사채 24억원을 발행받았다. 이와 함께 포스텍기술투자, 동문건설 계열 르네코, 우림건설 계열 우림자원개발 등에서 자본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는 “사업 연관성이 높은 대기업이 지분을 참여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주주 관련 건설업체가 쓰는 수송차량에 바이오디젤을 활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디젤 시장이 2012년 경유시장의 5%인 1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에너텍의 목표는 2012년에 바이오디젤을 30만kℓ생산해 매출 3,000억원을 올린다는 것이다. 유가가 요즘처럼 치솟는다면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가 아닐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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